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독립기념관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AP뉴시스

 

美, 한국대표단에 입장 우회 표명
바이든 ‘美중심 공급망’ 거듭 강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우려를 전달한 우리 정부 합동대표단에 11월 중간선거 등 국내(미국)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IRA 통과가 중간선거에 앞서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성과 중 하나였던 만큼 우리 정부가 원하는 IRA 개정 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투자 발표를 환영하며 “전기차와 반도체는 미국에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직접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세액 공제 등을 해주는 ‘반도체육성법’과 IRA를 토대로 미국 중심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이다.

 

 

미 측 기류를 종합하면 IRA 시행으로 한국산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만큼 우리 정부가 전방위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대책 마련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1일 미국 하와이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3자 회의를 갖고 IRA와 관련해 적극 협조를 당부했지만 설리번 보좌관은 일단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취지로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전기차-반도체 美서 만들것
마이크론-혼다 잇단 美투자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1일(현지 시간) 10년간 150억 달러를 들여 마이크론 본사가 있는 아이다호주 보이시 주변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미국에 새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 건설되는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마이크론 투자는 미국의 또 다른 승리”라며 “나의 경제 계획의 직접적인 결과로 이번 주에만 퍼스트솔라, 도요타, 혼다, 코닝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와 고용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에 우리는 미국에서 전기차, 반도체, 광학섬유와 핵심 부품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밑바닥부터 중간까지 (공급망을 갖춘) 경제를 건설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반도체법,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성과로 미국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랠리를 강조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이날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의 최대 희생양이 됐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에서 전년 대비 17.7% 많은 13만5526대를 판매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전기차 판매량은 4078대로, 103.9%가 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로이터 “현대차-기아 최대 희생양”
美는 “살펴보겠다” 수준 답변만

하지만 이번 법으로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보조금이 끊겼지만 전기차 모델 수가 적고 미국 시장 점유율이 낮다. 독일의 경우 폭스바겐이 8월부터 미국 테네시주 전기차 공장을 가동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5월 현대차가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을 때 “투자 결정에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을 뒤집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현대차 관계자는 로이터에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발맞춰 보조금을 받기 위해 공장 신설을 계획했는데, 새 법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IRA 시행으로 한국산 전기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미 측에 지속적으로 우려를 전달하며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그 듀시 미국 애리조나 주지사를 접견하고 “IRA에 대해 우리 기업의 우려가 큰 만큼, 우리 진출 기업들이 차별 없이 미국 기업들과 동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주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수장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집에 돌아가서 모두 IRA를 숙독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IRA는 전기차에 국한된 법이라기보다는 공급망, 특히 자유주의 국가들 간 공급망 문제를 어떻게 재정립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방향성이 담겨 있는 측면이 있다고 미국 측이 강조했다”고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미 측에서 이처럼 “살펴보겠다”는 수준으로만 답하는 현재 상황이 그만큼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는 방증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미국은 최근 방미한 우리 정부 합동대표단에 IRA와 관련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역점 법률인 IRA를 우리 측 요구에 따라 손댈 가능성이 현재로선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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