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quantumscape.com

 요약 
➊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 에너지 밀도, 충전 속도 등을 개선할 혁신적인 배터리로 폭발적 관심을 받고 있다.
➋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는 생각보다 쉽지 않으며 1)품질 개선의 어려움, 2)원가 경쟁력 확보, 3)생산 캐파 확보 등의 난관이 있다.
➌ 이런 이유로 전고체 배터리가 대량 보급되는 데는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되며, 테슬라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의 개선에만 집중하고 있다.

 

12월, 퀀텀스케이프에 쏠린
폭발적 관심

아무거나 골라잡아도 오를 정도로 장이 좋았다는 2020년 주식 시장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누구보다 폭발적인 주가 성장을 보여준 미국 기업이 있다. ‘전고체 배터리’라는 생소한 분야를 연구하는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다. 20년 12월, 퀀텀스케이프의 주가는 주당 $132.73 달러를 기록하며, 4개월 전인 8월의 $9.74 달러에 비해 무려 12배 이상 급등했다.

시가총액 역시 한 때 60조를 넘어서며, 배터리 업계 경쟁자인 LG화학이나 삼성SDI는 물론이고, 완성차 대표주자인 GM과 Ford를 뛰어넘기까지 했다. 퀀텀스케이프 뿐이 아니다. 삼성SDI와 도요타 자동차 등 배터리와 완성차 업계의 기존 플레이어들도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내놓으며 새로운 폼팩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주변에 전고체 배터리를 이용한 자동차나 휴대폰, 노트북을 이용해본 사람은 전무하며, 퀀텀스케이프는 이제 막 생산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을 뿐이다. 전고체 배터리가 도대체 무엇이고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런 관심과 기대가 몰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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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가 무엇이길래
렇게 화제가 되는 것일까?
전고체 배터리의 미래를 과연
장밋빛으로 낙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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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란?

전고체 배터리란, 이름 그대로 ‘전해질이 고체로 되어 있는 배터리’를 말한다. 배터리는 4대 요소인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전자가 이동하면서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 기능을 하게 된다. 여기서 전해질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전자를 실어 나르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 때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은 액체로 되어있지만, 전고체 배터리의 전해질은 고체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둘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전해질이 고체라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의 차이(출처: 삼성SDI 공식 홈페이지)

 

1) 더 안전하다
기존의 액체 전해질은 충격이나 열을 가할 시 팽창하고 외부로 누출돼,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성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고체 전해질은 말 그대로 전해질이 움직이지 않는 안정적인 고체 형태이기에 이런 위험이 없다. (전고체 배터리의 영문명 Solid State Battery에서도 이러한 특성을 직관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안전성에서 전고체 배터리의 다른 장점들이 파생된다.

2) 에너지 밀도가 더 높다.
구조가 안정적이기에, 기존에 안전 보강을 위해 추가했던 부수 부품들을 상당수 덜어낼 수 있다. 또한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 역할을 겸하기에, 기존 분리막이 필요 없게 된다. 이렇게 안전 부품과 분리막을 제거하고 그 자리를 에너지로 채울 수 있기에, 면적당 에너지 밀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년 3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는 1회 충전으로 800km까지 주행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 전기차의 주행 가능한 거리가 400-500km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성능 개선이라 할 수 있다.

3) 충전 속도가 더 빠르다
고체 전해질, 액체 전해질에 비해 충전 시 과열의 우려가 적다. 때문에 안전 우려 없이 배터리에 강력한 전류를 흘려보내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 실제로 퀀텀스케이프가 공개한 전고체 배터리는 15분 만에 용량의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고 하니, 노래 3,4곡만 들으면 충전이 끝나는 수준이다. 연료 주입에 5분 내외가 소요되는 내연기관에 비하면 아직도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현재 전기차 차주들이 겪는 40-50분의 지루한 충전 대기 시간은 상당 부분 해소되는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미래에 대해
성급히 낙관하기엔 이른 이유

 

1. 품질 개선의 어려움(Quality)

모든 스펙에 있어 리튬이온 배터리를 능가하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배터리의 성능 개선이 생각보다 느리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배터리의 본질은 기계 장치보다 화학 물질에 가깝다. 니켈, 코발트, 구리, 인 등 각종 물질들의 조합과 상호작용을 통해 배터리는 그 성능을 발휘한다. 때문에 특정 성능의 개선을 위해 한 가지 물질을 교체하면, 물질 간의 상호작용 양상이 달라지면서 예상치 못한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용량]이 A등급, [충전 속도]가 B등급, [발열 정도]는 C등급이 배터리가 있다고 하자. 엔지니어들이 연일 밤을 새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발열을 낮출 Y라는 물질을 발견하게 됐다. 해서 기존의 X를 Y로 교체하자 [발열 정도]가 C->A로 개선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용량]은 B등급, [충전 속도]는 C등급으로 다운그레이드 돼 버리는 문제가 배터리에선 빈번하게 발생한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제동력을 높이기 위해 브레이크 부품 하나를 바꿨더니 거꾸로 가속력이나 접지력, 연비가 떨어지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배터리는 반도체에 비해 발전이 늦었고, 줄곧 IT 제품 성능의 발목을 잡는 주범으로 지목받아 왔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성능 개선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는 데 터무니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가장 중요한 스펙 중 하나는 흔히 Cycle이라고 불리는 ‘수명’이다. 성능 저하 없이 충방전을 얼마나 오래 반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Cycle 검증 실험을 위해선 반드시 1000-2000번의 물리적인 충방전을 ‘직접’ 반복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스펙 하나 검증하는데 계절이 두 세 번씩 바뀌는 일도 허다하다. 이런 이유로 제대로 된 스펙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2. 원가 경쟁력의 문제(Cost)

