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초기 전기차 산업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한 가지는 전용 플랫폼이었다. 오직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설계된 자동차의 하부 구조를 의미한다. 배터리를 플랫하게 배치하고, 모터와 감속기 모듈의 부피를 최소화했다. 때문에 경량화와 밸런스, 생산성까지 비교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레거시 브랜드들은 전기차에 대한 개발비 절감을 위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플랫폼을 계량한 ‘전동화’ 자동차를 주로 생산했다. 순수 전기차 기업과 직접적인 경쟁이 어려워지자 대부분의 기업들이 ‘스케이트보드’형 플랫폼을 개발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기업들이 스케이트보드형 플랫폼이 정답이라고 설명하진 않는다. 일례로 전기차 산업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볼보나 BMW도, 아직까지는 내연기관 겸용 플랫폼을 채택한다. 섀시 지오메트리를 동력 기관에 관계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있다고 하여 전동화 전기차의 개발을 전면 중단하는 상황도 아니다. 결국 전기자동차 시장도 성능 대비 가격이 상품성의 관건이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아직 시장의 중심인 가운데, 전동화 전기차는 적은 수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적절한 타협안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2021년 기아는 프로젝트 명 ‘SG2’ 2세대 니로 하이브리드를 사전 공개했다. 그리고 2022년 순차적으로 하이브리드와 전기자동차가 대한민국 시장에 시판된다. 니로는 전기 모터와 가솔린 병렬 하이브리드에 최적화된 플랫폼 설계를 갖추었으나, 1세대부터 순수 전기차로도 파생되어 왔다. 심지어 기아는 E-GMP라는 전용 플랫폼이 있고, 이를 통해 양산된 ‘EV6’라는 준중형 크로스오버도 시판 중인 상황이었다. 니로 EV가 전기차로서의 성능은 부진하고, 체급도 비슷하니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역할도 분명하기에 시장에서 열외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시승차량은 기아 니로 EV ‘어스’ 트림이다. 판매량이 적다 보니 트림 구성을 두 가지로 간소화했다. 그중 어스가 상위 등급이며 LED 램프나 1열 파워시트, 그리고 전용 컬러 선택과 2열 편의 장비 등이 추가로 탑재된다. 추가로 선택하는 패키지 옵션도 대부분 추가되어 있다. 하만 카돈 사운드나 HUD와 같은 고급 장비들도 내장되어 있고, 에지 팩이라 하여 C필러 가니시 색상을 추가할 수 있기도 하다. 니로만의 장점이다.

니로 HEV와 EV의 전면 디자인은 작지 않은 차이가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포함하는 범퍼의 디자인과 보닛을 감싸는 가니시의 형태가 달라진다. 실질적인 흡기는 차체 하단부의 좁은 인테이크가 담당하고, 이 외에는 액세서리의 역할로 허니컴 패턴을 각인하여 나름 스포티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LED 헤드램프의 형태는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이라는 기아의 차세대 디자인 언어가 접목되어 있다. 낮게 포지셔닝 되어 날카로움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SUV 특유의 듬직함보다는 도심형 크로스오버의 세련된 감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측면 디자인은 긴 보닛과 매끄러운 루프라인 덕분에 역동적인 인상이 남는다. 사실 프런트 오버행이 길고 휠베이스가 짧은 비율은 전동화 전기차의 특성으로 나타나는 부분이다. 다만 심미적인 균형미는 지금의 디자인이 일반적인 캡 포워드 SUV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마찬가지로 스키드 플레이트는 SUV의 감성이 아닌 유니크한 디자인 요소의 일환으로 배치했고, 부메랑 형태의 C 필러 가니시가 니로만의 캐릭터를 부여하고 있다. 루프 끝부분에 연결된 스포일러는 차체가 더욱 길어 보이게 하며 미세한 각도로 상승하는 벨트라인은 안정감이 느껴진다.

니로는 테일램프를 C 필러 가니시에 부착하여 정말 독특한 뒷모습을 갖추게 된다. 굉장히 좁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존재감이 확실하다. 직선으로 구성된 그래픽도 인상적이다. 이 C 필러 가니시는 내측 기둥과 분리된 형태라서 윈드터널의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직선으로 맞닿아 떨어지는 리어 패널의 형태도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전기차인 만큼 머플러 팁은 생략된다. 대신 범퍼 하단부의 은색 가니시가 밋밋함을 덜어낸다. 전체적으로 직선 위주의 디자인과 일부 참신한 디자인 요소들로 니로만의 세련된 캐릭터를 완성했다.

하이브리드와 인테리어 디자인은 큰 차이가 없다. 대신 라이트 그레이라는 실내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약 10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병렬로 배치하고 대시보드 형상은 비대칭형 비너클 라인을 따른다. 전환조작계는 직관성은 떨어지지만 간결한 디자인을 구현해 준다.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한 센터 콘솔이나 엠비언트 라이트, 알루미늄 소재 등 고급감을 자극하는 디테일들이 아쉽지 않다. 접이식 컵홀더 덕분에 수납공간도 넉넉하다. 스티어링 휠 또한 간결한 디자인으로 미래지향적인 분위기에 일조했다.

