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년

보유 기간이 늘고, 새로운 변화가 줄게 되면서 어느 때인지 부터 내가 보유한 두 대의 플러그인 전동화 차량의 보유 소감을 대략 1년 간격으로 적게 된다. 2019년 11월 10일에 마지막으로 나의 쏘나타 PHEV 를 약 3년간 관리하고 운행하여 주던 후배에게 되 사오게 되었고, 그 후로 1년이 지났다. 2015년 늦가을에 구입하였으므로 이 차는 만 5년차가 되었지만, 내가 순수하게 보유하고 운행한 기간은 첫 1년과 최근 1년 정도이다. 주로 아이오닉 전기차를 운행하다가 동선 변화로 작년 11월부터는 쏘나타 PHEV 를 주로 운행하였다.

 

지난달, 동료의 집에 방문하였다가 작동하는 태그를 발견하여 충전을 하고 있다.

 

지난 1년은 누구에게나 숨가쁜 기간이었을 것이고, 정말 놀라운 변화들이 있었다.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코로나 19나, 밀레니얼 세대들이 그 어느때 보다 서울에서 ‘살 곳’을 찾기가 어려워진 것, 일시적이었지만 마이너스이던 유가(WTI), 그리고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의 정권 교체 등이 가장 두드러지는 일들이지 않을까 싶다.

 

 

2. 운행 패턴 변화

나로서도 많은 변화가 있어, 그 1년동안 또 이사를 한번 하였고, 직장을 한번 옮겨, 차량의 사용과 출퇴근의 형태도 다소 바뀌게 되었다. 이사로 인해 2월 말 부터 서울 시내에서 시내로 단거리 (왕복 20km) 출퇴근을 하다가 9월 초 부터는 직장을 옮겨 서울 시내에서 왕복 34km 를 매일 출퇴근하게 된 것이다. 현재의 직장은 집에서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는 왕복 2시간이 걸리는 곳, 차로는 러시아워라면 왕복 2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새벽에 출근하고 심야에 퇴근하는 직업 특성상 소요시간은 편도 30분 정도를 평균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출퇴근의 거의 전구간이 올림픽대로를 이용하고 있는데, 어찌보면, 쏘나타 플러그인이 착안될 때 가장 전형 (archetype) 이 되는 사용자의 운행 패턴이지 않을까 싶다.

 

 

3. 새로이 느껴지는
PHEV 의 장단점

 

 

장점

차가 늙지 않는다.가장 놀라운 점은 차가 늙지 않는 것 같다는 점. 2000년대 후반 이후의 모델들 (제네시스 초기형, NF 쏘나타 이후) 이 대체적으로 상당히 내구성이 좋은데, 이 플러그인 차량은 실질적으로 전기차이다 보니, 이제 6년차로 접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노화의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나의 최근 운행 패턴에서 이 차는 그냥 전기차다. 코로나로 인한 여러 사회적 변화로 서울 바깥으로 나가거나 주말에 가족과 나들이를 가는 일도 아주 뜸해 지면서, 나는 이 차를 이용하여 정확히 매일 34km 를 주행하고 저녁시간에 집에서 충전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름값이 거의 들지 않는다. 1년간 거의 5000km 를 주행하였는데, 작년 11월에 보험 가입하고 받은 쿠폰으로 넣은 3만원의 휘발유를 소진하는 데에 정확히 1년이 걸렸다. 그 사이 대전도 한번 다녀왔으니, 실제로는 시내에서 사용한 연료는 거의 없다. 게다가, 이미 5년이 지나서 중고차 값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 보험료도 국산차. 중형급 PHEV (지금 새로 사려면 BMW 5 시리즈와 벤츠 E 클래스 PHEV 정도 뿐이다) 를 이제부터는 거의 공짜로 타는 느낌이다.

