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3 판매 호조

테슬라의 엔트리 모델 전기차인 모델 3이 국내 시장에서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테슬라 전체의 1분기 판매량이 4070 대로 전년 대비 231% 증가했으며, 이 중 모델 3은 3월에만 2415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판매량으로 볼 때 테슬라가 한국 전기차 시장의 과반을 점유하고야 말았다.

테슬라코리아, 올해 1분기 4070대 판매, 역대 최대 실적 ⇢

 

 

대신 국산 주력 모델 전기차인 코나와 니로는 1/4분기 기준 전년 동기대비 코나 EV 가 40.9%, 니로 EV 가 44.4% 감소되었다. 기사에서 지적한 대로 현대기아차 전체를 다 합쳐도 자국의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압도당하고 있는 것이다.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모델 3은 분류상 ‘프리미엄 브랜드의 컴팩트 럭셔리 세단’ 인데, 전기차 국고보조금의 기준에 부합하므로, 하위 트림의 실 구매 가격은 메인스트림 전기차인 코나 EV 와 큰 차이가 없어져 버리게 되었으므로, 상당히 폭넓은 계층의 소비자를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의 보조금을 집행하는 환경부 관계자와 자국 제조사인 현대기아차에게는 재앙이 발생한 셈이다.

 

 

대체 누가 이렇게
테슬라를 많이 산 것일까?

이 프리미엄 전기차의 상품성과 구매 동인
(motivation)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면,
다음과 같은 경우를 떠올리게 된다.

 

 

대중차 브랜드 대신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우

내연차에서 아반떼 대신 BMW 3시리즈를 구입하고자 한다면 2천만원을 더 써야 하는데, 상대 비교를 하면 거의 두배의 지출이 된다. 전기차에서 코나 EV 대신 테슬라 3을 구입하고자 한다면 천만원 미만을 추가로 지출하면 되는데, 상대적으로는 20% 정도만 더 쓰면 된다. 따라서 국산 전기차를 구입하려던 사람은 모델 3을 구입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타 프리미엄 브랜드 대신
테슬라를 선택하는 경우

보조금 덕에 BMW 3 시리즈나 벤츠 C 클래스를 구입하는 것에 비해 모델 3은 더 싸게 살 수가 있다. 게다가 브랜드 이미지가 마치 미래를 선도하는 느낌을 주며 시대를 앞서나가는 소비자가 된 듯한 기분을 얻을 수 있고 (테슬라 이외의 전기차를 구입하는 것는 전통적으로 덕후nerd 스럽게 치부되었지만 테슬라를 구입하는 것은 멋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조용하고 기름값 안들고 빠르기까지 하다.

그런데 더 싸다. 미국에서 모델 3 과 S 가 독일 프리미엄 세단들을 끔살하던 그 일들이 한국에서 반복되고 있다.

 

 

스포츠카 대신
테슬라를 선택하는 경우

앞에서 보면 마치 포르쉐의 새로 나온 컴팩트 세단과 같은 라인을 자랑한다. 100km 가속을 5초 이하에 해내며 하체의 거동 또한 웬만한 스포츠카 보다는 낫다. 순수한 내연차의 감성이나 수동차량의 재미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내연 스포츠카 대비 반값에 스포츠 성능을 향유할 수 있다.

 

 

기타 요인으로는, 장거리나 정체구간 간선도로 등 주행 패턴 때문에 주행 보조 장치의 편의성을 보고 선택하는 유저들도 많을 것이다 (레벨 2이지만 3인 척 하는 오토파일럿..).

세부적으로 하나 하나를 놓고 보면, 실내에 뭐가 참 없다는 불편감도 있어서 DIY 를 자꾸만 해야 하고, 보혐료도 무척 비싸고, 장기적으로 유지보수의 문제가 생겼을 때 과연 AS 가 잘 될까, 일반부속이 무척 비싸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고, 재무적으로 테슬라가 망해버리면 어떠나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하지만 브랜드 프리미엄, 디자인, 스펙, 별로 차이 안나는 가격이 이 모든것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테슬라가 이름값으로 차지하는 프리미엄이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 전에, 왜 애플이나 테슬라, LVMH 가 세상의 모두를 그렇게 잘 현혹하고, 장기추세적secular으로 성장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 보아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고민과 함께 리처드 리브스가 지은 20 VS 80 의 사회를 읽었다. 그간 많은 사람들이 1대 99를 이야기하였지만 70년대 인플레이션의 종결 이후 80년대 부터의 지난 근 40년간 상위 19%의 몫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왔고 그 추세가 고착되지만 나머지 80은 그리 처지가 나았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그런데, 그 동안 지수적 성장을 보인 산업이 바로 1%를 위한 최고급 맞춤 제품이 아니라 중상위 층임을 내세울 수 있는, 소위 위치재 역할을 하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LVMH 의 사업 영역이 바로 그것이다). 공장식으로 만들지만 프리미엄이 붙어서 비싸게 팔리고 많은 그로스 마진을 남길 수 있는, 포르쉐, 애플과 같은 상품이 이에 해당한다.

