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에서 주최하는 토레스 EVX 시승행사에 참가했다. KG 모빌리티의 토레스는 세련미와 레트로 감성이 양립하는 디자인과 합리적인 상품성으로 인정받은 중형 SUV다. 그런 토레스의 차대를 기반으로 최신 전기자동차 기술을 접목시킨, 토레스 EVX가 올 11월 한국 시장에 공식적으로 출시된다. 토레스와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전기차 시장에서도 합리적인 상품성, 그리고 SUV의 본질을 답습하는 제품성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이끌어왔다.

본격적인 시승행사에 앞서 토레스 EVX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었다. 토레스 EVX는 전동화 전기차라는 특성을 토대로 SUV의 본질을 답습하고자 했다고 한다. 핵심적인 의제는 ‘LFP’ 배터리 탑재다. 니켈 양극재를 사용하는 삼원계 배터리 대비 열폭주나 폭발 사고에서 안전하다는 설명은 사실이다. 단점은 에너지 밀도, 대신 토레스 EVX에는 우량 기업 BYD의 ‘셀 투 팩’ 배터리가 탑재된다. 모듈 단계를 생략하여 부피와 무게를 낮추고 더 많은 양의 배터리 셀을 탑재할 수 있다. 안전성과 가격만 확보된다면 에너지밀도의 개선은 확실한 이점이다.

아무렴 LFP 배터리의 안전성이 험로 지형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운전자에게 피해를 가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은 안전을 위해 SUV를 택하는 경향도 있다. 진입 각과 탈출 각, 최저 지상고도 험로 주파에 유리하다. 토레스는 휠베이스도 짧은 편이다 보니 확실히 전동화 전기차에 비해 유리한 부분일 것이다. 우려되는 문제점이라면 배터리 셀의 무게중심이 높아지면서 안정성이 불안해지지 않을까 싶은 부분인데 시승을 통해 확인해 보고자 했다. 이 외에는 경제성과 디자인에 대한 USP 위주로 PT가 진행되었다.

시승 차량은 토레스 EVX E7 사양에 라떼 그레이지 외장 색상, 그리고 그레이 투톤 실내가 적용되어 있다. 등급은 E5와 E7 등급으로 구분되는데, E7은 자동 차선 변경이나 긴급제동 보조 등 일부 ADAS 장비와 2열 편의 사항이 추가된다. 시트 백 테이블, 2열 롤러 블라인드, 열선시트 등의 구성이라 패밀리카 용도로는 선택이 필요해 보인다. 혼자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E5 트림에 필요한 패키지 옵션을 추가하는 방식도 괜찮을 듯 하다. 바로 시승을 출발했다. 행사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출발하여 을왕리에서 회차하는 방식이었다.

주차장에서는 다른 차량의 가상엔진 사운드가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반면 운전석에서 들리는 모터 동작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이다. 여느 전기차처럼 가속감은 부드럽고 즉답적이다. 동력계는 152.2KW 급 전륜 단일 모터로 구성되며, 단순 환산 시 최대토크는 34.6KG.M, 출력은 204HP이다. 배터리 용량은 73.4kwh, 기본 18인치 휠을 적용하면 환경부 인증 항속거리는 433km다. KG모빌리티의 설명처럼 용량 대비 항속거리가 부족하지는 않다. C2P 기술을 적용하며 공차중량은 2톤을 넘기지 않았다.

제동 성능은 기존 토레스의 세팅과 다를 바 없게 느껴졌으며, 3단계의 회생제동과 ‘스마트’ 모드를 지원한다. 스마트 모드 회생제동은 전방 차량의 속력과 차간 거리를 인지하여 회생제동의 강도를 조절해 준다. 마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상시 사용하는 느낌인데, 매번 세팅할 필요가 없고 에너지까지 흡수해 주니 상당히 편리한 기능이다. KGM은 토레스 EVX의 반자율 주행 성능을 강조했다. 인텔리전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기본으로, 조건에 따라 자동 차선 변경 기능까지 지원한다. 전체적인 인식률은 양호했으며 가격대를 따져보면 훌륭했다.

출력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지진 않았다. 대략적인 제로백은 8초 초반대, 토크가 바로 출력되는 모터의 특성상 체감 가속은 더욱 빠르게 느껴진다. 특히 1.5 가솔린 터보와 비교했을 때 고속에서의 펀치력이 뛰어나다. 터보 래그와 6단 변속기의 불협화음을 느낄 수 없다는 말이다. 급가속 시 유입되는 부밍 사운드가 없으니 주행감이 한 결 가볍다. 다만, 고속도로에서는 A필러쪽에서 약간의 풍절음이 유입되긴 한다. 제한속도까지는 크게 거슬리지 않는 수준이다. 차체 형상으로 인해 그 이상의 속력에서는 풍절음이 거세진다.

풍절음과 별개로 고속에서의 승차감은 만족스러웠다. 적당히 부드럽고 탄탄한다. 무게중심이 차체 하부에 깔려있으니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해 준다. 다만 도로 노면의 굴곡이나 요철이 있을 때에는 진동이 크게 올라온다. 부드러운 승차감이 느껴지는 대신 약간의 롤링을 허용한다. 민첩한 주행보다는 여유를 품었을 때 만족할 수 있는 주행성이다. 도심에서도 승차감은 비슷하다. 여느 전기차가 그렇듯 부드러운 ‘상향 평준화’의 감각이다. 대신 방지턱이나 요철을 밟을 때 노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아쉬운 점을 지적하자면 섀시 세팅이 안정감이나 편안함 중에 확실한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 고속에서는 어느 정도 출렁임을 허용하는 부드러움이 있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강성이 높은 하체처럼 딱딱하고 충격이 고스란히 올라왔다. 20인치 휠은 어떨지가 궁금하다. 그 점을 제외하면 모난 곳 없이 기본기를 갖춘 퍼포먼스를 보였다. 적당히 가벼운 스티어링 감각을 지녔고, 편의장비도 충분하다. 모터의 출력도 소화해낼 수 있는 한계치였다고 본다. 전륜구동이라 더 높은 토크의 모터를 적용하면 급가속 시 트랙션을 잃을 듯하다.

