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다수의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어쩌면 전기차의 생산은 개인의 요구보다도 사회적인 강요로 시작되었다. 온실 가스 배출량을 낮추기 위함이다. 약간의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다. 수십 조 규모의 정부지원, 자동차 기업의 영업손실, 일부 소비자들의 단가및 위험 부담 등 지역 사회의 노력이 있었기에 무공해 자동차의 판매비율이 성장한 것이다. 아무튼 아직은 작은 시장이라도 모든 기업들은 미래를 내다보며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한다. 그만큼 각각의 브랜드마다 무공해 자동차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전기자동차의 상품성은 ‘항속거리’에 큰 영향을 받아왔다. 전기차의 특성중 한가지는 차체 용적에 따라 탑재 가능한 배터리의 용량도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또, 배터리 용량과 중량은 비례하기 때문에 막연히 전력량이 높다고 해서 오래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즉,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할수록 전비는 낮아지기 때문에 항속거리의 한계점이 분명하다. 핵심은 효율이다. 차체 커서 무거운 차량들은 어쩔 수없이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다. 반면 소형차들은 비교적 작은 배터리 용량으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도 하다. 이로써 대형차와 소형차의 가격 격차는 내연기관 시대보다 더욱 크게 벌어질 수 있다.

그렇듯 저용량 배터리 탑재와 함께 효율적인 세팅을 지향하는 기업들도 다수 있다. 아마 소형차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유럽 브랜드들이 주축일 것이다. 이번 글의 주제는 BMW 계열에 있는 소형차 전문 브랜드 ‘미니’다. 미니는 전동화 트렌드에 따라 2019년 최초의 순수 전기차를 공개한 바 있다. 이름은 ‘쿠퍼 SE’, 한국에는 ‘미니 일렉트릭’이란 이름으로 2022년 출시된다. 유럽의 쿠퍼 SE는 꽤나 준수한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하락세를 보이던 해치백 브랜드 중 전동화 전략으로 점유율을 유지한 긍정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초기 시장 반응이 달갑지만은 않았다.너무나 짧았던 150km 수준의 항속거리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 시장에서의 수요는 기대 이상이었다. 너무 기대심이 위축되었기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배터리 전기차의 시장 전략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해진 순간이기도 했다. 시승차량은 미니 해치백 일렉트릭 쿠퍼 S ELECTRIC 트림이다. 해외에서는 미니 3도어 해치백 전기자동차가 쿠퍼 ‘S E’ 라고 판매되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미니 3도어의 엔진 성능을 구분하는 ‘JCW’나 ‘S’처럼 하나의 파생 차종으로 간주하는 형식이다. 주행 성능이 일반 모델보다는 상위 등급인 ‘S’에 가깝다고 간주한다.

미니 해치백의 파생 차종인 만큼 아이코닉 한 디자인은 그대로다. 기능주의를 따르던 구 형태의 헤드램프와 아치형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특징이다. 크램셀 후드 디자인으로 분할선을 최소화했고, 에어인테이크의 심플한 형태덕분에 디자인은 보다 상징적으로 느껴진다. 원래 전기자동차는 전면 그릴을 생략하거나 변화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미니는 고유의 디자인에서 작은 단을 추가한 수준에 그친다. 그나마 쿠퍼 ‘S’의 엠블럼을 부착하되 라임색 컬러를 적용하여 EV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인위적인 차이를 강조하지 않았다는 점이 미니의 헤리티지에 부응한다.

측면도 지극히 미니스러운 디자인이다. 보닛과 프런트 오버행이 상대적으로 길지만, 극단적으로 짧은 리어 오버행 덕분에 밸런스가 개선된다. 측면은 특별한 기교 없이 약간의 경사를 지닌 벨트라인과 크롬 몰딩으로 역동적인 인상을 남긴다. 루프라인도 C필러를 향할수록 미세하게 낮아진다. 프런트 펜더의 가니시 엠블럼과 라임색 사이드미러, 충전단자 캡 등 전기차만의 차별화 요소들이 개성을 나타낸다. 특히 플러그 단자를 형상화한 휠 디자인이 참신했다. 4스포크 비대칭 구조로 미니라서 소화가 가능한 디자인 같다.

