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새로 도입한 가상 시뮬레이션(아래 사진)에는 기존(위 사진)과 달리 차선의 실제 선명도와 태양 위치에 따른 역광, 눈부심, 앞 차량의 무늬 등을 구현했다.

 

현대모비스 가상 시뮬레이션 현장

“태양의 위치에 따른 역광이나 운전자의 눈부심까지도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해야 자율주행기술의 신뢰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최근 찾은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차 실험실이 있는 경기 용인시의 현대모비스 마북연구소. 이정근 현대모비스 AV(자율주행차) 시스템 평가셀 책임연구원은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도로 환경을 가상으로 만들어 놓고 24시간 자율주행 기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말 자율주행차 전문 솔루션 스타트업인 이스라엘의 코그니타와 손 잡고 더욱 정교해진 가상 시뮬레이션을 개발했다. 차선의 흐림과 진함, 도로의 오염 여부, 태양의 역광은 물론 앞서가는 차의 무늬와 형태 등을 보다 정교하게 파악해 자율주행기술의 효용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실제보다 더 실제같은 도로환경속
지워진 차선-갑툭튀 동물-날씨 등

이곳에서는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가상 시뮬레이션 실험이 한창이었다. 가상 시뮬레이션은 말 그대로 실제 주행도로가 아닌 가상의 도로를 만들어 자율주행 기술을 실험하는 플랫폼이다. 이날 본 현대모비스 가상 시뮬레이션의 정교함과 화질은 마치 블랙박스 영상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현실과 흡사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말부터 자율주행차 시뮬레이션 솔루션 전문 스타트업인 이스라엘 코그니타 등과 함께 더욱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구글은 이미 2015년부터 200만 개의 다양한 주행 시나리오를 만들어 연간 53억 km의 가상 주행을 하고 있다. BMW도 지난해 3월부터 500만 km의 주행 정보를 기반으로 가상 시뮬레이션을 도입했다. 그런데 현대모비스의 시뮬레이션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다른 기업들은 일반도로 주행 정보를 바탕으로 가상현실을 구현한다. 현대모비스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발생한 실제 차량 사고 정보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실제 사고가 났던 도로 및 운전 환경과 사고를 유발한 각종 정보를 디지털화해 다양한 주행 시나리오를 만든 것이다. 그러고는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가상의 차량을 시나리오에 투입시킨다.

 

자율주행차가 안개가 낀 가상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가상 시뮬레이션에서 각기 다른 날씨와 기온, 자연 환경 변화 등을 구현해 다양한 환경에서의 자율주행 기술 실험을 하고 있다.

 

수천가지 시나리오 24시간 실험
실제 도로실험 물리적 제약 극복

이 책임연구원은 “시뮬레이션의 내용이 현실과 괴리가 있으면 실효성이 전혀 없는 것이 된다”며 “실제 사고 데이터를 통해 자율주행차 훈련에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시험으로 치면 자율주행차에게 어려운 문제만 모아서 내는 셈이다.

현재 현대모비스는 수천가지의 운행 시나리오를 만들어 24시간 자율주행차를 시험하고 있다. △차선이 지워지거나 끊어진 상황 △물과 기름이 쏟아져 오염된 도로 △도로 일부가 깨지거나 파손된 환경 △도로로 동물이 튀어나오거나 도로에 사람이 누워 있는 경우 △장마, 눈보라, 빙판길 등의 날씨는 물론이고 태양의 위치에 따른 역광 등 다양한 상황을 구현했다. 심지어 레이더와 라이다 빔이 철제 표지판이나 방음벽에 반사가 돼 오작동이 일어나는 상황도 실험을 한다.

가상 시뮬레이션의 정밀성이 중요한 것은 자율주행차를 실제 도로에서 실험하는 데 물리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인간 운전자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이 동등해지기 위한 입증 거리는 약 4억4000만 km다. 자율주행차가 그만큼을 무사고로 운전해야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4억4000만 km는 100대의 자율주행차가 평균 40km 속력으로 하루 종일 운전을 해도 12.5년이 걸리는 거리라 가상 시뮬레이션 실험이 중요하다.

 

경기 용인시 현대모비스 마북연구소 연구원들이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앞서가는 차량의 갑작스러운 감속에 따른 자율주행차의 제동력을 실험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이날도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가상의 차들이 하루 약 1500km씩을 달리고 있었다. 이 책임연구원은 “중국 등 해외 2, 3개국에서도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 개발을 하고 있다”며 “여러 변수를 조정하면 10만 개가 넘는 주행 시나리오가 나온다. 실제 도시 및 도로 환경 데이터도 더 확보해 자율주행기술의 신뢰성과 유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용인=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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