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전기차 ‘아이오닉5’의 모티브가 된 콘셉트카 ‘45’. 현대자동차 제공

 

오늘은 내년부터 출시할
아이오닉5에 대한…

오늘은 현대·기아자동차가 내년부터 출시할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전기차 그리고 그 첫 모델이 될 ‘아이오닉5’를 다뤄보겠습니다. 현대·기아차가 전기차만을 위한 플랫폼인 ‘E-GMP’ 기반의 차에서 조향을 돕는 전기 모터를 스티어링 휠과 가까운 곳에 두는 ‘칼럼 마운트 방식(C-MDPS)’ 대신 ‘랙 마운트 방식(R-MDPS)’을 채택한다는 새로운 소식과 함께인데요. 기술적인 부분에 더해서 어떤 강점으로 고객들에게 어필하는 차가 될 지도 예측해보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전기차의 특징을 살려서 ‘실내 공간’에서 승부를 보는 차가 되지 않을까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5, 아이오닉 7. 현대차 제공

 

현대차의 전기차 승부수
아이오닉5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매년 신차를 내놓습니다. 우선은 기존에는 없던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내놓는 경우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기존 차량이 출시된 지 5년 이상 지난 시점에 파워트레인부터 디자인까지 모델명을 제외한 대부분을 탈바꿈시킨 완전 변경 모델(풀 체인지)을 내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풀 체인지 사이사이에 내놓는 부분 변경 모델, 이른바 ‘페이스 리프트’가 있고 큰 변화 없이 편의 사양과 옵션 등을 개선하는 연식 변경 모델도 일종의 신차입니다.

이런 신차 출시는 완성차 브랜드에서 판매 신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대표적인 계기로 꼽히기 때문에 차량 판매 계획을 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들도 이런 신차가 나올 때마다 디자인과 성능, 편의사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차량을 선택하기 마련인데요. 현대차의 올 한 해를 놓고 보면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가 연초에 출시된 것이 가장 중요한 행사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현대차 제공

 

그리고 이 모델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폭발적인 판매 증가를 이끌었습니다. GV80의 경우 기존에 아예 존재하지 않던 모델이니 신 모델 출시의 사례로 볼 수 있는데요. 내년의 경우 현대차는 1분기로 예고된 ‘아이오닉5’의 출시가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프로젝트명 ‘NE’. 현대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모델입니다. ‘모델3’를 앞세운 테슬라가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을 휩쓸다시피 한 상황.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 등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전기차로, 르노 등은 실용성을 내세운 전기차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현대차는 이 ‘아이오닉5’가 가장 큰 반격의 무기입니다.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놓고 보더라도 주요 완성차 브랜드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모델 출시라는 점 때문에 상당히 주목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MEB 플랫폼 기반의 첫 전용 전기차 ‘ID. 3’를 공개하면서 새로운 브랜드 로고(기존과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까지 함께 공개하면서 행사 자체의 관심도를 높인 바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전기차 ‘아이오닉5’의 모티브가 된 콘셉트카 ‘45’. 현대차 제공

 

아이오닉5, 20분 ‘완충’에
주행 거리는 450㎞

이렇게 중요한 신차 개발인 만큼 현대차는 아이오닉5에 대한 주요 정보를 좀처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것들을 짚어보자면 프로젝트명 ‘NE’로 불리던 첫 전용 전기차의 모델명은 ‘아이오닉5’로 확정이 됐고 준중형 크로스오버차량(CUV)으로 출시됩니다.  20분 내 충전과 1회 충전 450킬로미터 이상 주행이라는 스펙도 공개가 됐습니다.

기존에 출시된 전기차들의 특징을 감안하면 ‘20분 충전’은 80% 전후까지의 급속 충전에 해당하는 개념이 아닐까 싶은데요. 테슬라가 하고 있는 것처럼 배터리 용량에 따라서 긴 주행거리 모델과 짧은 주행거리 모델을 함께 출시하는 시나리오도 유력해 보입니다. 외장 디자인 측면에서 보자면 아이오닉5는 포니 출시 45주년을 기념한 콘셉트카 ‘45’를 기반으로 만들어 지는데요. 현대차 내부에서는 ‘45’에서 호평 받았던 부분을 거의 대부분 살렸다며 디자인에서는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공개한 컨셉트카 ‘45’의 내부 공간 이미지. 현대차 제공

 

아이오닉5, 컬럼식 변속레버
적용하고 R-MDPS 채택

공식적으로 밝히는 내용은 많지 않지만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특징들도 있습니다. 제가 지난 8월에 보도한 것처럼 변속레버를 스티어링 휠 뒤에 두는 컬럼식 변속레버를 적용하는 것이 우선 눈에 띕니다. 최근 출시된 차량에서 버튼이나 다이얼 등으로 변속하는 방식을 적용했던 현대차가 또 새로운 시도를 하는 셈입니다. 이런 가운데 아이오닉5와 앞으로의 E-GMP 플랫폼 기반 전기차에는 조향을 돕는 전기 모터를 바퀴를 조향하는 축에 연결시켜 놓은 랙 마운트 방식(R-MDPS)의 조향 시스템을 쓴다는 것도 새롭게 확인이 됐습니다.

