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해 달라지는
전기차 보조금을 살펴보기

정부가 최근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과 예산을 확정지으면서 브랜드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인데요. 일부 고가 모델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기차는 여전히 정부의 보조금 혜택을 받지 않으면 가격 측면에서 기존 내연기관차와 경쟁이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더하면 2000만 원에 육박하기도 하는 보조금은 전기차 시장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정부는 올해부터 가격대에 따른 차등 지급이라는 원칙을 정했습니다. 수입 여부나 브랜드에 따라서 차등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했으니 꼭 누군가를 차별하겠다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국민의 혈세가 고스란히 들어가는 보조금이니만큼 정부도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해 나름의 생각을 반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실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은 사실 세계 각국이 자국 전기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수단이라는 점까지 한번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예산·댓수 모두 늘어난
친환경차 보조금

올해 전기차 보조금 정책, 큰 틀은 주는 입장인 정부의 눈으로 보면 알기 쉽습니다.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수(이륜차 포함)를 지난해 9만9650대에서 올해 12만1000대로 늘렸습니다. 시판 모델이 현대자동차의 ‘넥쏘’ 1종 뿐인 수소전기차도 보조금 지원 대수가 1만 180대에서 1만5185대로 늘었네요. 자연스레 예산이 더 필요합니다. 지원 예산은 전기차가 8174억 원에서 1조 230억 원으로, 수소전기차는 2393억 원에서 3655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전기차는 보조금 예산을 25%가량 늘렸고 수소전기차는 50% 넘게 키웠습니다. 친환경차 보급을 더 빠르게 늘리는 것이 맞다는 정부의 판단이 근거이겠습니다.

 

 

6000만 원 넘으면 절반
9000만 원 넘으면 0원

정부의 생각은 저렇고… 고객 입장에서 중요한 건 개별 차종에 대한 보조금 변화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전기차 가격 등에 따른 차등 지원입니다. 정부 발표 자료를 그대로 옮겨보면 “전기차 가격인하를 유도하고, 대중적인 보급형 모델의 육성을 위해 가격 구간별로 보조금 지원기준을 차등화한다”입니다. 그리고 부연된 설명이 바로 “6천만원 미만 전액 지원, 6~9천만원 미만 50% 지원, 9천만원 이상 미지원”입니다. 국고보조금 최대액은 820만 원에서 800만 원으로 조금 줄었는데요. 지역별로 다르게 매겨지는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까지 더한 올해 최대 지원액은 1900만 원입니다. 이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도 국고 보조금에 비례해서 지급이 됩니다.

 

 

모델S는 보조금 0원
모델3도 대폭 삭감

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1만 대 이상을 판매한 테슬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입니다. 테슬라의 고급형 세단 ‘모델S’의 경우 모델별로 지난해 734만 원에서 771만 원까지 국고보조금이 지원 됐는데요. 최대액이 820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금액을 지원해줬던 것인데 이제 ‘모델S’는 롱레인지와 퍼포먼스 모델 모두 국고보조금을 한 푼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보급형 세단이라고 할 수 있는 ‘모델3’는 사정이 좀 낫지만 그래도 많이 불리해졌습니다. 스탠다드 모델은 684만 원이 책정됐지만 롱레인지와 퍼포먼스 모델은 각기 341만 원, 329만 원으로 확 줄었습니다.

모델3 롱레인지 모델은 지난해 800만 원의 국고보조금이 나가던 모델인데 가격별 차등 지급에 따라 양상이 크게 달라진 것입니다. 재규어랜드로버의 ‘I-PACE’, 메르세데스벤츠의 ‘EQC 400’, 아우디의 ‘e-tron 55 콰트로’도 모두 현재의 가격을 기준으로 국고보조금이 ‘0원’이 됐습니다.


 

가격 책정 어쩌나…고민에
깊은 전기차 브랜드들

브랜드들은 이제 셈법이 복잡해지게 됐습니다. 6000만 원, 9000만 원이라는 가격대를 감안해서 차량 가격 설정을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 9000만 원 밑으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없는 차들은 차라리 마음 편할 수도 있겠습니다. 1억5000만 원에 육박하는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이 대표적입니다. 포르쉐코리아는 일찌감치 “보조금 받을 마음이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타이칸 수준이 되면 보조금 혜택과 별로 상관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6000만 원 전후에 걸쳐 있거나 9000만 원 전후에 걸쳐 있는 모델들 그리고 앞으로 출시될 차들의 가격은 이제 고민이 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당장 테슬라 예비 고객들 사이에서는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나오는데 6500만 원에 가까운 모델3 롱레인지 모델 등에 이런 요구가 집중되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국내에 전기차를 내놔야 하는 다른 브랜드들 역시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듯 합니다. 생각했던 가격이 6000만 원, 9000만 원선에 걸린다면 그 밑으로 끌고 내려올 수 있는지 열심히 고민을 해볼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정부의 발표에서 “전기차 가격인하를 유도하고”라는 대목의 의미를 여기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

 

 

브랜드 차별 논란 있지만
가격·전비 조건 등 타당성 높아

전기차 차종이 아직 제한적이고 희비가 엇갈리는 브랜드, 모델들이 나오면서 차별에 대한 주장도 나올 법 합니다. 그런데 사실 정부는 차등 지급 기준을 마련하기 전인 지난해 보조금 기준 때문에 꽤 비판을 받았습니다. 요약하면 ‘친환경차 보급이라는 명분으로 세금을 쓰는데 고가의 수입 전기차에까지 보조금을 줘도 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 비판은 고가 그리고 수입 두 가지 포인트로 나눠서 보면 좋겠는데요. ‘수입’이라는 이유로 일부러 차별한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고가’라는 건 조금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테슬라 모델S의 경우 1억 원이 넘고 메르세데스벤츠의 EQC도 1억 원 안팎입니다. 성능이나 인테리어 등 여러 측면에서 비싼 만큼 좋은 차들일 수 있는데… 그게 문제입니다.

