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안의 CEO, R.J. 스캐린지 (사진 출처: 로이터 통신)

 

안녕하세요, ⚡일렉트릭 쇼크입니다.

 요약 
➊ 리비안과 루시드 모터스의 시가총액이 기존 자동차 업체들을 넘어서며 “제 2의 테슬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➋ 테슬라가 지금과 같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1) 전기차 대량 생산과 흑자 전환, 2) 소프트웨어 중심 설계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역량입니다.
➌ 하지만 리비안과 루시드는 2가지 모두에서 검증된 바가 없으며, 내년 양산에 성공하느냐가 두 기업의 향방을 좌우할 것입니다.

 

리비안과 루시드, 누가
“넥스트 테슬라”가 될 것인가?

EV 스타트업 리비안(Rivian)과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의 시가총액이 전통 자동차 강자들을 뛰어넘었습니다. 한 때 리비안은 173조, 루시드는 108조까지 가치가 폭등하면서, GM과 포드를 제치고 자동차 업계 Top 10에 진입했는데요. 리비안은 아마존과 포드의 투자를 받았단 이유로, 루시드는 테슬라 출신 인재들이 창업한 회사라는 이유로 주목을 받고 한껏 기대가 실리는 모습입니다. “넥스트 테슬라”를 찾아 헤매던 투자자들은, 이 두 기업이 제 2의 테슬라가 될 것이란 기대에 아낌없이 돈을 꽂아넣고 있는데요.

 

과연 이들은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해
“제2의 테슬라”가 될 수 있을까요?

 

 

“제2의 테슬라”라는
이름의 무게

이들이 제2의 테슬라가 될 수 있을지 판단하려면, 일단 테슬라라는 이름이 업계에서 갖는 무게부터 정확하게 알아야겠죠. 테슬라가 왜 대단한 회사라고들 하는 걸까요? 셀 수 없이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일단 2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첫번째
전기차 대량 생산과
흑자 전환

테슬라: 니치 상품이었던 전기차를 대중화했고, 전기차로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
리비안/루시드: 이제 막 양산에 도전하고 있으며, 앞으로 3,4년은 연속 적자가 예상됨

 

24만대, 36만대, 50만대, 90만대.
모델 3 양산 과정에서 파산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테슬라는 전기차 대량 생산에 성공했습니다. 이런 성공은 메기 효과를 만들어, 전기차로의 전환에 미적거리던 전통 자동차 업체들의 발걸음에 불을 붙였습니다. 이제 전세계 메이저 제조사 중 전기차가 대세임을 부정하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매년 50%씩 판매량을 늘려나가는 테슬라의 기록적인 성장과 기술 혁신에 생존의 위협을 느끼면서, 앞다투어 전기차 전환 계획을 내놓고 있죠.

이렇게 테슬라는 대량 생산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전기차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증명해냈습니다. 21년 3분기 테슬라는 14.6%라는 경이로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는데요. 참고로 같은 기간 현대차는 5.6%, 폭스바겐은 4.9% 정도를 기록한 걸 감안하면 얼마나 놀라운 수준인지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아직까지 전통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를 만들면서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앞다투어 수 백 만대를 만들겠단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상업성조차 확보하지 못한 거죠. 전기차의 원가는 아직도 내연기관에 비하면 너무 비쌉니다.

그 와중에 테슬라는 홀로 전기차만으로 10%가 넘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말을 빌리면,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통틀어, 과거 100년간 대량 양산과 현금 흐름 흑자를 동시에 기록한 미국 기업은 테슬라가 유일합니다.

 

테슬라는 과거 100년 간 대량 양산과 현금 흐름 흑자를 동시 기록한 유일한 미국 회사입니다 (사진 출처: 일론 머스크 트위터)

 

리비안과 루시드도 나름의 계획은 있습니다. 각각 픽업트럭과 고급 세단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전기차의 강자가 되고자 하죠. 하지만 과연 이들이 만드는 제품이 대중화될 수 있을까요?

당장 내년 포드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이라는 F-150 픽업트럭의 전기차 버전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미 예약 주문량이 16만 대를 돌파했다고 하는데요. 한술 더 떠, 예약 주문량이 100만 대가 넘는다는 테슬라 사이버트럭도 출격 대기 중입니다. 리비안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경쟁 차종 출시 전까지 최대한 많은 전기차를 양산하고, 양산 가능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일 겁니다.

루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급 세단 카테고리에는 테슬라 모델 S, X뿐 아니라 BMW, 벤츠, 포르셰 등 다양한 전통 메이커들이 앞다투어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들은 연간 수 십, 수 백 만대씩 자동차를 만들어본 “유경험자”들이고요.

하지만 용솟음치는 주가와 달리, 사실 두 기업은 아직 자동차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루시드는 반 년 이상 양산 시기를 지연시키다 올해 10월 말이 돼서야 차량 인도를 시작했고, 리비안은 300대 남짓 생산해 자사 직원들에게 넘긴 게 전부입니다. 일간 통계로 보면 리비안은 양산을 개시한 이래 하루 평균 4대 남짓 생산하는 데 그쳤다고 하는데요.

물론 테슬라가 모델3를 양산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걸 생각하면, 이 두 기업들의 양산 능력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조금 이르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관건은 내년이겠죠? 당장 내년에 리비안과 루시드 두 회사가 의미 있는 규모의 생산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들의 높디 높은 주가에는 아마 커다란 변동이 생길 겁니다.

