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G80전기차의 중요한 의미들

지난 7월 7일, G80 전동화 모델이 비교적 조용하게 국내에서 공개되었다. 사실은 4월 중국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이미 세계 최초 공개가 이루어졌던 모델이다. 87.2k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며 136kW 모터로 전 후륜을 굴리는(합산출력 272kW, 370PS) 차량인데, 그렇게 시끌벅적하게 홍보가 되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G80 은 사실 현대기아차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매스 볼륨 프리미엄 차량으로 이 차량의 파생 전동차 모델이 이렇게 나오게 된 것은 여러가지로 굉장한 의미를 가진다. 과거 어렵게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프리미엄 대형 승용 세그먼트에서 배터리 전기차가 동급의 내연기관과 비교하여 실질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3-4년 전만 하더라도 ‘배터리 전기차’의 미래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소극적인 투자를 이어가던 현대기아차가 이제는 전기를 주력 상품의 주요 동력원으로 격상시키게 되었다는 의미를 가진다.

 

 

2017년 연말, 제네시스와 같은 AWD 모델은 어렵지 않게 파생 전동화 모델 개발이 어렵지 않게 가능하며, 특히 4륜+바닥배치 구성의 제네시스 전기차 파생 모델은 내연차량이나 컴팩트 전기차 대비 높은 영업 마진을 제공할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었다. 당시 현대기아차는 500km 주행 가능한 제네시스 G80을 2021년에 발매할 예정으로 개발을 시작하기 시작하는 단계였으니, 다행이 스케줄이 많이 밀리지는 않은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가지고 있었던 기술로 굳이 이렇게까지 시간을 끌었어야 하는지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다. 차량의 폼팩터와 파워일렉트릭 구성은 과거 예상하였던 것과 무척 비슷한데, 제네시스 세단이라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한다.

 

 

1. 전기차 티를 내지 않으며
이름도 ‘전동화 모델’

그릴이 막혀 있다는 것 외에는 전기차임을 광고하지 않는 G80이다. G80e 나 eG80 과 같은 별도의 모델명을 붙이지 않은 것은 가솔린, 디젤 처럼 전기도 하나의 동력원이라는 접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차량이 우선적으로는 플릿(fleet)으로, 국내에서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의전 차량으로 대규모로 판매될 것임을 생각하면 주요 고객(customer archetype)의 사용자 경험이 기존 고급차량과 너무 괴리되지는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연 차량에서 전동 차량으로 교체가 이루어졌을 때 격차없는(심리스, seamless)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면서, 전기차의 놀라운 장점은 사용자가 경험을 통해 스스로 체감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환경차’ 라는 이유로 덧칠되는 나뭇잎 그림이 없는 것도 좋다. 많이 팔 생각으로 만든 차고, 그만큼 상품성에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구성이다. 그리고, 가솔린, 디젤, 전기 중 전기를 선택하는 고객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폭발적인 수요를 맞추기가 난감할 수 있어 오히려 공개를 조용히 했던 것이 아닐까?

 

 

2. 메이저 브랜드의 첫 대형
고급 전기 세단

가장 압도적인 장점은 원래도 상품성이 좋은 G80의 전기차라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실내 품질이나 사용자 경험은 요소에 따라 독일 3사를 뛰어넘는 부분도 있다. 이제는 포르쉐 타이칸이나 아우디 E-tron 처럼 원래도 차를 잘 만드는 회사들이 ‘전기차인데도 차량 자체로 좋은 차’ 를 발매하고는 있지만, 불과 1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컴팩트가 아닌 전기차를 사려면 테슬라의 문을 두드리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테슬라 모델 S가 쇼퍼 드리븐의 프리미엄 차량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크고 빠르고 좋은 차이긴 하지만, 실제 사용에서 테슬라의 부족한 프리미엄성은 어쩔 수 없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한 단계 상위 세그먼트이지만 메르세데스 벤츠가 EQS를 공개하였고 아직은 판매에 돌입하지 않았다. 제네시스 전기차는 EQS 보다 발빠르게, 더 낮은 가격과 충분한 성능을 자랑하며 프리미엄 전기 세단의 입지를 굳힐 수 있다.

