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행상충을 밝혀놓고 시작해야 하겠다.

필자는 현대차의 보통주와 종류주식을 1년여 전 부터 계속 구입해오고 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 자체는 첫째,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이미 ‘피크 카’ , 즉 판매 볼륨 정점을 형성하고 장기적으로 추세적인 악화를 걸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 상황에서 글로벌 대형 자동차 제작사 중 재무 구조와 핵심 가치 측면에서 끝까지 살아남는다면 그것이 현대기아차가 될 가능성이 높고, 둘째, 다 집어치우고 나서도 당시 (작년 11월) 의 주가는 너무 쌌다는 것이다. 하여튼 현대기아차의 나름 주주인 격이니, 쓴소리도 하고 응원도 할 수 있음을 양해 부탁드린다.

 

자동차 시장 부진, Peak Car 시그널인가
모빌리티 혁명과 자동차 수요변화

출처 : 포스코경영연구원 www.posri.re.kr

현대차의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잠깐 경험해 보았다. 이 차량은 완전내연차량과 동시에 발매되었다는 점에서 무척 큰 의미가 있다. 처음으로 진정성 있게 하이브리드 모델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다행이도 발매 이래로 잘 팔리고 있다고 한다.

급격히 변한 외관 (페이스리프트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랜저라는 고전지향적 차급에 비해 매우 호화로워지고, 테크-지향적으로 바뀐 실내 (특히 계기판은 에어버스 A330 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느낌을 준다.), 당연한 트렁크 공간과 전/후석 공간은 차치하고 여기서는 앞으로 현대차가 나아가야할 파워트레인 방향에 대해 주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실내는 어느 측면에서는 독일 3사 중형차를 넘어서고 있다. 이보다 더 얼마나 호화로워질 수 있을까.

짧은 시승 동안이었지만, 아래 그림과 같이 준대형 차량 치고는 믿을 수 없는 우수한 연비를 자랑한다. 안락하고 조용하고 연비 좋고. 준대형 차량의 징벌적 연비가 부담되는, 은퇴가 멀지 않은 장년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전 시승인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에서 느꼈던 원 모터 하이브리드의 한계가, 역시 그랜저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토크가 보다 강력한 2,359cc 의 비교적 롱-스트로크 엔진이므로 헉헉대며 엔진이 끌려오는 느낌은 덜하고, NVH 에 보다 신경을 쓴 고급 모델이므로 초기 출발시 RPM 이 3천으로 오르는 것이 그렇게 두드러지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래퍼런스는 당장 배터리 전기차의 쾌적한 느낌이다.

다시 아이오닉 전기차를 타고 시승 센터를 빠져나오면서 드는 안녕감과 쾌적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아이오닉 전기차는 무척 나쁜 시트와 거의 무시당하다시피 한 NVH 에 대한 방어 때문에 그리 운전이 편안한 차량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내에서의 일상적인 가속 상황에서도 느껴지는 원 모터 하이브리드의 어정정하고 덜컹거리는 느낌이 당연히 없기 때문에, 최신예 그랜저 하이브리드 풀 옵션 (차량 가격은 구매시에 나가는 등록비용을 포함하면 5천만원대 후반!) 보다도 종 방향의 쾌적성에 있어서는 4년차 되어가는 아이오닉 전기차가 안락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 얼마 지나지 않아 두가지 중요한 소식을 접했다.

  • 첫째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고객 경험 등 미래 먹거리에 강력한 투자 드라이브를 한다는 것!
  • 둘째는 제네시스 G80 의 내연기관 기반형 전기차를 2021년 발매하는 것에 더해 2021년 하반기에 전기차 전용 모델인 JW 를 발매한다는 것!

현대차, 2025년까지 61조 투자한다
출처 : 서울경제 m.sedaily.com

정의선의 제네시스, 첫 전기차는 G80…기대주는 ‘JW’
출처 : 디지털타임스 www.dt.co.kr

굉장하다고 느꼈는데, 이 두 가지 건에 대하여, 여의도의 지인 분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둘의 공통된 의견은

  1. 현대차가 다 잘 만들지만 파워트레인은 도저히 어쩔수가 없다.
  2. 살아남으려면 HEV 도 PHEV 도 안되고…. BEV 와 FCEV 로 가는 수 밖에 없다.
  3. 지금까지는 현대만 빼고 모두가 이걸 알았는데, 이제 드디어 현대도 이 문제를 깨달은 것 같다.” 였다.

그렇다. 답은 완전한 전동화 밖에 없다.

아이오닉이나 코나 전기차가 10년에 걸쳐 개발된 BMW I3 이나 비슷하게 긴 시간 엄청난 R&D 투자를 동반하여 개발된 쉐비 볼트에 비해서 얼마나 짧은 시간에 저비용으로 개발되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섀시, 패키징과 얼마나 궁합이 잘 맞았는지 이제는 그들도 자각하였을 것이다.

게다가, 세상에 있는 좋은 것을 다 넣어서 만든 최신예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최고 수준의 페이퍼 스펙을 보여주지만, 자사의 엔트리 전기차만도 못한 운전 질감을 선사한다는 뼈아픈 사실을 이제는 그들도 자각하였을 것이다 (**물론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이전 세대보다 진일보하였으며, 굉장히 좋은 차임에 틀림이 없다. 그건 모두가 많은 기사를 통해서 잘 알고 있으므로 굳이 여기서 언급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그리하여, 현대차 장기투자자로서 응원을 하자면.
지금까지 내연차를 통하여 쌓은 섀시 노하우와 벌어놓은 돈, 기가막힌 부동산 투자 (그 한전 부지 개발해서 리츠로 조성하면 현대차 입장에서 투자금의 몇배는 빼먹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같은 장에..) 등을 더해 위태로운 테슬라를 넘어서는 미래 자동차 메이커로 거듭나길 바라며, 어렵기 그지 없는 한국 제조업의 턴어라운드 모멘텀을 좀 만들어 주길 바란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

더 뉴 아이오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PHEV) – 20,000km 주행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