-주. 책 ‘플랫폼 제국의 미래’에서 이와 같은 프리미엄 전략을 애플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좀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 본부

 

나는 ‘중앙은행이 08년 이후 찍어낸 이 세상의 모든 돈은 결국 베르나르 아르노들에게 수렴한다.’ 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베르나르 아르노의 제국 LVMH 가 보이는 팽창의 역사를 보면, 프리미엄 브랜드가 어떻게 상위 19% 와 상위 19% 를 지향하는 나머지 80%의 모든 돈을 쓸어담는지 알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든 간에, 개인의 입장에서 급한 것을 다 쓰고 저축/투자를 하고 남는 돈은 소위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에서 상위 3단계에 해당하는 소속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것들에 지출을 고려하게 되는데, 이를 쉽게 해소하는 것이 위치재에 대한 소비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살 차가 없다?

그러니, 기왕 차를 사는거 얼마 차이도 안나는데 프리미엄 전기차를 고려하는 것이 당연지사가 된다. 그리고 이 역할을 모델 3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미 2년 반 전에 G70 전기차가 현대의 친환경차 마일스톤에 바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꼭 필요함을 역설한 바 있었는데 보조금에 힘입어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격 상승요인이 희석되어, 아이오닉 전기차로는 내지 못하는 순이익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시장의 미충족 수요인 탈만하고 코딱지만하지 않은 프리미엄 전기세단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었다.

“돈이 있고 좋은 전기차를 사고 싶어도 살 차가 없다. 아이오닉은 비좁고 의자도 매우 불편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선택지에 올려놓을 수 있는 차는 그 뿐이다. 게다가 곧 전기차로 나올 코나는 세그먼트의 한계로 실내가 아이오닉보다도 더 좁고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메이저 시장에서 구입 가능한 전기차의 선택지를 놓고 봤을 때 제네시스 G70 에 해당하는 세그먼트는 딱 비어있다. 그런데, 제네시스는 브랜드를 현대가 아무리 띄우려 해도 도요타의 렉서스처럼은 잘 되지 않고 있다.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가장 손쉽고 빠른 방법이 G70 전기차를 판매하는것이다.

테슬라는 수제작 프로토타입을 자기 직원들한테 인도하고, 시트와 모니터가 달리지 않은 차를 영업소에 딜리버리해놓는 일을 해도 사람들이 믿고 주가를 유지 시켜주는 것을 보라. 반면 현대는 이미, 테슬라가 모델 3을 개발한 것 보다 훨씬 더 짧은 개발 기간을 통해 AE-EV (아이오닉 전기차) 라는 쓸만하고 효율적인 제품을 만들어서 양산한 바가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테슬라가 삐걱거리는 이 타이밍에 400km 가는 고급 실내의 프리미엄 전기차가 지금 뿅 나와주면, 제네시스 브랜드는 일약 미래지향적 프리미엄 브랜드로 독보적 지위를 가질 수 있다. ”

 

 

페이스리프트 아이오닉이 나오던 시점에라도 이런 것이 나와줬다면 얼마나 좋았을 지 싶다. 2천억 정도만 그냥 날린다고 생각하고 미리 투자했더라면 현대기아차가 이미 노쇠한 코나와 니로를 바라보며 전기차 전용 모델이 출시될 2021년까지 천수답 식으로 기다리지는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싸고 작은 차를 베이스로 전기 모터랑 배터리를 달아서 전기차 한다고 내세우는 시절은 60 kWH 배터리팩의 일상화와 함께 끝나버렸는데, 전기차의 세그먼트를 B, C로 한정시켜버림에 따라 몇 년간 브랜드 이미지를 꾸준히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그대로 날려버린 셈이다.

갑작스러운 코로나 바이러스로 CO2 배출권 가격, 원유 등이 모두 폭락하며 친환경 차량의 메리트가 다소 감소된 현 시점에서도 글로벌 제조사들은 다행이도 전동화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과점적 지위를 차지한 테슬라, 급격히 하락하는 컴팩트 전기차 점유율, 선전하지 못하는 저효율 프리미엄 전기차의 모습들을 바라보며 보조금 등 정책 요인이 개입된 친환경차 시장에서 업계는 어떻게 프리미엄성을 확보하여 생존하고 성장해 나아가야 할 지 보다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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