‘전기차’라는 이유로 왜 1억 원이 넘는 차를 사는 사람에게 세금을 보태줘야 하느냐, 라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올해의 방식이 더 정상적이고 정부가 지난해에 다소 안이하게 보조금을 줬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6000만 원이라는 기준도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봐야할 듯 합니다. ‘6000만 원’이라는 가격을 놓고 보면 국산 내연기관차 중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 정도를 제외하면 이 가격에 근접하는 차를 찾기가 힘든 수준입니다. 전기차는 아직 생산량이 많지 않고 배터리 가격이 비싸서 기본적으로 가격이 높다고는 하지만 역시 “비싼 차 구입에 왜 내 세금 쓰느냐”는 목소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가격일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도 있습니다. 정부가 책정하는 예산이 전기차의 인기가 낮아서 다 쓰이지 않고 남는 상황이라면 비싼 모델에까지 보조금을 주는 것이 납득될 여지가 있겠지만 전기차 보조금은 현재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또 전기차는 여전히 전기요금 측면에서도 저렴한 충전 비용으로 상당한 배려를 받고 있습니다. 땅 파서 만드는 전기가 아닌 건 물론이고 국민들이 한국전력에 고스란히 전기요금을 내고 있는데 누군가는 혜택을 받는다니… 차를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보니 이런 점 역시 전기차를 타지 않는 시민들에게는 불만스러울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정부는 이번에 전비 등을 감안한 보조금 책정으로 이런 문제에서도 일정한 정당성을 찾아가는 모습입니다.

 

 

친환경차 보조금,
자국 산업을 위한 무기

사실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세계 각국 정부가 손에 쥐고 있는 아주 중요한 ‘무기’입니다. 전기차에서 왜 6000만 원, 9000만 원의 기준을 설정했느냐, 에 대한 설명에 사실은 하나의 분석이 더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 아무래도 중·저가의 전기차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큰 현대차와 기아라는 점입니다. 현대차는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라인업에서도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현대차그룹은 대중차 브랜드입니다. 결국 가격에 따른 차등 지급이라는 것은 시민들의 눈높이에도 맞고 앞으로 국내 전기차 산업 발전에도 부합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보조금 정책에 혹시 이런 복안이 깔려 있다고 한다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될까요? 별로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왜? 다른 나라도 다들 그러고 있기 때문입니다. 1년여 전에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해외의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을 분석한 적이 있는데요. 이 분석에 따르면 프랑스는 하이브리드차(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에 대한 보조금을 2017년, 2018년부터 제외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HEV는 일본 브랜드가, PHEV는 독일 브랜드가 강점이 있으니 르노를 비롯한 프랑스 브랜드가 잘 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몰아주겠다는 것입니다. ( 실제로 르노의 ‘조에’는 상당히 잘 팔리는 전기차로 지난해 국내에도 출시가 됐습니다. )

독일은 어떨까요? 마찬가지입니다. 자국 업체의 친환경차 개발이 본격화된 2016년에야 보조금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PHEV 보조금 비율을 다른 국가에 비해 높게 설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국의 기업(폭스바겐)이 저가형 전기차(ID.3)를 내놓자 그 가격대를 감안한 저가 전기차 보조금 증액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일본 역시 자국이 강점을 가진 PHEV와 수소전기차에 집중하면서 수소전기차 보조금을 전기차 보조금의 5배로 책정했다는 것이 당시의 분석이었습니다.

노골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보조금은 규제가 아니고 혜택입니다. 그리고 따져보면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보조금 정책 어디에도 명시적인 ‘국가별 차별’, ‘브랜드별 차별’은 없습니다. 친환경차 종류별로 가격별로 보조금을 차등 지급할 뿐입니다.

 

 

올해 한국에서는
‘전기차 대전’

국내에서는 정부까지 나서서 가격인하를 압박하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은 눈덩이 구르듯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70만 대 정도로 추산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올해 235만 대 규모로 크게 증가할 전망입니다. 40%에 가까운 성장이라니 엄청난 증가 속도입니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는 본사 차원에서 컴팩트 전기 SUV인 ‘EQA’를 전 세계에 공개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서는 가급적 빨리 이 모델을 국내에 출시하기 위해 분주한 듯 합니다.

조만간 공개할 현대차의 ‘아이오닉5’, 올 1분기에 공개되는 기아의 전기차 ‘CV’ 등도 관심을 모으면서 올해 한국에서는 뜨거운 ‘전기차 대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데요. 현대차그룹이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4위권 플레이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의 전기차 대전은 글로벌 전기차 대전의 축소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전기차의 선구자일뿐더러 차의 개념까지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를 테슬라의 아성에 다른 브랜드들이 도전하는 올해의 상황을 독자 여러분들도 관심 있게 한번 지켜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이끄는 이들 브랜드의 성공과 실패 뒤에는 어쩌면 자국 산업의 미래를 건 각국 정부의 조용한 뒷받침이 있을 수 있다는 상상을 같이 해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수 있겠습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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