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on GT

템포를 더욱 재촉하는
자동차 전동화의 물결

마지막으로 전동화 모빌리티에 대한 포스팅을 한 지 정확히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연구자의 직업을 영위하면서 주요 학사 일정과 학회 일정이 몰려 있는 2월 말 부터 전동화와 관련된 이슈들은 열심히 챙겨보기 어려웠던 탓이다. 정신없이 급히 눈앞에 벌어지는 일들을 처리하다가 달력을 확인하니 일년의 1/4에 해당하는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한 분기 동안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물결은 템포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드의 F-150 전기 픽업이 공개되었고 – 포드 전체 라인업에서 가장 중요한 모델이 순수 전기차로 발매되는 자체로 매우 실제적이고 또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 3월, 메르세데스 벤츠는 역시 상징적으로 가장 중요한 세그먼트인 대형 세단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VA(Electric Vehicle Architecture) 를 적용한 EQS를 공개했다. 이러한 2021년 현재 업계의 모습은, 과거 (4-5년 전) 컴플라이언스 카 형태의 전기 모델을 출시하던 것, 2019-20년에는 탄소 배출 기준을 클리어하기 위해서 억지로 주력 세그먼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적용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형국이라 할 수 있다. 거시적으로 2025년 까지는 메인스트림 세그먼트의 전동화를 완성해 나가야만 하는 업계의 단계적인 움직임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타이칸

 

기대이상의 실력을 보여준
포르쉐 타이칸

포르쉐의 타이칸(Taycan)은 이와 같은 전동화의 흐름에서 폭스바겐-아우디 그룹의 프리미엄, 고성능 전동화 모델로 테슬라 모델 S 보다 하드코어한 고성능을 자랑하는 헤일로 카(halo car)의 임무를 띄고 출시되었다. 대용량 배터리와 고성능 모터를 장비하고 장시간 한계주행을 지속하더라도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 장점을 과시하는 해당 모델은 발매 당시 스펙상의 전기 주행 가능 거리가 짧아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출시 이후 다양한 로드테스트에서 실제 운용상의 주행거리는 페이퍼 스펙보다 우수함이 확인되며, 타이칸은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다. 과거 포르쉐의 보수적인 페이퍼 스펙 발표 정책이 다시한번 드러난 셈인데, 2020년 1년간 타이칸은 20,015대 판매되어, 카이맨과 박스터를 합한 21,784대에 바짝 뒤쫓는 선전을 보였다. 테슬라의 모델 S와 X가 2020년 한해동안 세계적으로 57,039대 판매된 것과 비교할때, 주행거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등장한 타이칸의 판매고가 우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포르쉐 ‘타이칸’. 포르쉐코리아 제공

 

가격과 패키징을 개선한
아우디 E-Tron GT

하지만 국내에서 타이칸은 1억 후반~2억 중반에 해당하는 상당히 고가의 차량으로 (남들 하는 식으로 어느정도 옵션을 추가하면 이정도 된다), 대부분의 잠재적 전기차 구매자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모델이다. 이러한 가격적인 접근성을 개선하고 타이칸의 성능상의 장점과 패키징적 우수성 – 4인승 그란투리스모 형상으로서 파나메라가 가지는 대부분의 장점 – 을 모두 유지한 차량이 오늘 프리뷰를 통해 만나본 아우디의 E-Tron GT 모델이다.

 

E-tron GT

 

그야말로 포르쉐 타이칸의
아우디 버전

2021년 2월 세계 최초로 공개된 동 차량은, 그야말로 포르쉐 타이칸의 아우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차량이다. 실제로 40퍼센트의 부품을 타이칸과 공유하고 있으며, 총 용량 93.4 kWh 의 배터리 (84 kWh 가용), 800볼트 초급속 충전 등을 지원한다. 국내에는 RS 모델 (0-100km/h 가속 3.3초) 과 일반형 (0-100km/h 가속 4.1초) 이 출시될 예정이며, 기본적으로 풀 옵션이 들어간 채로 일반형은 1.5억원 가량, RS 모델은 2억원에 약간 못미치는 가격표를 달고 출시될 것이라고 한다.

