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먼저 생뚱맞게 2세대 트랙스인 ‘트랙스 크로스오버’ 이야기부터 꺼내야겠군요. 왜냐? 두 차량이 궁금해서 더뉴트레일블레이저 행사에 맞춰 2세대 트랙스를 빌려서 다녀왔기 때문이죠. 일단 인증부터 하고 이야기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트레일블레이저를 모르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워낙 suv 선호 추세가 강하고 중형 이상의 거대한 suv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적당히 불편하지 않은 사이즈에 현대/기아를 선호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이 차를 알아보셨을테니 말이죠.

2020년에 처음 등장했고 엄연하게 말해 트랙스보다 ‘상위 차량’입니다. 트랙스가 아베오를 베이스로 만든 보급형/입문형 suv 차량이라면 트레일블레이저는 보다 다양한 옵션과 고급 사양으로 무장한 차량으로 더도 덜도말고 딱 기아의 셀토스와 같은 차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쉐보레의 이런 서열에서 갑자기 단종될 것만 같던 트랙스가 2세대로 출시가 되면서 형을 흔들어 놓게 됩니다. 이번 시승행사는 가족 안에서의 하극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한 번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단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상당히 긴 내용이 이어질 것이고 ‘미괄식’으로 전개될 예정이니 충분한 시간과 마음을 가지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극상?
“트레일블레이저 이야기를 해야지 갑자기 뭔 트랙스 이야기야?”
라고 생각하실텐데 화를 가라앉히고 잠시만 들어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괜히 제가 이러는게 아니니 말이죠. 일단 새롭게 출시된 ‘더뉴트레일블레이저’의 제원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리고 동생인 2세대 트랙스의 것을 보면 아래와 같죠.

즉 전고를 제외하고 모든 차량의 크기가 동생인 트랙스의 것이 더 큽니다. 차량의 크기가 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이러한 행보가 좀 독특하게 비춰지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니 형급인 트레일블레이저가 정말 머리가 아픈 것이죠.

‘더뉴’ 트레일블레이저
일단 이름이 깁니다. 원래 긴 이름을 가진 차량에 수식어를 붙이니 정말이지 길게 다가오는군요. 스파크가 풀체인지 되면서 ‘더넥스트스파크’라는 말도안되게 긴 이름으로 출시를 했다가 이 시점부터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오면 간단하게 ‘더뉴’라는 수식어로 통일을 하게 되습니다. 스파크와 말리부가 그러했죠.

그러다 아무도 관심이 없는 이쿼녹스가 가솔린 엔진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갑자기 스파크 때 서 숨겨놨던 ‘더넥스트’를 부활시키더니 또다시 ‘더뉴’를 트레일블레이저에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와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나름의 규칙이 있는데 바로 ‘더뉴’를 붙이면 파워트레인이 그대로이고 ‘더넥스트’를 붙이면 파워트레인의 변화가 있다는겁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원래 초창기에 트레일블레이저가 출시되었을 때 파워트레인은 2가지로 1.2 가솔린 터보 엔진과 1.35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연식 변경이 되면서 1.35 엔진만 남기게 되었고 ‘더뉴’로 돌아온 지금 동일한 파워트레인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른 그림 찾기?’ – 외관
2세대 트랙스가 쉐보레 입장에서 아주 오랜만에 대기가 있을만큼 인기가 많은 상황속에서 페이스리프트…라고 하기엔 연식변경에 더 가까운 트레일블레이저의 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고민이 많았을겁니다.

고급 상위 모델을 그냥 두자니 이건 좀 아닌 것 같고 대대적으로 손보기도 이른 시점이니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변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다소 난감한 상황에 처했을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변화를 느끼기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가장 쉽게 눈에 띄는 변화는 3가지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외장컬러 그리고 휠 디자인이었습니다. 시승행사에서는 RS/ACTIV 트림만 있었는데 나열한 세 가지 이외의 것은 정말이지 변화가 느껴지지 않더군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기존 뼈다귀 형상에서 UU형태로 변경이 되었는데 새로운 느낌은 좋지만 뭔가 기시감이 들고 트레일블레이저의 이미지와 크게 어울리지는 않다고 느껴지더군요. 2세대 트랙스도 그런데 아주 멋들어진 프론트 디자인을 준비해놓고 뒷모습에서 확 쿨다운 시키는데 좀 더 프론트와 하모니를 이루는 직선 형태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규 외장 컬러가 다양하게 준비되었습니다. 특정한 트림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특별 외장 컬러도 준비되어 있는데 크게 선호할만한 컬러는 아니지만 그래도 실물이 꽤나 멋들어졌기 때문에 간단하게 구경하고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언급할 컬러는 RS전용 컬러인 ‘토피넛 브라운’이라는 컬러입니다. 시승 종료할 때 실차가 딱 1대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대중적인 선택을 받을 컬러는 결코 아니지만 실물이 상당히 인상깊고 컬러를 잘 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수의 선호 가운데 더뉴트레일블레이저를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약간 ‘특별함’에 관심이 많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분들에게는 오히려 이렇게 톡톡 튀는 컬러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희소성이라는 것을 큰 노력없이 만들어낼 수 있으니 말이죠.

