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안드로이드냐 아이폰이냐?
미래차 사업모델 촉각

최근 자동차 업계는 연결성, 자율주행, 공유, 전동화를 가리키는 이른바 ‘CASE(Connectivity, Autonomous, Sharing Service, Electrification)’라는 새로운 물결로 큰 변화를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시가총액 1위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이 자동차 업계와 본격적인 협력을 시도하면서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의 손짓 한 번에 세계
자동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애플이 현대자동차에 ‘애플카’ 개발 협업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게 알려진 9일 현대차 주가가 19.4% 폭등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향후 전기차 동맹의 향방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 지형을 뒤흔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전기차 동맹에서도
‘아이폰 모델’ 구현되나

자동차 업계는 애플과 펼쳐질 전기차 생태계가 ‘안드로이드 모델’이 될지 ‘아이폰 모델’처럼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애플과 협력할 완성차 제조사가 등장했을 때 애플과 자동차 회사가 어떤 관계로 맺어질 것이냐는 문제다.

 

안드로이드, 제조사가 제품 주도
아이폰, 설계대로 OEM방식 납품

안드로이드 모델은 구글이 주도하는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OS)로 활용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처럼 스마트폰 제조사가 각자 자유롭게 제품을 만드는 생태계를 일컫는다. 반면 아이폰 모델은 대만 폭스콘처럼 파트너 기업이 애플의 브랜드와 설계를 그대로 반영한 제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다.

 

 

동맹방식따라 車시장 지형 달라져

세계 시장에서 연간 수백만 대의 양산차를 파는 자동차 회사가 애플카에서 폭스콘 같은 역할을 요구받는다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매출은 커지겠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 수십 년간 공들인 자체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정 규모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가진 완성차 기업은 물론이고 최근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한 폭스콘까지 애플카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새롭게 만들어질 전기차 생태계에서 더 큰 부가가치를 가지려고 할 텐데 어떤 협력이 가능할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전기자동차 전용 플랫폼 ‘E-GMP’의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자동차 산업도
플랫폼 비즈니스로 전환될 것

어떤 생태계가 구현되더라도 애플의 전기차 진출 시도가 자동차 산업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많지 않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자면 애플이야말로 내연기관차 첫 등장(1886년), 포드의 자동차 생산 컨베이어 벨트 도입(1913년)에 버금갈 변혁을 이끌 힘이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것을 생각하면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는 “많은 사람은 제품을 보여주기 전까진 자신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고 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고객 자신도 모르는 요구를 찾아내 상품과 서비스로 보여주는 게 핵심 경쟁력인 만큼 내연기관을 진화시킨 수준의 현재 전기차와는 차원이 다른 제품이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자동차 기업에 내밀 진짜 카드는 디자인 혁신이 아닌 소프트웨어 혁신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차량 소프트웨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무선 펌웨어·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운영체제 등 기술을 발전시켰다. 결국 차량을 활용한 데이터 비즈니스로 확장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처럼 자동차도 플랫폼 산업으로 바뀐다면 애플, 구글 등 IT 기업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 업계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테슬라가 급격하게 시장을 확대하는 상황은 애플 등 여타 IT 기업들의 애간장을 태우기 충분하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기존보다 역할을 확대한 전기차(EV) 사업부를 신설하고 적극적인 미래차 대응에 나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기업들은 현 상황을 ‘까딱하면 옛 노키아, 모토로라처럼 추락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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