토레스 EVX의 디자인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베이스가 되는 토레스는 강인함을 강조했다면, 토레스 EVX는 세련미를 갖췄다. 토레스의 전면 디자인에 적용되던 6개의 날을 점선 형태의 LED 라인으로 형상화했고, DRL의 두께가 딱 적절해 보인다. 면적에 비해서는 좁을 수 있는데, 범퍼의 디자인을 분할하고 굴곡을 강조함으로써 전체적인 실루엣이 훌륭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휠베이스가 짧은 토레스의 측면 비율은 그대로다. 다만, 서론의 내용처럼 접근 각을 고려한 디자인이라 프런트 오버행도 짧은 인상을 주며 균형이 괜찮아졌다.

기존 토레스에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C필러 가니시는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기존처럼 사이드 스토리지 박스를 부착할 수도 있다. 후면 디자인도 변화가 있었다. 테일램프의 윤곽선은 동일하지만, 내부 그래픽이 변경된 것이다. 태극기에서 건곤감리의 ‘곤’을 형상화한다. 범퍼의 디자인도 변경되었다. 스페어타이어 커버를 형상화한 테일게이트는 여전히 매력적인 디자인 요소다. 전체적인 외관 디자인은 일부 부품 변경이 아닌 ‘토레스 EVX’ 자체로 기획된 것처럼 자연스러운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실내 디자인은 기존 토레스에 비해 간결한 구성이다. 대시보드가 선반형으로 바뀌었고, 센터 스택에는 토글식 기어노브를 적용했다. 이 외에는 계단식 수납공간과 무선충전 트레이를 마련하여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한다. 전체적으로 알루미늄 소재를 효율적으로 배치했고, 엠비언트 라이트의 선명도도 이전 대비 개선된 것 같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12.3인치 병렬 디스플레이가 적용된다. 클러스터의 크기가 작았던 토레스와는 극명한 차이다. 때문에 UI도 변경된다. 그래픽의 끊기는 움직임이나 내비게이션의 활용도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스티어링 휠은 기존 토레스와 디자인이 동일하다. 패들 시프트는 회생제동을 조절하는 역할로, 길게 눌렀을 때 스마트 모드로 전환된다. 센터페시아가 사라지면서 공조장치를 포함한 모든 기능을 센터 디스플레이로 조작하여야 한다.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직관성 측면에서 아쉽기는 한데, 그만큼 공간 활용성이나 디자인이 개선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레이 투톤 실내 색상은 저렴하지 않게 모던한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플라스틱의 질감이 느껴지긴 하나 딱히 품질을 저해하는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중형 SUV를 기반으로 한 만큼 2열 공간은 넓고 쾌적하다. 특히 2열 창이 넓어서 개방감이 뛰어나다. 배터리셀을 깔았지만 레그룸이 좁아진 느낌도 없고, 시트백 테이블의 활용도도 괜찮아 보인다. 전동화 플랫폼이 아니라도 어차피 레그룸이 확보되어 있으니 공간적 손실이 크지 않다고 본다. 그만큼 트렁크가 넓기도 하다. 토레스 EVX가 내세우는 세일즈 포인트 중 하나도 넓은 트렁크 용량이었다. 시트를 폴딩 하면 차박도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전고가 높다는 점에 이점이 있으며, 이를 고려하여 트렁크 내부에도 해치 게이트 개방 버튼을 마련했다.

반환점에 도착했다. 두 대의 토레스EVX 전시 차량이 있었다. 각종 캠핑 용품과 순정 차박매트, 그리고 루프탑 텐트가 추가된 모델로 오토캠핑을 연출해 준 상황이다. 확실히 트렁크 공간이 넓고 개방감이 뛰어나다. 전기차답게 전력을 외부로 송출할 수 있는 V2L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충전구에 커넥터를 연결하여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미 차량을 시승한 만큼 전시차를 자세히 살펴보진 않았는데 확실히 스탠스는 20인치 휠이 멋스럽다. KGM측에서 준비해 주신 식사와 음료를 마시고 타임스퀘어로 복귀하였다.

공식적인 시승행사는 그렇게 마무리가 된다. 글에서 언급하지 않은 정보로는 충전시간이 있겠다. 최대 200KW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20%에서 80%까지 30분이 소요된다. 실질적으로 200KW 이상의 출력을 지닌 충전소가 대한민국에 몇 곳 없다. 경쟁력을 크게 저해하는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배터리 보증기간이 10년 100만 KM라는 전례없는 보증을 제시했다. 그만큼 배터리 성능에는 자신이 있는 것 같다. 소비자들에게 신뢰로 접근하고자 하는 자세는 적극적으로 응원한다

KG모빌리티의 야심작, 토레스 EVX를 시승했다. 인포테인먼트나 출력 전달이라던가 일부분 안정화가 필요한 부분은 있어 보이지만, 하드웨어의 측면에서는 큰 아쉬움이 없었다. 세련되고 개성적인 디자인, 넓은 공간, 풍부한 편의 기능과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패키징까지, KGM이 전기차를 선도하는 브랜드는 아니었던 만큼 전략적으로 고심했다는 사실이 와닿았다. 결국 전기차는 ‘충전’과 ‘가격’이라는 단점에 걸려왔지만, 토레스 EVX는 ‘가격’이 메리트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확실하다. 충전은 여건의 차이다. 좋은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유현태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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