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산업이 되어가는 전기차
업계와 앞으로의 불확실성

금년 7월, 스텔란티스가 전기차 생산에 한화 41조 상당의 금액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을 때, 전기차 업계가 수 년 내에 성숙한 자동차 산업의 유형에 완전히 편입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2020년과 2021년 가속화되는 유럽의 탄소배출 규제 변화에 업계가 대응하면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전동화 차량의 보급이 증가되는 추세였고, 최근 1-2년간 대부분의 선진국이 순수 내연 차량의 퇴출 계획을 속속들이 발표하는 시점이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전통 자동차 업계에서도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비교적 후발 주자에 속하는 스텔란티스 그룹이 전기차 생산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천명한 것은 이제 전기차는 응당 누구나 하는 것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에는 가솔린 차량의
판매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아래 두 개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출처:ACEA), 유럽 내의 전동화 차량 판매 속도는 가파른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과 올해의 추이 비교와 금년 2분기의 파워트레인 형태별 판매 비중 결과를 볼 때 BEV와 PHEV, HEV를 합치면 2022년에는 전통적 가솔린(petrol) 차량의 판매를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림 출처: https://www.acea.auto/fuel-pc/fuel-types-of-new-cars-battery-electric-7-5-hybrid-19-3-petrol-41-8-market-share-in-q2-2021/

 

그림 출처: https://www.acea.auto/fuel-pc/fuel-types-of-new-cars-battery-electric-7-5-hybrid-19-3-petrol-41-8-market-share-in-q2-2021/

 

이런 환경적 변화는 전기차 산업의 자명한 단-중기적 성장을 시사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본 시장에서 지금까지 매우 높게 평가해 왔던 전동화 차량의 꿈 가치(dream value)가 앞으로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산업과 자본 시장의 역사에서 이처럼 어떠한 아이템의 초기 발전과 중장기적 대중화에 따른 해당 산업의 시장에서의 흥망성쇠를 돌아보면, 많은 곳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과거 영국의 운하 버블, 미국의 철도주 버블, 항공기 제작사 버블, 자동차 제조사 버블 등을 들 수 있는데, 하이프 사이클의 초창기에 꿈 가치를 주목받으며 많은 회사들이 투자를 받고 또 시장에서 높은 가치로 거래되지만 정작 기술의 산물이 세상을 실제로 바꾸고 대중들이 이 기술들의 수혜를 누리게 되는 시점이 되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기대를 모으던 신 산업이 박리의 스프레드형 전통산업으로 전락하게 되고 많은 기업들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눈에 띄는
몇가지 불확실성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물건이던 배터리 전기차는 앞으로 3-4년 후면 당연한 일상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배터리 전기차 산업의 성숙 과정에서도 몇 가지 눈에 띄는 불확실성이 특히 자본 시장을 타격할 것 같다. 이러한 이야기를 이번 글에서는 해 보고자 한다.

 

 

1. 예상보다 심한 업계의
마진 감소와 밸류에이션 하락

지난 9월 초, 파이낸셜 타임즈의 한 기사에서는 화재와 배터리 리콜, 그리고 배터리 생산에 드는 비용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요약을 하자면, 전기차로 당장 큰 이익을 남기는 것도 아닌데, 화재와 연관된 리콜을 감당하느라 기껏 벌어놓은 돈을 회사들이 잃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리튬을 위시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반도체 수급 불균형은 배터리 생산 비용의 급증으로 전기차 업계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언급도 있다.

Battery recalls and supply crunch challenge electric vehicle revolution. Rising costs may have to be passed on to automobile makers and their customers – www.ft.com

무제한 양적 완화에 따른 전반적 원자재 가격 상승과 향후 현실화되는 제조업에 대한 기후 비용 반영, 스태그플레이션에 뒤따를 인건비 상승까지 더하면 업계의 시름은 깊어질 것이다. 내연차량과 가격이 비슷해져야 한다는 압박이 있고, 전기차 판매를 제조사들의 차량 포트폴리오 내에서 증가시켜야 하기에 가격을 내려가야만 하는 상황에서 전통 중후장대 산업에 준한 치열한 대기업들의 경쟁이 펼쳐진다. 배터리 전기차와 관련된 설비 투자(CAPEX)는 끊임없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판매 증가에도
향후 몇 년간은…

결국, 전기차의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환경 속에서도 앞으로 몇 년 간 업계는 애널리스트들이 기존에 예측한 만큼의 이익 상승을 얻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꿈 가치를 받고 있는 관련 산업 회사들의 주가나 크레딧 스프레드가 전통 자동차 밸류 체인 업계의 가치를 받는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대감으로 들떠 있는 애널리스트들을 조금이라도 실망시키면 버블이 터져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가격-매출액 비율(PSR)이 10이 넘어가는 이런 회사들의 PSR 이 전통 부품 업체들에 준하는 0.2-0.3 까지 떨어진다면 매출액이 20배 상승하더라도 주가는 반토막이 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자본 유치의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기에, 출혈 경쟁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폰지형 성장을 이어가던 회사들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2. 탄소중립을 향한
지속가능성 하락

최근 1-2년간 발표되는 배터리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들을 보면, 일단 전기차 판매를 늘여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정작 전동화가 시작된 원래 목적에서 점점 업계가 멀어져간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한 주행가능거리로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생각에 벌어진 일이다.

