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일본에서 전기차로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2001년에 진출했다가 2009년에 철수했던 일본시장에 13년만에 재도전을 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아이오닉 5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넥쏘(NEXO) 만으로 진출한다는 것인데, 예전에 일본에서 2001년에서 2009년까지는 누적판매량 15,000 대라는 실적을 남긴 채 철수한 것과는 달리, 친환경차량을 앞세워 일본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많이 준비했다”고 전했다. 과연 무엇을 준비했을까?

 

 

첫번째는 ‘친환경차’ 라는 점이다.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의 시장 점유율은 1% 에도 미치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의 자동차 시장구도가 바뀌어가는 지금 재도전의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며, 수소전기차 넥쏘 역시 같은 이유다. 즉, 전기차 시장에서 해볼만하다는 뜻으로, 높아진 기술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에 집중했던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과 달리, 전기차에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두번째는 ‘100% 온라인 판매’인데,
일본 현지에 딜러가 없는 탓에, 100% 온라인 판매 전략을 통해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점이다. 일본은 최근에서야 플로피 디스크를 없애고, 여전히 팩스를 애용하는 등 디지털 전환이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전자결제가 활성화되었고, 최근 1~2년 사이에 현금만 받던 음식점들이 페이페이 등의 전자결제 활성화를 통해 젊은 층에서의 온라인 판매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진 만큼,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과연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자동차의 산업 동향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어떤 전략이 추가되어야 할까?

 

 

일본 전기차 시장 동향

일본 제조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동향을 살펴보면, 일단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개발에 소극적이다. 100년 한번 찾아오는 대변혁기라 불리우는 ‘탈탄소 시대’ 를 맞이해 각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친환경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달리, 일본은 전기차 보급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최근 토요타가 발표한 전기차(BEV) 전략을 살펴보더라도, 2030년까지 총 30개의 전기차를 시장에 출시한다고 하는 등, 타 브랜드들보다 뒤쳐진 모습이다. 그리고, 작년인 2021년 1월에 탈탄소 정책의 일환으로써 2035년까지 신차판매를 친환경 자동차로 100%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203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하이브리드 제외)의 판매비율을 30~50% 까지 축소하겠다는 목표치에서 수정한 것으로 경쟁사들과 비교해 급성장하는 친환경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퇴보하고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전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테슬라도 2021년에는 5,200대를 판매하는 수준이었고, 구입층은 젊은 층이었다. 일본의 전기차 수요를 살펴보면, 작년에는 전년보다 3배 정도 증가한 8,610대 정도다. 일본산 전기차의 비율이 1%가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리고, 수입차 점유율이 5.4%(2021 일본자동차공업협회 자료) 정도에 불과한 일본에서 전기차 시장은 더더욱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전기차 판매대수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600만대가 판매된 전기차 판매량과 비교해보면 정말 참담한 수준이다. 하이브리드카를 제외한다면 친환경차 시장에서 심각하게 뒤쳐진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대체 왜 일본은 이렇게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손놓고 있는 것일까?

 

 

전기차 시장에서 일본이
퇴보된 이유

첫번째 이유는 하이브리드다.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하이브리드카가 있어서 전기차에 큰 투자를 할 필요를 못 느낀 것이다. 순수 전기차에 비해서 하이브리드카는 차량가격이나 항속거리 등에서 유리하며, 하이브리드카를 통해 탄소배출 경감을 이미 예전부터 해오고 있었다. 토요타의 경우만 하더라도 2018년 4월 누적 1,200만대의 하이브리카를 판매해 9,400만톤의 Co2 저감효과를 보였다. 때문에 탄소배출에 따른 패널티를 하이브리드로 보상받고 있어서 전기차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번째 이유는 급격한 고용감소다.
일본 완성차 업체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일어날 경우,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사용되던 부품 약 3만여개 중 엔진과 구동을 담당하는 1만여개의 부품이 사라지며, 이로 인해 약 100만명의 실직자가 발생될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도장문화, 팩스 문화가 남아있는 것과도 비슷하다. 고용안정성을 중시하는 일본기업의 기업문화가 전기차 시장에서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세번째 이유로는 일본의 주거환경을 비롯한 인프라 구축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전기자동ㅊ아 중에서 일본의 주택환경에 적합한 차량이 맞지 않은 것이 소비자 선호도가 낮은 이유 중 하나이다. DC 콤보를 통해 급속충전이 가능하고, 800V 초급속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가 나오는 시대에서 여전히 차데모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전기차가 보급되더라도 충전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일본에 재도전을 하는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만 보더라도, DC 콤보가 아닌, 차데모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의 요구가 커지고 있어서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친환경차 생산 계획들을 발표하고, 일본 정부 역시 국토교통성과 경제산업성이 ‘탄소중립을 향한 자동차 정책 검토회’ 를 통해 2035년까지 승용차의 신차판매를 친환경 자동차로 제한하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 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기간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앞으로 경쟁이 가속화된 전기차 시장에서 과연 경쟁력 있는 자동차 개발과 생산체제, 인프라 구축이 얼마나 빠를 것인지 궁금해지는 가운데, 일본 소비자들의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다. 그리고, 정부가 지원을 늘리면서 테슬라와 폭스바겐, 벤츠, BMW, GM 을 비롯해 현대차까지 전기차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고자 하고 있다. 현대차의 전략은 앞서 언급한 전기차(친환경차), 100% 온라인 판매만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일본에서 예전에 현대차의 인기가 없었던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자국산 자동차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일본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브랜드 신뢰’였다. 일본 전국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휴네트워크를 통해 A/S 에 대한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 우리가 국내에서 중국차를 바라보는 느낌 같은 현대자동차가 넘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또한, 현대자동차가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카쉐어링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기준 1회 충전으로 618km(72.6kWh 배터리, 2WD)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아이오닉5의 일본 판매가격은 기본트림이 479만엔(58kWh), 중간트림 519만엔(72.6kWh)이며, 상위트림은 589만엔이다. 아이오닉5의 V2L 기능은 자연재해가 잦은 일본에서 인기있는 옵션이 될 것으로 보여지는데, 일본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을지. 과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지, 성공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그래도 응원을 해본다.

 

Yongdeok.H
자동차와 자동차 문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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