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보여주는
‘후발주자’의 경영 혁신

[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첨단 기술을 앞세운 전기차 기업으로 유명하다. 자율주행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차량에 적용하고 있고 혁신적인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선보이며 차를 ‘달리는 정보기술(IT) 기기’로 변모시키고 있다. 하지만 다른 완성차 기업을 압도하는 기업 가치를 지닌 테슬라의 무서운 점은 이런 기술만이 아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혹은 시도하지 못했던 경영 방식 역시 테슬라의 핵심 경쟁력이다.

대표적인 것은 차량 판매 인력이 없는 기업 운영이다. 거의 모든 완성차 기업들은 그동안 직접 판매 인력을 고용하거나 외부의 딜러 조직과 협력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차를 파는 체계를 구축했다. 차는 가격이 비쌀뿐더러 많은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한 브랜드 안에서도 모델별, 옵션별로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사후 관리까지 필요한 제품이다. 이런 차 구매에서는 ‘영업사원’이 구매자를 직접 돕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져 왔다.

그런데 테슬라는 전면적인 온라인 판매로 이 틀을 깼다. 온라인 판매는 인건비와 수수료, 판매장 운영비 같은 판매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가격을 비롯한 판매 관련 정책도 홈페이지를 수정하는 것으로 손쉽게 바꿀 수 있다. 이런 비용 절감은 차량 가격 경쟁에서 테슬라가 앞설 수 있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백화점식으로 다양한 구색의 모델을 모두 내놓는 대신 특정 모델에 집중하는 포트폴리오도 눈에 띄는 전략이다.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은 소형부터 대형까지,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모두 아우르는 차량 모델을 모두 갖추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테슬라가 현재 판매하는 모델은 네 개뿐인데 이 가운데서도 ‘모델3’와 ‘모델Y’를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심지어 테슬라는 몇 종 안 되는 판매 차량의 부품 구조까지 단순화·통합화하고 있다. 이런 소품종 대량생산과 부품 단순화는 자연스레 생산비용을 떨어뜨릴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최근 자동차 업계에 불어닥친 차량용 반도체 대란 속에 테슬라가 가장 작은 타격을 입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테슬라는 차를 만들어서 파는 것이 매출의 대부분이었던 완성차 기업이 ‘구독형 서비스’를 팔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이라고 이름 붙인 기능을 차를 살 때 일시불로 구매하거나 구독료를 지불하면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기능은 사실 이름과 달리 자율주행 기술이 아니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의 일종이다. 그래서 자율주행 기술이 아니라 매출 구조 측면에서 ‘완전’한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차를 판매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현금이 유입될 수 있는 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테슬라가 보여주는 새로운 방식들은 거대한 산업에서 후발주자가 가진 장점도 잘 보여준다. 이미 고용한 인력과 투자한 자산이 적었기 때문에 저항 없이 새로운 방식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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