뒷모습도 헤리티지가 오랜시간 정제되어 있다. 측면에서 벨트라인을 강조하던 크롬 몰딩은 뒷유리로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측면 프레임리스 글래스와 더불어 C필러까지, 전부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하다 보니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 구현된다. LED램프로 영국 국기의 유니언 잭을 형상화한 테일램프 그래픽은 언제보아도 인상적인 캐릭터다. 이외에는 레이아웃 부터가 단순하고 엠블럼 정도가 특징인 듯 하다. 대신 라운드 스타일 마감이 미니의 유니크한 감각을 보여준더, 머플러팁이 생략된 점도 이질적이지 않다.

실내 공간이다. 프레임리스 도어와 낮은 시트포지션 때문에 승하차가 쉬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시트에 앉아있으면 특유의 안정감이 느껴진다. 타원형의 디지털 클러스터와 원형 프레임을 갖춘 센터페시아, 그리고 원형의 송풍구와 도어 캐치까지 온갖 독특한 디자인 요소들이 가득 담겨 있다. 편의장비는 BMW의 감각이 느껴지기도 하고, 내장재가 고급스럽진 않아도 엠비언트 라이트나 토글 스위치가 만족도를 높인다. 3스포크 타입 스티어링 휠이나 전자식 기어노브도 크기와 그립감이 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뒷좌석 공간은 비좁지만 의외로 쾌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애초에 3도어 모델이라 공간적 여유를 기대하긴 어렵다. 편의장비도 컵홀더 정도만 보였는데, 억지스러운 3인 시트가 아니라 2인용 시트라서 작은 체구를 감안하면 크게 불만스러운 구성이 아니다. 트렁크 공간도 딱 기대하던 수준이라 시트 폴딩에 의존해야할 수 있다. 대신 매트 아래에도 추가적인 공간이 있었다. 중점은 전기차나 휘발유 차나 실내 공간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배터리를 ‘T’자 형으로 배치하여 희생되는 실내 공간이 없었다고 한다. 전동화 전기차로써 분명한 강점이다.

유니크함을 강조하는 미니답게 전원 작동 사운드가 참 독특하다. 마치 우주선의 시동을 거는 듯 하다. 전동 모터를 활용하는 전기차라서 부밍음이나 진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보다 큰 이질감은 크리핑이 안된다는 점이다. 전기차는 모터의 자체적인 감속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회생제동’ 기능이 있는데, 미니는 단계 조절이 가능할 분 작동을 차단할 수는 없다. 그나마 1단계에서의 감속이 크게 걸리진 않았다. 동력을 상시 전달하는 내연기관과 큰 차이점인데, 정차시에 에너지 낭비가 없고 브레이크를 안밟아도 된다는 장점은 있다.

제원표 상의 최대출력은 184마력, 토크는 27.5kg.M이다. 물론 단순환산 수치다. 공차중량이 1390Kg으로 미니 해치백치고는 무거운 편이다. 하지만 전기차 치고는 상당히 가벼운 편이다. 전력량이 32.6Kwh에 불과하다. 소음과 진동이 없는 모터의 출력 전개는 부드러운 가속감을 전달해 준다. 액셀을 깊게 밟으면 토크를 나타내는 게이지가 즉답적으로 차오르고, 속력은 가파르게 상승한다. 제로백은 7.3초, 모터의 토크에 따라 인위적인 사운드가 들려온다. 마치 장난감을 다루는 듯한 직관적이고 경쾌한 반응이 인상적이다.

미니가 추구하는 자동차의 세팅은 ‘고 카트 필링’이다. 카트를 모는 것처럼 즉답적이고 안정적인 주행감을 담아내고자 한다. 자동차와 운전자 사이의 직결감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전기 모델일지라도 특유의 묵직한 핸들링 감각과 서스펜션의 단단한 강도는 여전하다. 컴포트 모드에서의 핸들링 감도가 일반 승용차의 스포츠 모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쿠퍼의 스포츠 모드를 사용하면 처음에는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게 버거울 정도였. 하지만 도로에서 빠른 가속으로 가벼운 차를 움직이다 보면 묵직함이 이내 안정감과 추종성으로 느껴지게 된다.

