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렁크(Frunk)?

내연기관 승용차들은 흔히 앞 구동축 쪽에 엔진이 붙기에, 트렁크는 자연히 뒤쪽에만 붙었습니다. 엔진이 뒤에 달린 고가의 스포츠카들은 반대겠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이므로 우선 예외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전기차들이 보편화되면서 승객석 뒤쪽뿐만 아니라 앞쪽까지 트렁크로 쓰는 차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북미 언어권에서는 Front(앞)와 Trunk를 합성하여 “프렁크(Frunk)”라고도 부르죠. 신세대 전기차들의 특징처럼 언급되는 “프렁크”. 이것이 만들어진 배경이며, 생각해 볼만한 다른 이야깃거리를 한번 다뤄보겠습니다.

 

 

프렁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10여년 전 전기차들은 주로 내연기관차의 구조를 밑바탕으로 두고 배터리팩과 모터를 설치한 형태기에 수납공간에 있어서 대단히 큰 혁신을 도모하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테슬라를 필두로 등장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구조를 가지는 신개념 전기차들은 앞/뒤 구동축 주변이 매우 컴팩트합니다. 배터리를 승객석 아래 바닥에 평평히 깔고, 엔진에 비해 매우 작은 부피의 모터를 배치하면 끝나는 지극히 심플한 구조적 특성상 수납공간을 앞/뒤 모두에 둘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프렁크의 매력

앞부분까지 트렁크가 된다는 점은 충전 디바이스를 항상 챙겨야 하는 전기차 차주들에게 많은 편익을 가져다줍니다. 땅바닥에 질질 끌리고 지저분한 상태이기 마련인 이동형 충전 케이블은 물론이고, 냄새나는 각종 음식물들을 프렁크에 따로 수납하기만 해도 뒤쪽 트렁크를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요새는 SUV 뒷좌석을 폴딩하여 평탄화한 후 차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런 분들에게는 특히 뒤쪽 트렁크를 항상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프렁크가 매우 고마운 존재일 것입니다.

 

 

프렁크 없는 전기차는 구식 전기차?

하지만 “프렁크”가 꼭 전기차들의 필수요소인 것만은 아닙니다. 메르세데스-벤츠 EQS의 경우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설계되었지만, 앞부분이 트렁크로 활용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반인들이 아예 열 수 없게끔 막아버렸습니다. 타사 전기차 전용 플랫폼 차들과 마찬가지로 구조는 내연기관차 대비 매우 평평하고 심플하지만, 벤츠는 차체의 바디 셰이프를 최대한 유선형으로 만들고자 이런 독특한 방식의 설계를 취했습니다.

앞유리창을 극단적으로 앞쪽까지 기울여 눕히고 보닛 개방에 따른 절단면을 원천적으로 없애버릴 정도로 공기역학에 목숨을 걸고 만든 이 차는 공기저항계수 0.20Cd를 달성하였습니다. 현존 양산차 신기록을 대형 승용세단으로 실현해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공기저항이 낮을수록 고속 주행간 전비 효율 손해를 더욱 낮출 수 있기에, 앞부분을 열어보기는 커녕 손을 댈 수 없다 한들 EQS는 다른 차종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보적인 효익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 설계가 아닌, 내연기관차 구조를 공용하는 전기차들 중에서도 프렁크를 갖춘 경우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시의 볼보 XC40 리차지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XC40 기반의 개조전기차입니다만, 전기차의 후드를 들어올리면 이와 같이 깔끔하고 넓은 프렁크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내연기관 플랫폼 설계 시작 단계에서부터 전동화 모델 파생을 전제로 하여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매하게 높은 엔진마운트 위에 모터를 올리는 것이 아닌, 모터룸 자체를 최대한 낮게 배치할 수 있는 설계 구조를 시작 단계에서부터 적용하면 이와 같이 넓은 프렁크를 확보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볼보 CMA 플랫폼이 바로 그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졌기에, 볼보 XC40 내연기관차 및 전기차, 그리고 산하브랜드 폴스타2 전기차까지 그 플랫폼 하나로 다양한 파생 모델을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프렁크가 있는 전기차도 있지만,
프렁크가 없다고 구식 전기차인 것은 아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구조가 매우 단순하지만, 제조사가 생각하는 핵심 가치에 따라 서로 매우 다르게 표현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공기저항계수가 낮은 차를 만들고 싶어하는 벤츠는 프렁크를 아예 없애버렸고, 경정비 용도의 부속들을 환하게 노출시키고 승객석을 최대한 넓히고자 하는 현대차그룹 E-GMP 플랫폼 전기차들은 프렁크가 비교적 좁게 구현했습니다. 프렁크가 없거나 좁다고 해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트레이드오프 관계에 따라 무엇을 희생하고 무엇을 얻었는지에 대해 느껴보고 탐구해보는 것도 매우 재미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EV라운지 파트너 아방가르드
evloun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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