요약 
➊ 세계적 에어백 제조사였던 다카타는, 품질 문제로 1억 대에 달하는 자동차에 대한 리콜을 진행하며 파산했다.
➋ (1)전기차 배터리의 높은 단가와 (2)화재 원인 규명의 구조적 어려움으로 인해, 배터리 제조사는 다카타와 같은 대규모 리콜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➌ 리콜로 인한 천문학적인 배상금 지불을 피하기 위해선, 시장 성장기인 지금부터 당장 품질 개선에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현대자동차 코나,
배터리 전수 교체하나?

코나 배터리 불량 이슈가 화제다. 지난 해 10월, 연이은 배터리 화재 사고로 현대차는 국내외 판매된 7만여 대의 코나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리콜 내용이 배터리 교체가 아닌 BMS(배터리관리시스템) 업데이트로 한정됐기에, 과연 화재를 막기에 충분한 조처인지 의문을 남기며 코나 차주들의 원성을 샀다. 그리고 역시나 지난 1월 24일 BMS 업데이트를 받은 코나 차량에서 다시 화재가 발생하며, 논란이 다시 증폭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현대차가 국토부 협의 하에 코나 배터리 전수 교체 리콜을 시작할 것이란 소문이 언론과 찌라시를 통해 퍼지고 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 소비자에겐 다행인 일이지만, 제조사에겐 날벼락같은 일이다. 리콜 대상인 코나 7만 7천여 대의 배터리를 모두 전수 교체한다면, 2-3조 가량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공식화된다면, 현대차뿐 아니라 코나 배터리 셀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화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카타를 기억하시나요?

20여개 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연간 10조 내외의 매출을 올리던 세계적 자동차 부품 제조사가 있다. 에어백을 제조해 전세계 자동차 OEM에 납품하던, 일본의 다카타(Takata)다. 2015년, 다카타가 제조하던 에어백에 사용된 폭발성 물질이 연이은 사망사고를 일으키며, 다카타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리콜을 시행하게 됐다. 벌금이 아닌, 리콜로 인한 보상 비용으로만 10조가 넘는 부채를 일순간에 떠안으며, 다카타는 2017년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신청을 진행했다. 다카타 에어백 폭발로 40여 명이 다치고 30여 명이 숨졌으며, 리콜 대상은 약 1억여 대에 달했다. 2021년 현재까지 리콜이 끝나지 않았을 정도로 다카타의 리콜 규모는 거대했다.

이러한 절망적인 사태를 일으킨 에어백 폭발 사고의 원인은, 분사제로 사용되던 테트라졸을 대신해 원가 절감을 위해 질산암모늄이란 물질을 투입한 것이었다. 잘못된 의사결정이 빚어낸 품질 문제로, 세계적 우량 기업이 순식간에 파산해버린 것이다.

 

에어백 폭발사태로 사과하는 다카다 CEO, 다카다 시게히사 (사진 출처: NBC뉴스)

 

배터리 제조사가 제2의
다카타가 될 지도 모른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가 다카타와 같은 파산의 길을 걷지 말란 법이 없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모두가 배터리 제조사의 장밋빛 미래만 떠들고 있는 듯하다.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 CATL 등의 배터리 제조사들은 서로에 뒤질 새라 생산 Capa 확대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2025년 경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으며 모두가 부푼 기대에 젖어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렇게 본격적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개화조차 하지 못하고 꺾여버릴 지도 모른다. 배터리 안전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말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대량 리콜이 발생할 경우,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 토요타의 가속페달 고장에 비견되는 사상 초유의 리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는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한 배터리 제조사에 치명적인 리스크로 다가올 것이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이유1  배터리 리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타이어나 디스플레이 같은 부품에 비견될 수 없는 핵심 중의 핵심 부품이다. 배터리 성능이 곧 주행 성능을 좌우하고, 배터리 품질이 탑승자의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만큼 값비싸다. 대량 생산과 기술 발전으로 단가가 내연기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배터리는 아직까지도 자동차 원가의 25-30% 내외를 차지한다.