일반적인 승용차보다는 스트로크가 짧고, 댐퍼의 강성이 높은 편이다. 체구가 작다보니 더욱 도로에 붙어있는 느낌이 들고 롤링과 피칭도 잘 억제되어 있다. 고속에서도 소형차 특유의 불안함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소음이나 떨림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동성을 고려하면 고속 주행보다는 와인딩 코스와 같은 잦은 코너링에서 재미를 느껴보기 좋을 듯 하다. 전기차라서 아쉬운 점은 가속감이 아니다. 다운쉬프트가 불가능하고 특별한 배기음이나 RPM 사운드가 느껴지지 않는 점이다. 즉, 감성적인 부분이다.

그래도 일렉트릭의 정숙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이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일 것이다. 미니의 고카트 필링이란 특수성에 어울리지 않더라도, 데일리 카로는 훨씬 편안한 승차감을 제시한다. 한편 쿠퍼SE의 대한민국 환경부 인증 항속거리는 159KM이다. 전비가 4.5Kwh라고 하는데 무게가 가볍고 면적도 작다보니 여타 전기차에 비해 고속주행시 전비 저하가 심하지 않은 편이다. 회생제동도 기본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실제 주행거리는 200Km를 가볍게 상회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도심형 자동차로는 부족함이 없는 구성이다. 10%에서 80%까지의 급속충전 시간은 35분이다. 전력량을 생각해보면 빠른편은 아니다. 항속거리가 높은 타 차량과 비교하면 80%까지의 충전시간이 비슷하다. 즉, 비슷한 시간으로 충전해도 주행할 수 있는 거리는 매우 짧은 편에 속한다. 그만큼 충전소를 방문할 일도 잦다. 그런데 장거리 주행을 고려하고 전기차를 구매한다면, 아직까지도 순수전기차의 경쟁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특별한 이벤트가 없다면 일 주행거리가 100km를 넘어서는 날은 흔치 않다. 미니의 작은 체구와 운전의 재미, 낮은 비용과 충전비 절감 효과는 여타 전기차들과 대비되는 장점이다.

편의장비도 크게 아쉽지 않았다. 컴바이너 타입의 HUD는 깔끔하진 않아도 시인성이 뛰어나다. 8.8인치 디스플레이는 무선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고, 일부 ADAS 장비및 카메라 모니터링도 조작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방향 지시등이 전자식이라 적응이 필요하다. 문제는 아니다. 독특한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창밖에서 바라보며 미니답다는 느낌을 이미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인테리어도 이토록 개성적일 줄 몰랐다. 일렉트릭 모델의 깔끔한 익스테리어 디자인과 라임색 포인트는 유니크함을 더욱 강조해준다.

미니 쿠퍼 SE를 시승했다. 여전히 유니크한 디자인과 의외로 편안한 승차감이 인상깊은 부분이다. 당연히 여타 승용차만큼 부드럽진 않다. 그래도 이제는 평범한 소비자들도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세팅을 지녔다. 해치백의 실용성도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다. 대부분의 소형차라 하면 작고 비좁다는 생각이 앞선다. 더구나 배터리 공간이 잠식한 전동화 자동차라면 더욱 답답해질 것이다. 쿠퍼 SE의 단점은 비교적 부진한 항속거리다. 하지만 해치백의 본질을 해치진 않는다. 고카트 필링의 잔흔이 남아있는 독특한 주행질감도 여전한 매력이다.

미니는 2025년까지 내연기관의 신차 출시를 이어갈 예정이라 한다. 이후 2030년, 모든 시판차종을 순수 전기차로만 구성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유럽의 환경규제를 따른 결정이다. 만약 미니가 전용 플랫폼을 활용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높은 스펙의 전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신 특유의 필링을 구현했을 지는 의무인다. 과연 5세대 미니 SE는 어떠한 방식으로 헤리티지와 전기차의 제약을 해소할지 궁금하다. 이번 SE는 ‘항속거리’라는 명확한 단점이 있을 뿐, 이 외의 매력에 매료된 소비자들은 납득할 만한 상품성과 실적을 보였다.

 

 

유현태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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