돈이 있어도 살 만큼 좋은 차가 없던 전기차 유니버스의 블루 오션에 깃발을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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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SG 바람과 B2B 시장의
압도적 플레이어

ESG 경영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G80 전기차는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 말이 필요 없다. 아래의 기사 처럼, 법인차/관용차의 전동화 흐름은 더 빨라질 뿐이다. G80 전기차는 돈을 삽으로 퍼 담기만 하면 된다. 서울이 이렇게 했으면, 전국은 다 따라간다고 봐도 된다.

 

 

4. 동급 내연차보다 긴 실주행 거리와
대형차로서의 높은 ‘실질 탄소감축’ 효과

주행가능거리는 427km 로 발표가 되었다. 국내 전기차 주행가능거리의 보수성을 고려하면 실 주행거리는 500km쯤 된다는 이야기다. 과거(이전 세대) 내연기관 제네시스를 막히는 서울 도심에서 경험해 보면, 평균 연비가 가솔린 1리터당 5km 정도까지도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최신 모델은 이보다는 많이 개선된 듯 하지만, 여전히 대형 세단은 기름 고래라 할 수 있다.

65리터 연료통의 평균 연비 7km라면 주행 가능거리는 455km 이다. 이제 가솔린 제네시스보다 전기 제네시스가 더 멀리 가는 시대가 됐다. 기업, 공공기관이라면 업무 현장에서의 충전이 가능하므로 충전 걱정도 없다. 주유보다 편한 상황이다.

연간 주행거리가 같다고 할 때, 소형차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 보다 대형차를 전기차로 바꾸면 탄소 절감은 두배가 넘는다. 소형 전기차도 배터리 탓에 그렇게 가볍지는 않기 때문이다. 소형차라면, 15000km 를 주행할 때 1000 리터 가솔린을 2000kWh 전기로 대체하게 되는 셈이고, 대형차라면 같은 조건에서 2000 리터 가솔린을 3000kWh 전기로 대체하게 된다.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도로의 내연차를 빨리 없애버려야 한다면 큰 차를 더 빨리 없애는 것이 낫다.

규제 강화로 빠르게 제조사 전체 차량 믹스를 전동화시켜야 하는 유럽 시장에서 전동화 차량들을 위주로 제네시스 브랜드가 진출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의 목적(제조사 차원에서의 탄소저감)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5. 차량 관리 밸류체인의 변화

그리고, 이제 이런 큼직큼직한 모델들이 전동화가 되면서, 경정비 시장에도 실질적인 영향이 생기게 된다. 나는 아이오닉 전기차를 8.5만km 타는 동안 경정비를 받을 기회가 없었다. 정비 소요가 보다 많은 대형 내연기관 차량의 전동화는 실제 정비 업계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차량 메인터넌스가 중요한 제조사와 부품사의 수입원이었다면,

이제는 이익 구조 자체가 신차 판매에 보다 집중화될 것이다. 이 글에서 언급한 모든 것들은 앞으로 완성차의 영업이익이 증가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기차는 ‘쭉 쓰다가 한방에 교체를 하는 5천만원~1억원짜리 스마트폰’이 되는 것이다. 이 흐름을 한국인 입장에서는 천만 다행이도 현대기아차가 비교적 잘 쫓아가고 있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시장이 조정을 받는다면 이미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3우b 나 현대차우와 같은 주식을 더 늘여나가고 싶은 근거이다.

 

 

6. 기대되는 3년 후의
가성비 중고차

대형차는 감가가 크다. 전기차라고 예외는 아니다. 테슬라도 모델 S는 비교적 감가가 큰 편이다. 게다가 기업은 의전용 차량을 3년~4년 주기로 교체한다. 3년이 된 고급 세단의 중고가 싸게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에서 3년 쓰고 중고로 풀리는 G80 전기차는 정말 새것 같은 중고차일 가능성이 높다. 2024년 즈음에 이 차량을 신차 가격의 50~60% 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면 정말 환상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

 

제네시스 G80 전기차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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