내연차량의 1회 주유시 주행가능거리를 넘어서는 대용량 배터리 장착 배터리 전기차들이 일반화되면서, 차량의 생애주기 전반의 온실가스 발자국 감축은 초기의 배터리 전기차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간다. 전력량 소요, 배터리 생산과 관련된 자원 소요, 타이어 소모, 중량 탓에 발생하는 도로에 대한 부담 모두가 악화된다.

전기차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판이 이렇게 돌아가고 보니 스티커 가격은 올라가고 보조금은 줄면서 정작 실 구매 가격은 폭등하는 안타까운 결과마저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아이오닉 5나 EV6을 구입하려면 5-6년 전 아이오닉 전기차나 SM3 전기차의 실구매 가격의 두배에 육박하는 비용이 든다(이와 같은 가격 폭등 탓에, 개인적으로는 곧 7년차에 접어드는 쏘나타 PHEV를 신형 전기차로 교체하려는 생각을 아직까지도 구체화하고 있지 못하다).

향후 탄소 배출에 대한 비용이 차량용 연료에 점진적으로 반영한다면, 값비싼 전기차를 누릴 수 있는 부자들은 전기차를 사면서 지원받는 보조금에 더해 내연기관에서 전환함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까지 누리게 된다. 탄소 배출 효과조차 감소되는 높은 가격의 저효율 전기차들을 구입하는 보조금은 잘 사는 사람들이 가져가는 형국으로, 이는 새로운 사회적 격차를 만든다.

전기차에 대한 예산 지원이 과연 사회적으로 올바른지 정치적 고민을 하게 되는 시점이 곧 올 것 같다.

 

 

3. 한번 터지면 재앙이 되는
유지보수 공포

지난 50년간 내연기관 차량의 내구성은 끊임없이 향상되어 왔는데, 이러한 차량들의 유지보수는 대부분 일부 파츠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10년 전의 노트북 컴퓨터나 휴대전화와 같은 방식이다. 최근에는 완성차 업계의 이익과 수리시 교체 편의성을 위한 어셈블리 형태의 수리가 점차 심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고장이 난 부분 위주로 조각 조각 수리가 가능한 것이 일반적이다.

지금 출시되는 전기차들의 구조를 들여다 보면, 고장을 경험할 가능성(빈도)은 내연차량에 비해 상당히 낮지만 일단 문제가 생기면 큰 곤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겠다는 걱정이 든다. 소자 하나의 고장이라도 메인보드를 통으로 갈아야 하는 요즈음의 노트북 컴퓨터에 가깝다. 구성 부품 하나하나의 가격이 훨씬 높고, 더 큰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예: 배터리 팩). 공급 자체가 어셈블리로만 되기 때문에 한방에 수천만원의 수리비를 때려맞을 수 있는 상황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전동화 파워트레인 유지보수와 관련된 보험 상품이나 보증기간 종료 후를 대응하기 위한, 세부적 분해 수리를 노린 애프터마켓 업체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가장 큰 걱정이 되는 구동 배터리의 유지보수와 관련해서는 배터리 업계에서 구독형 서비스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이 유지보수 문제와 관련된 불안감을 제거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전기차의 중고차 가격은 통상 파워트레인 보증이 끝나는 10년 시점에는 0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1억에 가까운 차량을 구입했는데, 아무 문제 없이 차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차량이 레몬으로 전락하는 러시안 룰렛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대형 배터리를 장착한 고가의 모델이라면 한번 문제가 생겼을 때의 수리비도 어마어마할 수 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처음 전기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이 점에 대한 고민은 그리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다.

전기차는 유지보수 구조가 금융 상품으로는 ELS(주가연계증권, Equity-Linked Securities)와 비슷하므로, 문제가 잘 생기지는 않고 웬만해서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절감 효과를 주지만 한번 문제를 경험하게 되면 차를 버려야 하는 상황을 겪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유지보수와 관련된 이런 고민 없이 신차 판매 증가에만 모든 노력이 집중되어 왔다. 향후 2-3년 내 이런 문제들이 수면 위로 불거지며, 별다른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중고 전기차 가격의 폭락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는 고가의 배터리 전기차의 신규 판매에도 찬물을 끼얹게 될 수 있다. 나아가, 화재 리콜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 처럼, ELS형 손실 구조는 보증기간 중 발생하는 예측하지 못했던 이슈에 대하여 제조사의 큰 손실을 초래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결론

이렇게, 전기차의 보급과 업계의 성장에 영향을 줄 만한 불확실성 요소들은 생각보다 일찍 사회와 업계의 담론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많은 신기술은 이런 진통의 과정을 겪으며 인류의 삶에 도움을 제공해 주었다. 배터리 전기차는 이제 당연한 미래가 되었다. 만들어 팔기만 하면 혁신 유니콘이 되는 시절은 이제 끝이 나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 유니버스를 바라볼 때 지금보다는 좀 더 전통 산업적이고 보수적인 관점이 필요한 이유이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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