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

3일 저녁 중국 베이징 도심 차오양먼(朝陽門) 근처에서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추싱(滴滴出行)’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 약 5분 뒤 차량 한 대가 도착했다. 차종은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모델3’였다. 최근 베이징 거리에서는 녹색 번호판을 단 이런 전기차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자들의 ‘세컨드 카’ 정도로 인식됐지만 이제 서민들의 생계수단인 ‘디디추싱’에까지 전기차가 쓰이고 있는 것이다. 운전자 리우(劉) 씨는 “요즘 전기차가 아니면 당국으로부터 신규차량 번호판조차 받기 어렵다”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테슬라 전기차가 출시돼 구입했고, 쉽게 번호판을 받아 디디추싱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1∼10월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2위에 오른 상하이GM우링의 훙광 미니

 

중국, 2035년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은 유럽과 중국이다. 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리서치업체 마크라인을 인용해 올해 1∼10월 유럽의 전기차 판매가 88만1000대를 기록해 중국(78만9000대)을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유럽의 판매대수는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국가 주도로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 기술은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 기존 선진국을 따라잡기 힘들다고 보고 미래 자동차의 핵심인 전기차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경제뉴스 포털 시나차이징(新浪財經)은 “내연기관차 경쟁에서는 뒤졌지만 전기차를 통해 중국이 커브 길에서 앞차를 추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올해 10월 “2035년부터 일반 내연기관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것도 이 일환이다. 지금은 중국 자동차 생산량 중 전기차가 5%를 차지하고 있지만 2035년에는 전기차 등 신(新)에너지차 50%, 하이브리드차 50%를 생산하고, 휘발유·디젤 엔진 차량은 완전히 퇴출시키겠다는 목표다.

중국은 지금도 세계 제1의 자동차 수입 국가다. 그런데 앞으로 전기차 비중이 급속도로 증가하면 세계 최대 ‘전기차 전장(戰場)’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 같은 엄청난 규모의 소비 시장을 이용해 전기차 산업 ‘A부터 Z’까지를 모두 장악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복안이다. 이런 계획이 미중 갈등이 심각한 상황 속에서 발표됐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중국 기업 때리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로서는 “전기차만큼은 서방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리쥔(李駿) 중국자동차공정학회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배터리 제조부터 완성차 생산까지 전기차 산업의 가치 사슬에서 완전한 자주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 베이징의 전기차 정책 역시 중앙정부와 궤를 같이한다. 시 당국은 2011년부터 교통체증 완화와 대기질 개선 등을 위해 승용차 번호판 규제를 실시해 왔다. 하지만 전기차는 오히려 번호판 발급 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2016년 기준 베이징시에 등장한 신규 승용차는 총 15만 대였다. 휘발유·디젤 승용차가 9만 대(60%), 전기차는 6만 대(40%)였다. 불과 2년이 흐른 2018년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신규 공급된 승용차 총 10만 대 중 전기차가 6만 대(60%), 휘발유·디젤 차량이 4만 대(40%)로 전기차가 추월했다.

 

 

100% 중국산 테슬라 모델3 가능성

중국이 전기차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강력한 배터리 제조 경쟁력에서 기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9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기준 톱5에 중국 업체인 CATL과 BYD가 포함됐다.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생산 업계보다 한발 앞서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차 생산업계 입장에서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핵심 요소로 꼽힌다. 질 좋은 배터리를 싸게 만들 수 있다면 전기차 경쟁력 또한 올라간다. 현재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원재료인 전구체(前驅體) 등을 자체 조달하고 있다. 한국 등도 이를 중국에서 조달할 정도로 중국의 경쟁력이 상당하다. 미국 싱크탱크 미래에너지안보(SAFE)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142개 중 107개가 중국에 몰려있다.

중국 전기차 부품업체들은 전기모터, 열 제어 부품 등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적지 않은 중국 업체가 미국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 독일 폭스바겐 등 세계 유명 자동차기업에 전기차용 부품을 납품하며 경쟁력을 쌓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곧 100% 중국산 테슬라 ‘모델3’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부품 제조 기업의 성장으로 미 테슬라 차량의 모든 부품이 중국산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1∼10월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4위에 오른 BYD의 뉴Qin EV

 

‘전기차 3형제’에 대한
관심도 폭발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3형제’로 불리는 니오, 샤오펑, 리오토 또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3개 업체는 올해 11월 한 달간 주가가 각각 53.69%, 231.63%, 101.88%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거품을 우려하지만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대한 월가의 높은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니오는 올해 3분기(7∼9월)에 중국에서 1만2206대를 판매했다. 매출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6% 증가한 6억6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샤오펑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6%배 증가했고 매출 또한 약 4배 늘었다.

 

 

올해 2월 출시된 리오토의 단일 모델 ‘리샹원’은 8월까지 누적판매량 1만5629대를 기록했다. 출시 반년 만에 누적판매 1만 대를 돌파한 것은 중국에서도 이례적인 성과로 꼽힌다. 중국 전기차업계의 전통강자 비야디(BYD)의 10월 판매량 역시 2만3217대로 전년 동기 대비 84.7% 늘었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 상위 20개 차종 중에서도 비야디, 광저우자동차(GAC), 니오(NIO)의 각 1개 모델과 상하이자동차(SAIC)의 2개 모델 등 중국 업체의 차종이 5개 포함됐다. 이 외에도 약 500만 원짜리 소형 전기차 ‘훙광 미니’를 판매하는 상하이GM우링(SGMW) 또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1∼10월 누적 판매량에서는 테슬라의 ‘모델3’가 ‘훙광 미니’를 앞서지만 올해 8∼10월 석 달간 판매량만 놓고 보면 ‘훙광 미니’가 ‘모델3’를 제쳤다. 중국 누리꾼 또한 훙광 미니를 ‘인민의 전기차’로 부르고 있다.

 

정부 보조금,
저가 이미지 등 한계도

중국의 전기차 시장의 불안 요소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시장 성장을 견인해 온 정부 주도 지원이 향후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지원이 대부분 구입 보조금, 세금 면제 등의 형태로 이뤄져 자생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중국은 2009∼2019년 신에너지차 시장에 6760억 위안(약 113조2502억 원)의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전기차를 포함해 신에너지차 시장에 들어온 정부 보조금 규모만 해도 1349억 위안(약 22조6078억 원)이다. 일부가 연구개발(R&D) 지원, 충전 인프라 확충 등에 쓰이긴 했지만 절대 다수는 구입 보조금, 세금 면제 등에 투입됐다. 이는 중국 전기차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상당한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각국이 불공정 거래 등을 문제 삼아 제재를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특유의 저가 이미지 또한 중국 전기차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중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C) 최근 보고서에서 “니오를 비롯해 몇몇 제조사가 고급 전기차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테슬라와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명품 자동차 브랜드들도 전기차를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어 수익성이 높은 시장에서 중국 현지 브랜드들의 입지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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