나름 SUV답게 뒷좌석 공간은 개방적인 느낌이다. 평탄한 레그룸도 마음에 들고 헤드룸도 기대 이상으로 여유롭다. 편의장비는 C타입 포트와 열선 시트, 에어벤트 등이 있고 1열 시트는 옷걸이로도 활용할 수 있다. 2열 시트는 4:6 폴딩 방식이며 배터리 탑재에 따른 트렁크 공간의 용량 저하는 없다. 보닛 내부에는 약 20L 용량의 조그마한 수납공간이 추가된다. 전체적으로 전기자동차에 어울리는 간결한 실내 디자인과 인터페이스가 마음에 들었다. 휠이나 센터패시아 등 일부 제품은 상급 차종의 제품을 억지로 호환시킨 느낌이지만 불편은 없다.

전원을 작동시킨다. 역시 전기차인만큼 저속에서의 가속감은 부드럽고 조용하다. 수치상의 최대출력은 201HP, 토크는 26.0kg.m이다. 단순 환산치지만 최대토크가 1세대에 비해 14Kg.m가량 감소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정말 상당한 감소 폭이다. 하지만 사 측의 발표에 따르면 로직 개선으로 실질적인 가속성능 저하는 없다고 했다. 아무래도 니로 EV를 시승하면서 가장 궁금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다. 매스컴의 평가에 따르면 니로 SG2 전기차의 제로백은 7.8초다. 이는 1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내 액셀을 깊게 밟아보았다. 클러스터의 우측 게이지가 차오르며 최대토크가 바로 입력된다. 가속감이 예상보다 훨씬 즉답적이다. 절대적으로 가속력이 빠르다고 판단하긴 모호하지만, 더 강력한 토크에 대한 갈증은 생기지 않는다. 전륜구동 자동차의 특성상 아무리 토크를 높이더라도 출발 가속 시 확보되는 트랙션은 제한적이다. 즉 타이어의 구동력과 도로 노면의 반력이 원활하게 연결되지 않아 손실만 커지는 셈이다 때문에 더 강한 토크를 가한다면 일말의 가속성능은 늘더라도 불안감도 비례하여 커질 것이다.

때문에 어느 정도 속력이 붙으면 펀치력은 40토크의 힘을 가진 구형이 낫다는 평이 있다. 그래도 28토크의 힘이라도 충분하다는 가속감을 느꼈다. 따지고 보면 하이브리드 모델에 비해서도 가속성능이 훨씬 뛰어니다. 다만 14토크의 힘이 말장난 같은 수치는 아닌데 1세대의 세팅이 많이 부족했던 건지 체감 차이가 크지 않다. 기본적인 승차감은 안정적이다. 밖으로 보이는 것처럼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짧다. 사실 SUV보다는 직접적으로 승용차의 주행 특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댐퍼도 단단하고 스티어링 휠은 스포츠에서만 꽤나 묵직하다.

역시 전륜구동이라 그런지 핸들링 감각이 예리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급가속 시 직진성이 떨어지는 토크 스티어 현상도 여전하다. 사측에서는 토크 스티어를 줄이기 위해 구동력을 약화시켰다는 설명도 있었는데, 이보다 심했다면 직진성이 꽤나 불안했을 것 같다. 물론 정상적으로 가속하면 운전에 지장을 주지 않다. 그렇게 편안히 운전할 때 섀시는 적당한 안정성과 부드러움을 보여준다. 고속에서 유입되는 풍절음은 다소 아쉬웠지만 포지션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대신 HUD와 ADAS 장비가 편안한 운전을 보조해 주었다.

패들시프트는 회생제동의 강도를 조절한다. 최대 강도인 I-페달을 켜면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일부 에너지를 흡수하여 배터리 잔량이 상승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배터리는 CATL 사의 제품으로 전력량은 64.8Kwh이다. 공차중량이 약 1.7톤, 전비가 5.3Km/kwh로 SUV 치고는 훌륭한 편이다. 배터리 컨디셔닝 기능이 탑재되어 BMS가 최적의 온도 조건을 찾아간다. 항속거리는 401Km로 심리적인 저항이 크지 않다. 마지막으로 급속충전 시 80%까지의 충전시간은 대략 45분이라고 한다. 코나 일렉트릭처럼 충전 성능은 개선되어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니로 SG2 순수전기차를 시승했다. 세련된 디자인과 넉넉한 공간성, 그리고 만족할 만한 주행성능을 갖춘 도심형 전기 SUV다. 사실 일반 소비자들에게 EV전용 플랫폼의 채택 여부가 큰 차이점처럼 여겨질지는 미지수다. 대중들은 형식적인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없고, 그저 가격에 대비한 만족도를 따져보는 게 보급형 전기자동차 시장의 본질이다. 어쩌면 대중들에게 자사의 전기차를 설득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익숙함을 매개로 활용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결국 스타일이든 가격이든 보수적인 전기차 설계에도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다.

 

 

 

유현태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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