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발매된 쏘나타 신형 하이브리드를 시승 센터를 통해 (요즈음에는 예약만 하면 혼자서 1시간동안이나 차를 자유롭게 시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2월이 되어서야 경험해볼 기회를 가졌다.

중형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량의 공인 연비가 바야흐로 20km/l 를 넘으며, 연비시승기를 보면 26km/l 이상의 실연비를 보여준다고 하는 놀라운 모델로, YF 시절부터 점진적인 개선을 계속하여 이제는 적어도 효율 면에서는 변속기 통합형 원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정점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였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1048km 무박 시승의 최종 결말은
놀라지 마시라.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몰고 서해안, 남해안, 동해안을 거치고 돌고 찍으면서 무박으로…
출처 : 오토헤럴드 www.autoherald.co.kr

특히, YF 때는 아직까지 정제되지 않은 제어 알고리듬으로 효율성도 상대적으로 낮고 급격한 스로틀 조작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문제 (뭐라고 이것을 일겉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배터리 SOC 가 낮은 상태에서, 리젠에 가까운 상황이다가 개도 조작을 하여 엔진 출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며, 모터는 드래그[항력]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1-2초간 차가 벙 찌는 현상이 고질적인 문제였다.) 가 두드러졌었다.

그러나 이 두가지 문제점이 LF 에서 큰 폭의 개선이 있었고,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서 다시한번 대폭 개선되어서, 본질적 한계가 많은 원 모터 하이브리드가 통상적인 교통의 흐름을 따르는 주행 상황에서는 아무런 어색함을 느끼기 어려운 정도까지 발전하는 것을 체험해 오다보니, 이번 쏘나타는 더욱더 기대가 많이 되었다.

캐릭터 라인과 헤드램프, 그릴의 형상은 과거의 애스턴 마틴을 떠올리는 모습이다. 상당히 급진적이지만, 전후좌우을 돌아보면 정제된 맛이 약간 떨어지는 구석도 있다. 말하자면, ‘균제미’ 가 떨어진다. 그리고, 차량의 크기는 이제 엄청나게 커져서, 10년전의 풀사이즈 세단을 방불케 하며 실제로 시승 과정에서 좁은 지하주차장에서의 거동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이다.

실내는 요즈음의 트렌드를 따라, 계기판과 모니터의 크기가 지속적으로 커지며 많은 기능들이 인포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통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시승 과정에서 느껴지는 것은 NVH, 시트의 편안함, 보스 오디오의 (풀옵션 모델이다) 음질, 무척 발전된 조향보조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으로 가다서다가 동반된 정체 구간에서도 운전의 피로도가 무척 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승 동안 49분 동안 22.5km 를 주행하였는데, 평균 연비가 18.0km/L 로 (솔라 루프가 얼마나 연비에 기여하고 있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 겨울철에 히터를 사용한 상황이며 상당히 막히는 시내와 약간의 간선도로 주행임을 고려하면 무척 흡족한 수준이다.

공차중량이 LF 풀옵션 기준 1,595 kg 에서 DN8 풀옵션 1,505 kg 으로 대폭 경량화가 이루어졌는데, 그동안 부족한 섀시를 중량 증가로 따라오던 현대차가 이제는 경량화와 성능 향상을 동시에 꾀하고 있음을 방증할 수 있는 부분이며, 이러한 점이 효율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요즈음의 애널리스트 리포트들을 보면, 특히 전동화와 관련하여 기존 내연차량 대비 경량화가 가능한 부분을 다양한 협력사에서 개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일 프리미엄사들의 친환경 모델들이 하염없이 무거워지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아주 바람직한 기술개발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타이어는 국산 OEM 들 보다는 비싸지만, P zero 보다는 싼, P zero 올시즌이 장착되어 있다. 차량의 합산출력과 토크, 중량, 가격대를 고려할 때 적당한 OEM 타이어를 채택한 듯 하다. 다만, 현대차의 친환경차 라인업에서 항상 아쉬운 점은 상위 등급에서 작은 휠/타이어 (예: 16인치) 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마이너스 옵션을 열어주면 연비와 성능 개선을 위해서 작은 타이어를 선택할 극소수의 유저도 있을 것인데, 지금은 동호회 등에서 맞교환을 하는 방법이 최선이기는 하다.

다양한 상황에서의 섀시 거동이나 요철의 처리 능력은 컴포트 성향의 하이브리드 차량으로서는 역시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수년간 배터리 바닥배치 배터리 전기차의 우수한 거동에 너무 익숙해져서, 내연차들은 웬만큼 좋아져도 그냥 평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래서 그렇지, 이 정도면 정말 오랬동안 훌륭하게 발전한 섀시다. NF 가 처음 나왔을 때에 정말 놀라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매 세대마다 그 이후로 계속 개선이 있었던 것 같다.

꽤 많은 세대의 쏘나타가 머릿속에 떠오르며, TMED 기반 원모터 하이브리드의 발전을 곱씹어 보니, 필자가 차를 시승하고 어딘가에 느낌을 기록해온 지는 무척 오래 된 것 같다. 여담이지만, 시승 중에 마리스 얀손스의 죽음을 ‘김미숙의 가정음악’에서 접하고, 내가 예전부터 아끼던 그가 오슬로 필과 연주한 쇼스타코비치 5번의 2악장을 시승차의 굉장한 오디오시스템을 통해 듣게 되니 여러가지 감상에 젖게 된다.

그렇게 힘이 넘치던 얀손스가 심근경색과 노쇠(frailty) 로 말년에는 겨우겨우 포디움을 지키다가 결국 떠난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축적되고, 또 흘러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굉장해 보이던 NF 쏘나타도 이제는 퇴물로 보이는 것이고.

전체적으로 흠을 찾기 어려운 차량이지만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몇가지 생각할 점이 있다.

첫째는 가격

이제 이것저것 다 넣은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사려면 거의 4천만원이 든다. 밀레니얼 세대의 임금 상승은 지지부진한 post-2008 시대,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가처분 소득이 거의 남지 않는 이 시대에서, 쏘나타는 매우 호화스러워졌지만 또 무척 비싸졌다.

둘째는 원-모터 시스템의 태생적 한계

서 있다가 출발할 때 e-assist 가 작동하는 방식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돌면 초기 가속이 무척 부드럽게 되는데, 현대의 원-모터 시스템은 이 보다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EV 주행 시간을 늘이기 위해) 초기 가속시에 엔진을 바로 3000rpm까지 띄워버리는 식의 알고리듬을 채택하게 되어, 이 때에 모터가 드래그로 작용하는 느낌은 여전하다. LF 쏘나타 PHEV 의 전기 모드는 너무 좋지만, HEV 모드는 이 특성이 무척 고통스러운데 DN8 에서도 이 태생적 한계는 어쩔수가 없다.

셋째는 주행시간의 90% 정도를 커버해주는 애매하게 좋은 레벨 2 정도의 주행보조기능

이정도가 2년 전에 구현되었으면 아주 놀랐을 것이지만, 왠지 조금 더 나은 레벨 2 (거의 테슬라 오토파일럿 수준의) 이 조만간 일반화될 것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3.5년 전에 나온 아이오닉의 ASCC+LKAS 과 비교했을 때 무언가 왕창 좋아졌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든다. 완성차업체와 협력사의 영익률이 다 빤 한 상황에서 이렇게 좋아지는게 그래도 대단하다 싶지만, 모두들 또 살아남기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다보니 차 만들어 팔기도 참 힘든 세상이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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