조향을 돕는 전기 모터가 스티어링 휠 가까이에 위치한 칼럼 마운트 방식(C-MDPS)은 원가 측면에서 다소 유리합니다. 하지만 랙 마운트 방식(R-MDPS)에 비해 조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는데요. 조향감의 차이가 두 가지 방식의 차이에서만 발생하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랙 마운트 방식(R-MDPS)에 대한 선호가 큰 상황에서 최근 이 방식의 적용을 늘려온 현대차가 야심 차게 준비하는 첫 전용 전기차에서도 랙 마운트 방식(R-MDPS) 방식을 쓰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무게 때문에 차체가 상당히 무거워 질 수 있다는 점도 이런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공개한 컨셉트카 ‘45’의 내부 공간 이미지. 현대차 제공

 

아이오닉5의 지향점은
전기차만이 가능한 실내공간 ?

컬럼식 변속레버와 랙 마운트 방식(R-MDPS) 조향 시스템. 이 두 가지 선택을 살펴보면서 저는 아이오닉5가 결국 ‘실내공간’으로 승부수를 띄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컬럼식 변속레버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이른바 ‘센터 콘솔’이라는 공간을 자유롭게 만들어 줍니다. 기어봉이든 버튼이든 다이얼이든. 과거의 기계적인 변속기가 자리 잡고 있던 그 자리에 뭔가가 놓여 있다면 실내 공간 디자인은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제약까지 없애버리는 순간,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는 전기차의 실내 디자인은 기존의 내연기관차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랙 마운트 방식(R-MDPS) 조향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시스템 자체가 아니라 이런 시스템을 선택하게 된 배경을 들어보면 아이오닉5의 실내공간이 상당히 넓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아이오닉5의 경우 스티어링 휠 뒤쪽, 흔히 대시보드라고 부르는 공간이 상당히 좁아지면서 칼럼 마운트 방식(C-MDPS)으로 모터를 스티어링 휠 가까이에 놓기가 애매해졌다는 점이 랙 마운트 방식(R-MDPS) 조향 시스템 채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인데요. 결국 아이오닉5에서 앞바퀴 축과 스티어링 휠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실내 공간이 차량 앞쪽으로 상당히 넓어진다는 뜻으로도 연결됩니다. 이런 특징은 사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바뀔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차량 앞부분에 엔진과 냉각계통을 비롯해서 내연기관을 구동하는데 필요한 부품을 대거 배치해야 하는 내연기관차는 일정한 크기의 전면부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전기차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차를 설계하면서 이런 점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자연스레 실내 공간이 넓어지는 효과를 낼 수가 있습니다. 실내 공간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인 휠베이스(앞바퀴 축과 뒷바퀴 축 사이의 거리)가 아이오닉5의 경우 준중형급은 물론 중형급도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 역시 이런 연장선에서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타보면 테슬라 ‘모델S’의 경우 여러 측면에서 기존의 차량과는 개념이 다릅니다. 그리고 차량 앞에 프렁크라고 부르는 짐칸 공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테슬라 ‘모델S’의 프렁크.

 

하지만 차량의 공간 구성 전반은 기존의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했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모델S 역시 컬럼식 변속레버를 채택했지만 센터콘솔에는 기존의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의 수납공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기존 차량의 플랫폼에 배터리와 모터를 얹었던 전기차와는 완전히 다른 공간 구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이 아이오닉5를 바라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오닉5에는 가정에서 쓰는 220볼트 콘센트도 기본 장착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의 특성을 살린 평평한 바닥에 긴 휠베이스와 220볼트 콘센트까지… 기존의 준중형 차급에서는 기대하기 힘들었던 넓은 공간감과 더불어서 아이오닉5는 ‘차박’하기 딱 좋은 차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아이오닉5에 대한 얼마 안 되는 공식 설명에서도 현대차는 “탑승자의 보다 자유로운 활동성을 위해 실내 공간도 극대화된다. ‘이동 수단’을 넘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생활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개념”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테슬라 대항마로
실력 발휘할 수 있을까

내년 초에 출시하려면 아이오닉5의 주요한 제원은 이미 확정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위장막을 씌운 채로 성능을 테스트하면서 양산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모델S로 전기차 선구자 그리고 고성능 이미지를 굳히고 모델3로 판매량을 급격히 키운 테슬라는 이제 기존 완성차 업계의 눈앞에 놓인 강력한 ‘실물’ 경쟁자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우리 배터리도 직접 만들 수 있다?”고 위협하더니 최근엔 10년 뒤에 2000만 대를 팔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연간 9000만 대 안팎이고 현대자동차그룹의 2025년 목표가 전기차 100만 대 인데 2000만 대라니… 현재의 시점에서 저 수치가 정말 가능할까를 생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기존 완성차 업계와의 경쟁에서 제대로 승리하고 새로운 경쟁자의 부상을 잘 막을 수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점치기 힘든 일입니다.

 

현대자동차가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전기차 ‘아이오닉5’의 모티브가 된 콘셉트카 ‘45’. 현대차 제공

 

이런 먼 미래보다 더 흥미로운 한 장면이 내년 초 아이오닉5를 놓고 펼쳐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대차가 내놓는 첫 전용 전기차가 어떤 방향성과 성능, 상품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공들여 준비한 아이오닉5가 테슬라를 비롯한 경쟁자들과의 대결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느냐하는 문제는 미래의 전기차 대전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출시가 점점 다가오는 만큼 아이오닉5에 대한 소식들도 여기저기서 점점 더 많이 들려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로운 소식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또 한번 아이오닉5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보겠습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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