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타이칸

배터리 전기차에 있어서 올해 하반기에 두드러졌던 소식은 세계적으로는 포르쉐의 타이칸이 뉘르부르크링에서의 우수한 성능을 내세우며 공개된 것 (랩타임 7분 42초로, 양산 전기차의 신기록에 해당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8m31EgQkswg 이에 대한 테슬라의 다소 희화적인 리액션들도 흥미롭지만, 이것은 여기서는 미뤄놓도록 하자) 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포르쉐가 이 타이칸의 사전계약을 진행하였으며, 메르세데스 벤츠는 순수전기 SUV 인 EQC 를 발매하여, 기존 내연 프리미엄 회사들이 전기차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크게 알리기 시작하였다.

지금 이 글에서 언급한 두 차량에는 독일 프리미엄 메이커의 차량이라는 점 외에도 뚜렷하게 나타나는 공통점이 한가지 있다.

측정 방법에 따라 표시되는 값은 다르지만 무엇보다 큰 용량의 배터리에도 불구하고 주행가능거리가 썩 길지 않고 효율은 (전비) 상당히 나쁘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포르쉐의 타이칸은 무려 93.4kWh 의 수냉식 리튬이온 배터리 팩을 탑재하고 있는데, WLTP combined 기준 463km 의 주행거리를 제시하고 있으므로 EPA 기준 대략 420km, 한국 기준으로는 380km 정도가 될 것 같다.

kWh 당 4 정도의 효율성이 된다.메르세데스 벤츠의 EQC 는 80kWh 로 국내 기준 309km 주행이 가능하며 복합 전비는 kWh 당 3.2km 로 되어 있다 (수송에너지 자동차 연비 등급제도 운영 웹페이지 기준)

여기서, 전동화 차량을 만드는 두 가지 철학적 차이를 떠올리게 된다.

말하자면 via positiva 의 방법과 via negative 의 방법이 되는 것이다. Via positiva 는 무엇을 자꾸 더해서 어떠한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것, via negative 는 그 반대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내연차량 차대를 딱 놓고 모터를 더하고 무게가 늘어나니 섀시를 보강하고, 그러고 나니 더 무거워서 배터리를 키우고, 또 다음에 출력이 달리니 권선을 더 감고… 반복하는 via positiva 식으로 가다보면 끝이 없게 된다.

비교적 성공적으로 효율성이 높은 전기차를 잘 만들던 업체들을 생각해 보면, 아예 텅 빈 종이를 넣고 전기차를 꼭 필요한 요소들을 조합해서 만들거나 (Tesla) 아니면, 애초에 뭔가를 털어내고 군살을 빼는 것을 업으로 삼아온 아시아의 회사들 (현대, 닛산, 르노) 이 당장 떠오른다. 그마저도 필자는 테슬라의 거함 거포형 모델 X 나 S 의 100kWh 모델이 부유층의 오락거리이자 실제로는 썩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비판해온 바가 있었다.

이와 같은 부류의 업체들은 계속적으로 알고리듬과 메커니즘을 개선하는 노력으로 매년 조금씩 효율성을 높이는 데 성공해가고 있다.

즉 전기차의 친환경성, 경제성, 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 그림처럼. 2020년 기준으로 모델 3은 드디어 현대 아이오닉의 효율성을 앞질렀다.).

출처 : insideevs

반대쪽 기존 프리미엄 업체들은 고급 내연차량이 가진 모든 틀을 그대로 놓아둔 채로, 전동화까지 더했다라는 느낌으로 이것 저것 자꾸 덧붙이다 보니 엄청난 출력의 파워트레인과 대용량의 배터리를 구성함에도 불구하고 효율이 썩 좋지 않게 되어 버린 느낌이 든다.

포르쉐 타이칸의 공차중량이 무려 2,140kg – 2,305 kg 에 달하는 것은 이러한 점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 점이, 포르쉐는 고출력 주행의 발열을 장시간 견딜수 있는 내구성을 위한 설계 덕이라고 하고 있지만, 이는 다소 일부만을 가지고 자신들이 경량화를 충분히 이룩하지 못함을 덮으려는 시도가 아닐지 싶다.

이러한 전기차 사조의 양 극단을 관찰하면서, 새로이 떠올리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동안 차량들을 평가할 때, 내연기관 차량들에서는 차량의 특성 (스포츠성을 강조하는지의 여부, 가속 성능 등) 에 따라서 매우 큰 폭의 연비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어찌 보면 당여하게 생각해왔던 것 같다. 예컨대 람보르기니나 페라리라면 기름을 뿌리고 다니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이다.

하지만, 스포츠성이 강조된 프리미엄 전기차는 그동안 비교적 효율이 좋았던 테슬라 밖에 없었기 때문에, 전기차에서는 이러한 스펙트럼의 폭이 썩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선입견은 일련의 기존 내연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기차량들이 출시되면서 적어도 필자에게서는 상당부분 약화될 것 같다.

출처 : insideevs

위의 전기차 효율 비교표를 보게되면 (insideEV 에서 가져왔다), 마찬가지의 현상을 볼 수 있는데, 특히 벤츠, 아우디, 재규어, 포르쉐 같은 유럽의 프리미엄사들이 전반적으로 효율성이 나쁜 것을 볼 수 있다.

위 표에서 가장 나쁜것은 아우디 e-tron 으로 되어 있고, EQC나 타이칸은 없는데, 아마 여기서 같이 비교한다면 EQC, 타이칸은 효율이 e-tron 보다도 나쁠 것이다.

조금 더 큰 그림을 생각해 보자. 과연 이러한 대형 배터리를 장착한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발매된 저효율 전기차들이 생애주기 동안 남기게 될 실질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해보면, 사회적으로 얼마나 유익한 존재일까?

이들이 전기차 전용 번호판을 달고, 국비 보조금을 받고, 고속도로 통행료 혜택을 보며, 어떤 나라에서는 카풀 레인을 달릴 만큼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온난화로부터 구할 영웅적인 존재일까? 아마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마저도 독일과 같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은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처럼 화석연료 기반 발전이 많고, 나아가 급속 충전 위주의 전기차 운행 인프라 탓에 낮에 (=전력 사용 피크시간) 충전하는 사람이 많아, 소위 화석연료 전기가 전기차의 동력원이 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전 세계가 자동차의 전동화를 외치는 이유는 실질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것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 이렇게 효율이 낮은 호화판 프리미엄 전기차들이 친환경으로 분류되어, 소형 고효율의 전기차와 동일한 대우를 받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어찌 보면 캘리포니아에서 차량 가격 6만달러 이상의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변화는 비슷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일 수 있다. https://www.electrive.com/2019/11/14/california-to-cap-electric-vehicle-rebates-at-60000/ )

California to cap electric vehicle rebates at $60,000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어느정도 최소 전비만 갖춘다면, 총 주행가능거리를 기준으로 보조금을 책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잇다라 출시되는 프리미엄 전기차의 모습들을 보며, 국비 보조금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함께 고려해 볼 때, 앞으로의 보조금 지급 정책에는 ‘전비’ 와 차량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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