전고체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만큼의 원가 경쟁력을 갖추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와 동등한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배터리팩의 가격이 일명 ‘Price Parity’라 불리는 $100/kWh 이하로 낮아져야 한다. Bloomberg NEF에 따르면 ‘20년 세계 평균 배터리팩 가격은 ‘19년보다 약 12% 낮아진 $137/kWh로, 목표 달성에 성큼 다가섰다. 업계에선 대략 ‘23년에 $100/kWh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지어 테슬라는 배터리 직접 생산을 통해 이를 조기 달성하겠다는 공격적인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전고체 배터리는 언제쯤 이런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전고체 배터리 개발 전쟁에 뛰어든 도요타는 ‘25년, 삼성SDI는 ‘27년부터 본격 양산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25년 6배, ‘27년 2배 이상의 높은 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메리츠증권, 2020). 심지어 일부 보수적인 전문가들은 ‘26년까지 전고체 배터리의 가격이 $400-800/kWh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Price Parity를 조기 달성하고 내연기관차와의 경쟁에 뛰어드는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5,6년 전 가격을 뒤쫓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다. 이론상 전고체 배터리의 가격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저렴할 수밖에 없다고는 하나, 일정 생산 규모와 안정적인 밸류체인을 확보하기 전까진, 그 원가 경쟁력에 물음표를 찍을 수밖에 없다. 이미 내연기관 수준의 낮은 가격의 전기차를 맛본 소비자가 쉽사리 값비싼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로 눈을 돌릴 수 있을까? 시간을 두고 신중히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다.

 

3. 의미 있는 생산 규모의 문제
(Scalability)

설사 품질과 가격 경쟁력 2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하더라도, 이를 의미 있는 규모로 생산해내는 데에는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일단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위한 소재와 장비 밸류체인부터 확보해야 한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선 쓰이지 않는 소재가 있다면, 이를 대량으로 저렴하게 공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리튬이온 배터리와는 다른 공법으로 제작될 것이기에, 전고체 배터리를 위한 전용 생산장비를 대량으로 갖춰야 한다. 테슬라처럼 소재부터 장비까지 수직계열화에 나선다면 이 모든 과정이 조금 더 빨리 이뤄질 수 있겠으나, 족히 2,3년 이상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소재와 장비가 준비됐다면, 양산 검증에 나서야 한다. 실제 생산 장비를 가동하면서 일정 수율 이상의 품질 높은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연구실에서 수작업으로 10개의 샘플을 만드는 것과 공장에서 생산 장비로 하루 10만 개의 제품을 양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일찍이 일론 머스크 역시 모델3의 양산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몸소 뼈저리게 체험한 바 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로켓 산업에서는 로켓을 설계하는 것보다,
로켓 생산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10배는 어렵다.

자동차 산업에선 자동차를 설계하는 것보다,
그 생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100배는 어렵다고 보면 된다.
– 일론 머스크

실제로 LG화학이나 삼성SDI는 폴란드, 헝가리에 라인을 확장하면서 생산 수율을 잡는 데 1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하며 손실을 본 경험이 있다. 이미 생산 노하우가 갖춰진 리튬이온 배터리가 이 정도라면, 미지의 영역인 전고체 배터리는 대량 생산에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본다.

 

테슬라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집중한다.

1972년 최초 발명돼 이제껏 40여 년간 사용돼 온 리튬이온 배터리를 능가하는 새로운 차세대 폼팩터로 전고체 배터리가 집중 조명받고 있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가 조만간 업계 패러다임을 단숨에 바꿔버릴것이라고 성급히 낙관하긴 어렵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수십 년 간 왕좌를 지켜온 데에는 그럴만 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돈과 관심이 전고체 배터리에 몰리고 있다고는 하나, 제대로 상용화되고 대량 양산을 거쳐 우리 삶 속에 들어오기까지는 많은 난관과 긴 시간이 남아있다. 그렇기에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까지 확실한 미래가 아닌, 불확실한 리스크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운이 좋다면 퀀텀스케이프, 도요타, 삼성SDI 등이 약속하고 있는 ’23-25년경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미 있는 수준의 생산 규모를 갖추고 본격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하려면 ‘20년대 후반, 혹은 ‘30년 이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지금 퀀텀스케이프에 우리가 지금 보낸 환호는 조금 이른 게 아닐까?

이런 불확실성에 동감해서인지 몰라도, 테슬라는 전고체 배터리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지난여름 진행된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엿볼 수 있었듯, 오로지 이제껏 사용해온 리튬이온 배터리의 개선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사이즈를 키운 46800 배터리를 개발한다든지, 양극재와 음극재 성분을 새롭게 대체하는 식으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려 하고 있다. 테슬라에게는 앞으로 다가올 5년, 10년 동안의 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불확실한 기술에 미래를 걸기보다 지금까지 사용해온 기술을 개선해 신규 폼팩터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Reference
– Did QuantumScape Just Solve a 40-Year-Old Battery Problem? (Wired, 20.12.8)
– Welcome to the Era of Supercharged Lithium-Silicon Batteries (Wired, 18.2.5)
– Global Automotive Solid-State Battery Market 2019-2030: An Ultra High Energy, Safe, and Low Cost All Solid-State Rechargeable Battery for Electric Vehicles
– 2차전지_2021년 8가지 이슈(해설판) (메리츠증권, 2020)

 

일렉트릭 쇼크
찌릿찌릿하게 읽는 테슬라와 전기차 시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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