외관 및 내장 프리뷰 행사인 관계로, 주행 성능을 확인해 볼 수 없으나, 이미 내가 좋네 나쁘네를 거론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모든 파라미터에서 우수성이 입증된 타이칸 그 자체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니, 나로서는 시승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E-tron GT

 

E-tron GT

 

R8이 떠오르는 외관

외관은 전체적으로 앞모습은 과거 아우디 R8이 떠오르는 인상이며, 옆의 실루엣은 타이칸의 그것과 아주 비슷하다. 911이나 파나메라의 곡선과 마찬가지이다. 아우디와 포르쉐가 공동개발하고 포르쉐가 주펜하우젠 공장에서 생산했던 아우디 RS2 모델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E-tron GT

 

호화롭고 스파르탄하다

실내는 호화로우면서 동시에 스파르탄하다. 국내향은 다이나미카 극세사 소재 (알칸타라 내장과 유사) 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운전석에 앉았을 때의 느낌은 흡사 과거 경험해 본 R8의 뉘앙스를 받는다. 핸들을 손에 잡아보니 목에 힘을 주고 열심히 달려야 할것 같은 의무감이 생긴다. 4인승 E 세그먼트 차량이지만, 오너 드라이버가 스포츠 주행을 하는 것을 기본적으로 상정한 차량이다.

이러한 실내의 셋팅은 전기차로서 사용자가 누릴 수 있는 공간 자체를 중시한 (어디에 가서 차를 세워놓고 시간을 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 현대 아이오닉 5나 테슬라의 여러 차량들과는 다른 접근이라 할 수 있다.성능을 위한, 달리기 위한 자동차인 것이다.

 

 

뭐하나 희생 없이
성능과 공간을 모두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전용모델의 장점을 그대로 보유하여, 프렁크(frunk)와 평평하고 넓은 트렁크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으며, 뒷좌석은 가족용 차량으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과거 극단적인 고성능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공간을 희생하고 궁극적으로는 베를리네타 형태의 차량 구성이 필요하던 것과는 달리, 전동화는 성능과 공간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해 준다.

동 차량은 실 생활에서 일회 충전에 400~450km 가량의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정도면 사실은 해당 차급에서 가솔린 연료를 사용하는 것 보다 멀리 가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대배기량 과급 가솔린 모델의 서울 시내 실주행 연비가 5~6km 가량임을 감안해야 한다. 800V-270kW 고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23분만에 5%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에서는 환경부의 50~100kW 충전기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집밥이 있다면 일상생활은 아주 충분하고, 고속도로 주행은 60kWh 이상 배터리 차량이면 집에서 채워 나간 배터리를 다 소진한 다음이라면 어차피 힘든,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선택지가 늘어나는
소비자는 즐겁다

분명한 점은 짧은 주행거리가 유일한 흠이었던, 동사의 SUV 인 E-Tron 보다는 한 세대 후속의 아키텍쳐로, 더 나은 효율성과 실생활 주행가능거리를 보여줄 것이라는 것이다. 과거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가 전동화 전용모델이 갖추어야 할 우수한 효율성을 보여주지 못하였던 한계 또한 단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모델 S와 비슷한 성능이 필요하지만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로서의 성숙도가 부족한 테슬라 외의 브랜드의 쿠페-세단형 자동차를 찾는다면 E-Tron GT는 적격이다. 이렇게 폭스바겐 아우디 그룹은 배터리 전기차 라인업을 하나하나 채워나가고 있다. 밑에서는 ID3, 4, 6 이렇게 올라오고 위에서는 E-Tron, E-Tron 스포츠백, E-Tron GT, 타이칸… 아우디는 2025년까지 30종 이상의 전동화 모델을 출시하며 이는 전체 판매량의 40% 이상을 차지할 예정이라고 한다. 선발 주자로서 본인의 위치를 수성하는 것이 중요해진 테슬라와 빠르게 촘촘하게 라인업을 채워나가는 전통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이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 선택지가 늘어나며 소비자는 더욱 즐거울 수 밖에 없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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