그리고 현금 흐름을 양전(+)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큰 위기가 될 겁니다. 참고로 공식 IR 자료에 따르면, 루시드 모터스는 2025년에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적어도 3년, 12번의 실적 발표회에서 적자 발표가 예정돼있다는 겁니다. 2019년 테슬라의 주가가 본격적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용솟음쳤던 걸 기억하시나요? 그럼 반대로 루시드 주가는 앞으로 흑자를 기록할 때까지 3년 정도는 별다른 모멘텀이 없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 기간이 3년이 아닌 4년, 5년이 될 수도 있는 거고요.

 

루시드는 ‘25년에 흑자 전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진 출처: 루시드 모터스 IR 자료)

 

두번째
소프트웨어 중심 설계와
자율주행 개발 역량

테슬라: 자동차의 핵심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재정의하고, 소프트웨어 판매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을 시도함
리비안/루시드: OTA 기능을 지원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대로 검증된 바 없으며, 자율주행 기술은 전통 자동차 업체들보다 앞섰다고 판단할 무언가를 보여준 적 없음

 

앞서 언급한 폭스바겐이나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처럼, 본래 자동차 제조업은 연간 5% 내외의 박한 마진을 내는 그저 그런 산업이었습니다. 부품 회사들이 모듈을 만들어 납품하면, 이를 받아 조립해서 파는 게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이었죠. 그래서 이제 디자인 회사나 마케팅 회사가 된 게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특별한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했으니, 당연히 마진도 박할 수밖에 없었죠.

반면 테슬라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자동차라는 하드웨어를 만들어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 판매를 통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시장이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식상한 이야기지만, 테슬라 오너들은 OTA 기능을 통해 정비소에 방문하지 않고도 차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완성되면, 기존에 자율주행 기능이 없는 차량을 구매한 유저들도 클릭 몇 번으로 자율주행차를 손에 넣을 수 있죠. 또 로보택시까지 상용화되면, 자동차가 운전자 없이 돌아다니면서 승객을 태우고 수익을 올리게 됩니다. 기존 자동차 판매만으로 얻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큰 시장이 열리게 되는 겁니다.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는 복제에 드는 비용이 0에 가깝죠. 원가가 낮은 만큼 이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 어림짐작으로 테슬라는 FSD 소프트웨어 하나를 판매해 1,000만원에 달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하드웨어 판매로 100-200만원 남짓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전통 자동차 업체들이 한 대를 팔아 얻는 이익은 100-200만원 남짓에 불과합니다 (사진 출처: 조선비즈)

 

이걸 해내기 위해 테슬라는 일찍부터 Software-defined Vehicle이란 개념을 만들어, 중앙집중화된 소프트웨어로 차량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도록 설계했죠. 그리고 나아가 이를 토대로 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실제로도 구글과 대등한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요.

그런데 리비안이나, 루시드가 소프트웨어와 관련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에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리비안과 루시드 모두 OTA 기능을 지원한다고는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량이 미미한 만큼 그 작동 여부나 수준에 대해서는 검증된 바가 거의 없는데요.

자율주행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업체 모두 남들처럼 운전자동화 레벨 2 수준의 운전 보조 기능이 탑재돼 있다는 것 외에 특별한 포인트는 보이지 않습니다. 리비안은 한국의 부품 업체 만도에서 자율주행 솔루션을 공급받는다고 합니다. 루시드는 현대차 출신 이진우 박사를 임원으로 영입해 자체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는데요. 그 외에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남다른 접근법을 갖고 있다든지, 엄청난 개발진을 꾸리고 있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테슬라와 달리, 아직 전통 자동차 업체들보다 앞서 있다고 판단할 뭔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다만 리비안은 아마존의 투자를 받은 만큼, 아마존이 자율주행과 관련된 무언가를 해결해주지 않을까하는 것이 사람들의 기대인 듯합니다. 하지만 이는 투자자들의 막연한 기대와 상상일 뿐, 공식적으로 검증된 사실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제2의 테슬라, 루시드 모터스 IR 리포트 읽기
대담하다. 하지만 찝찝하다…

 

2022년, 이들은
왕좌에 오를 수 있을까?

리비안과 루시드의 주가 폭등은, 모빌리티 시장에 쏠린 세계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를 반영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기대가 당장 이 2개 업체가 해낼 수 있는 일의 양에 비해 분명히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테슬라도 모델 3 양산 과정에서 투자자와 대중들로부터 몇 달 안에 망할 것이란 비판과 무시를 받았죠. 결국에는 양산에 성공하고 지금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테슬라가 해냈다고 해서 리비안과 루시드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단하기에, 아직은 이들이 보여준 역량과 성과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관건은 내년이 될 거라고 봅니다. 과연 두 업체가 세간의 논란과 의심을 극복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인지가 2022년의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겁니다. 과연 리비안과 루시드가 제2의 테슬라라는 이름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References
• Largest automakers by market capitalization (Companiesmarketcap.com)
• Rivian Plans to Deliver More Than 1,000 Vehicles by the End of the Year (Motor Illustrated, 21/11/02)
Ford F-150 Lightning electric truck reservations surpass 160,000 (Techcrunch, 21/11/04)

 

일렉트릭 쇼크
찌릿찌릿하게 읽는 테슬라와 전기차 시장 이야기

 

자율주행 레벨별 차이? 쉽게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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