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들의 새로운 드림카, EV9….의 아빠 이야기!
▶ 1986년 기아가 만든 ‘국내 최초 전기차’ 베스타 EV
▶ 유난히 ‘전기차’ 개발을 서둘렀던 기아…어째서?!
▶ 베일에 싸인 ‘대한민국 1호 전기차’ 개발 비화

기아자동차가 만든 국내 최초의 전기차! EV9의 흥행돌풍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기본트림이 7671만만부터 시작해, 상위트림 ‘풀옵션’을 하면 1억원을 가볍게 넘기는 가격에도 사전계약 1만대를 여유롭게 돌파했습니다. 상당한 고가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EV9이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EV9이 국내 유일의 ‘국산 전기 대형 SUV’라는 독보적인 포지셔닝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EV9 이전에도 기아자동차는 국내 전기차 역사에서 ‘독보적’이고 ‘독점적’인 입지를 선점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1980년대에 국내 최초로 ‘대한민국 1호 전기차’를 만든 곳 역시 기아자동차였기 때문이죠. 아빠들의 새로운 드림카로 자리매김한 EV9, 그 EV9의 ‘아빠 차’ 였던 국내 최초의 전기차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1986년 아시안게임에서 공개되었던 기아의 ‘베스타 EV’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 1986년, 세계를 앞서간 ‘대한민국 1호 전기차’ 기아 베스타 EV

1986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기아는 국내 최초의 전기자동차 ‘베스타 EV’를 공개했습니다. 동력원으로는 12V 160Ah 밀폐형 납축전지 18개를 사용했습니다. 같은 해 기아가 출시했었던 ‘베스타’를 기반으로 축전지를 9개씩 직렬 연결한 뒤, 2세트를 병렬 연결해 현재 기준으로 환산한다면 약 35Kwh 정도의 배터리팩(?)을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최고 속력은 약 80km/h 정도에 1회 충전으로 약 100km를 주행할 수 있었습니다.

기아가 만든 국내 최초의 전기차, 베스타 EV는 86년 아시안게임 당시 마라톤 경기 중계용 및, 마라톤 선수들의 기록 가늠을 위한 페이스메이커(선수들이 뛸 때 옆에서 나란히 달리며 선수들이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자동차)로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는 사실은, 이 차의 ‘용도’가 아닌 ‘개발 이유’가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차를 어떻게 사용했는지’가 아닌, ‘왜 기아자동차가 이 전기차를 만들었는지’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어? 당연히 중계용으로 쓰려고 만든 것 아냐? 그렇게 썼다며?” 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기아자동차는 ‘중계 방송’이 목적인 ‘방송국’이 아닌, ‘자동차 제조사’란 말이죠.

▶ 베일에 싸인 기아의 ‘대한민국 1호 전기차’ 개발 배경

실제로 이렇게 ‘마라톤 중계용 전기차’를 제작한 건 기아자동차가 ‘최초’가 아니었습니다. 19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 때에도 마라톤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국의 중계차에서 나오는 매연이 선수들의 페이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주관 방송사’인 미국 ABC 방송국에서 전기차를 특수 제작해 사용한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죠. 당시 ABC 방송국은 전기 모터 제조사이자, 소형 전기차 제조사인 UQM Technologies에 의뢰해 해당 차량을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당시 86년 아시안게임 주관 방송사였던 KBS가 기아에 ‘전기차’ 제작을 의뢰했다는 기록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또한 84년 LA 올림픽때 전기차를 납품했던 UQM Technologies가 실제로 소형 전기차를 판매하는 업체였던 것과 달리, 기아자동차의 ‘베스타 EV’는 아시안게임 중계용으로만 사용됐을 뿐, 실제로 판매는 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전기차의 내연기관 모델인 ‘베스타’가 판매되기는 했지만, 기아의 전기차가 실제로 상용화되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었습니다.

▶ 판매하지도 않을, 시대를 앞서간 기아 전기차…도대체 왜?!

더더욱 의아해지는 사실은 이 자동차가 80년대에 제작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웬만한 자동차 회사들은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앞다퉈 전기차를 개발했습니다. 199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차량을 판매하는 자동차 회사들은 일정 비율 이상 무공해차를 판매해야 한다’는 법령을 만들었기 때문이죠. 한 마디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국에서 차를 팔아먹으려면 ‘무공해 차’를 무조건 개발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던 거죠. 실제로 90년대에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은 부랴부랴 전기나 수소, 바이오 에탄올 등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며 ‘무공해차’를 만들기 위한 시도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기아가 만든 ‘베스타 EV’는 그보다 더 빠른 86년에 제작되었습니다. 기아는 도대체 왜 팔지도 않을 전기차를, 시대를 앞서가면서까지 만들었던 걸까요? 기아가 오피셜로 제작한 ‘기아 오십년사’라는 기아의 공식 역사책에도 해당 전기차의 ‘용도’는 간단히 언급되지만,  ‘제작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기아는 도대체 왜 판매하지도 않을 전기차를, 시대를 앞서가면서까지 무리해서 만들었던 걸까요? 어쩌면 전기차를 만들어야’만’ 했었던 가슴 아픈 속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이 당시 기아를 둘러싼 시대적 상황에서 기아가 국내 최초로 전기차를 개발한…아니, ‘개발해야만 했었던’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었습니다. ☛ (2부에 계속됩니다)

▶ 기아는 왜 80년대에 국내 최초 전기차를 만들었을까?! 영상으로 먼저 보는 뒷이야기 ☛ (클릭하시면 재생됩니다)

 

 

차돌박이
차에 대한 소식을 즐겁게 전해드리는 차똘박… 아니 차돌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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