바꿔 말하면, 배터리에 문제가 생겨 전면 교체할 경우, 그 제품 원가로만 대당 최소 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교체 작업에 드는 공임비와 고객 보상 비용, 그리고 정부 기관에 납부할 벌금까지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산출된다. 앞서 언급한 코나 7만 대의 배터리 교체로 2-3조원이 소요된다는 계산도 이렇게 보면 무리가 아닌 것이다. 이렇게 배터리 리콜은 다른 어떤 부품보다도 더 거대한 규모의 리콜 사태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단일 차종으로 코나만큼 잘 팔린 전기차가 몇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일 앞으로 전기차 보급률이 상승해, 코나의 4, 5배인 30-40만 대 규모의 리콜이 시행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리콜에 드는 비용은 다카타가 지불해야했던 10조를 거뜬히 뛰어넘을 것이다. 전기차 보급에도 제동이 걸리며 시장이 후퇴할지도 모를 일이다. 배터리 제조사의 앞날은 깜깜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대구에서 화재로 전소된 코나의 처참한 모습 (사진 출처: 달성소방서)

 

 이유2  배터리 제조 구조상,
셀 제조사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전기차 배터리는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를 거쳐 완성된다. 낱개 배터리인 셀(Cell)을 엮어 모듈(Module)을 만들고, 여기에 다시 BMS(배터리관리시스템)을 비롯한 안전장치를 달아 팩(Pack)을 완성한다. 이렇게 팩이 되어야 배터리는 비로소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셀-팩-모듈의 제작 주체가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일례로, 코나 배터리의 LG에너지솔루션에서 제조한다. 이 셀을 가지고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모비스의 합작사인 HL그린파워에서 모듈을 만들고, 현대모비스에서 다시 여기에 BMS(현대케피코 제조)를 장착해 배터리 팩을 완성한다. 배터리 하나를 만드는 데 4곳이나 되는 회사가 관여하는 것이다.

 

배터리 팩은 대부분 여럿의 협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사진 출처: 차량용 2차전지 산업 동향 및 경쟁력 분석, K-SURE 산업동향보고서)

 

여럿이서 만들기 때문에 책임을 떠넘기기 쉬운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전기차 배터리는 화재가 발생하면 대부분 ‘전소’되어 원인 규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나의 셀에서만 불이 나도 배터리 팩은 전체가 불타버린다. 리튬이온 배터리 자체가 불안정하고 화재에 취약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불안정한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겹겹이 밀봉 포장을 해놓았기에, 화재 진압 시 물이나 소화연료가 배터리에 닿기 힘들다. 실제로 테슬라 차량의 경우, 화재 진압을 위해 3,000갤런, 곧 11,356리터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고 매뉴얼에 적혀 있기까지 할 정도다. 때문에 배터리는 화재 발생 시 처참하게 불타버리고, 이렇게 전소된 배터리에서 누구의 잘못으로 화재가 발생했는지 원인 주체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코나 화재에서 원인을 쉽게 단정하지 못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바꿔 말하면, 누가 잘못하든 배터리 셀 제조사가 억울하게 화재에 대한 연대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실제로는 현대모비스에서 만든 팩에 문제가 있어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정확한 귀책 주체를 찾지 못한다면 셀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에서도 수 조원의 보상금을 치르며 연대 배상을 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는
노트북과는 다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태를 두고, 동일한 문제를 겪었던 노트북 배터리와 같은 성장통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지난 2006년 소니 역시 노트북 불량 사태로 인해 800만 대가 넘는 배터리 리콜을 진행하고, 그 대가로 40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치른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노트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노트북 화재는 기껏해야 사용자 1명의 화상으로 그치지만, 전기차 화재는 차주를 비롯한 다수 탑승자의 인명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때문에 당연히 제조자의 책임과 배상 금액 역시 막중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막 손익 분기점을 넘어서며 성장에 힘쓰고 있는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서, 이러한 진통은 단순한 성장통이 아닌 목숨을 위협하는 종양이 될지도 모른다.

전기차 시장이 이제 막 개화하는 단계에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전세계적으로 수 백만 대의 전기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부터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해, 수 년 뒤엔 전세계 자동차의 10%가 전기차로 전환될 예정이라고 한다. 즉각적인 품질 개선이 없다면, 전기차 시장은 개화하기도 전에 꺼져버릴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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