 

 

전기차의 모든 장점과 최신 중형 세단의 풍요로움을 헐값에 모두 누리고 있다. 8.5만km 나 된 차라서, 배터리 성능이 나빠질 만도 한데, 하절기에는 여전히 50km 이상을 무난히 달려 준다. 앞으로 5년간도 시내에서는 훌륭한 전기차의 모습을 지속해 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단점

가다 서다가 반복되며 조금만 쭈뼛쭈볏하면 다른 차들에게 유린을 당할 수 있는 아침저녁의 올림픽대로에서 굼뜨기 짝이 없는 PHEV 는 확실히 순수 전기차만 못하다. 민첩하게 앞차를 따라 잡으면서 운전해야 하는데, 과거 대전에서는 힘이 넘치게 느껴지던 50kW 의 모터는 2톤의 거구를 잽싸게 이끄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 차가 300kg 쯤 더 가볍거나 모터의 출력이 두배쯤 강력하다면 괜찮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모터의 출력이 모자라다 싶으면 엔진이 개입하며 차를 뒤에서 잡아당기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조금 빨리 가기 위해 엔진을 쓸 요량이면 에코 모드를 풀고 풀 악셀을 밟아야 하는데, 초기형 크루즈 디젤의 터보가 터지기를 기다리는 느낌보다도 더 답답하다. 게다가 변속기가 달려 있어서 전기차를 오래 탄 사람으로서는 변속기의 움직임과 지연이 하나하나 몸으로 느껴지고, 답답하기 그지없다.

고속도로에서 추월 가속시에 합산출력 200마력이 넘는 이 차의 파워트레인은 괴력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시속 10~30km 에서 민첩하게 가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잠을 깨우는데 시간이 걸리는 엔진은 오히려 짐이 된다. 아마도 최신예 고출력 PHEV 들은 이런 문제를 덜 겪겠지만, 모든 상황에서 아주 쾌적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하나의 불만은, 34km 왕복이라 이제 10kWh 의 배터리로 딱 하루만 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의 변화와 함께 상상도 못한 스트레스의 요인이 된다는것. 지난 수 개월간 아파트 지하에 어마어마한 속도로 모델 3들이 들어오면서, 밤 늦게 겨우 퇴근하고 보면 (특히 11시 이후에 들어가면) 통로를 포함하여 파워큐브를 꽂을 자리가 남아있지 않는 경우를 꽤 경험하게 되었다. 더 대박은, 저녁 늦게는, 수전량 초과로 아예 아파트 전체를 돌아다니며 빈 데를 꽂아 봐도 충전 승인이 안되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다.

기름 모드 (HEV 모드) 를 이용한 출퇴근은 일반 하이브리드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PHEV 에서는 상당히 답답하며 연비도 잘 나오지 않기에, 맞닥들이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매일 주차장을 돌며 빈 콘센트를 찾아야 한다. 게다가, 배터리가 작은 주제에 겨우 4시간 충전하려고 매일 밤새 그 기둥 옆을 점유해야 한다는 것이 순수 전기차 유저들에게 미안한 기분도 들게 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감안하지 않은 인프라 설계와 한동안 수소차에 집중한 인프라 확대 정책 탓에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느는 전기차의 충전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느낌이다.

쏘나타 PHEV 보다 더 무겁고 전비가 나쁜 최근의 유럽산 차량들의 경우에도, 산술적으로도 집에서 충전이 가능하고 왕복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구입할 때 생각보다 불편함을 겪을 수 있을 것이다.

 

 

4. 유지 보수

지난 1년간 유지 보수 이슈는 없었다. 내연기관을 거의 쓰지 않았지만 엔진오일은 내년 즈음에는 한번 바꾸어 주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겨울이 지나면 에어컨 필터를 갈고 와이퍼 블레이드를 바꾸어야겠다. PHEV 에 대하여 걱정하는 것들 중 하나가 복잡도가 2배인 시스템이라 고장은 4배 잘 날 것 같다는 통념인데, 쉐보레 볼트 (Volt) 구형을 포함하여 고장이 잘 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삶이 매우 바쁘고, 차량 정비에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 않으므로, 부디 이처럼 계속 고장이 없기를 바란다. 타이어가 트레드는 다소 남았지만, 세월을 고려하여 한국타이어의 S2AS 로 교체하였는데, 이후 노면 소음이나 요철 처리의 정도가 보다 쾌적해진 느낌이다. 전동화 차량은 좋은 컴포트 타이어를 써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5. 결론

1년이 너무 빨리 지났다. 그 사이 다행이 고장은 없었고, 나는 늙었지만 예상대로 차는 늙지 않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든는 이론적으로는 좋지만, 실제는 힘들 수도 있다. 엔진은 때로는 짐이 된다. 그래도 이렇게 싸고 빠르고 편하고 골치 안썩이는 차가 또 어디 있을 까. 이렇게 또 1년을 더 타자.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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