이외 여러가지 외장 컬러들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저희가 선택한 컬러는 RS와 ACTIV 전용 컬러인 ‘피스타치오 카키’입니다. 근 몇 년 안에 ‘그린’ 컬러가 부상되면서 다양한 차량들에 적용되기 시작했는데 더뉴트레일블레이저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실물로 본 만족도가 꽤나 높았기 때문에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개성을 뽐 낼 수 있는 컬러이고 해당 두 트림은 소비자 선택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도로에서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게 되더군요

다만 RS/ACTIV 트림간 차이가 있습니다. 두 차량 모두 루프에 투톤 컬러가 들어가는데 도심적인 RS는 블랙을, 오프로더의 느낌을 주는 ACTIV는 화이트로 고정이 되어 있습니다. 실물로 두 차량 모두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피스타치오 카키는 역시 블랙 컬러와의 조합이 더 좋아보였습니다.

 

새비지 블루나 어반 옐로우는 확실히 하얀색 루프 컬러가 잘 어울리지만 나머지 컬러들은 대부분 블랙과의 조합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튀는걸 싫어하는 분들이 많기에 원톤 블랙 차량의 인기가 가장 좋을 것으로 기대를 하게 되더군요. 아주 더운 여름날 열린 행사인지라 컬러특성 때문에 차량 내부가 ‘엄청나게 더울 것’이 분명하지말 말이죠.

새로운 디자인의 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새비지 블루 차량은 RS트림 차량으로 폭 245mm의 타이어에 19인치 휠이 들어가 있습니다. 반면 앞에 있는 블랙 컬러의 차량은 액비드트림 차량으로 폭 225mm의 타이어에 최대 18인치 휠이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터보 차량이라 하더라도 1.35리터라는 작은 배기량에 최고출력 156ps 차량인지라 19인치는 너무 과합니다. 멋이 육체를 지배해버린 그런 꼴인지라 저는 현실적으로 프리미어트림에 들어가는 17인치가 여러모로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 예상을 해봅니다.

저희가 시승했던 차량은 액티브 등급인지라 18인치 휠이 들어가 있었는데 타이어 편평비에서 오는 롤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다소 단단한 서스펜션을 고려한다면 더욱 더 작은 크기의 휠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이외의 소소한 디자인적인 차이점이 있을 뿐입니다. RS트림은 리어 머플러 팁이 원형으로 만들어져 있고 ACTIV는 다소 각진 형태라는 점과 두 트림 간 범퍼의 형상과 스키드 플레이트의 디자인이 조금 다른 정도죠.

하지만 시승을 하는 내내 ‘이전과 뭐가 다른건지’ 신경써서 찾아야만 하는게 아쉬웠고 실제 오너만이 알 수 있고 관심이 있을만한 변화가 있을 뿐인지라 더 이상 ‘다른 그림 찾기’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왕 하는 김에’ – 인테리어
전날 저녁부터 시자개 행사 당일 이른 아침부터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운전해서 오면서 몇 가지 불만이 있었는데 더뉴트레일블레이저를 보자마자 불안함이 엄습합니다. 바로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모니터’ 때문입니다.

크기와 배율이 참 애매하고 콘텐츠 구성이 반갑지 않은 계기판 클러스터가 차량 밖에서도 그대로 보이고 한 세대 후퇴한 것 같은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도 그래도인지라 타기전부터 걱정이 되더군요.

저는 제 아무리 쓸만하다고 하더라도 차량 출고부터 장착되어 있는 내비게이션은 잘 쓰지 않습니다. 그 어떠한 자동차 브랜드라 하더라도 말이죠. 예전 대비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스마트폰의 앱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트랙스나 트레일블레이저와 같이 스마트폰과의 연동만 지원하고 거품을 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오히려 선호합니다. 하지만 두 차량에 들어간 시스템의 문제는 이렇게 가벼운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예전 더뉴스파크에 들어가던 시스템보다 더디고 반응성과 구성이 떨어집니다. 오히려 ‘퇴보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죠.

그 뿐만이 아닙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선 최대한 다양한 차량에 공용부품을 최대한으로 사용하는게 원가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고 어느 정도 이해도 할 수 있지만 두 차량은 실내에서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닮아있기 때문에 행사 당시 ‘내가 지금 어떤 차를 타고 있는건지’ 헷갈리지 않도록 ‘노력’해야만 하는 정도였습니다.

서로 너무 닮은 덕에 장점도 닮았을테지만 역으로 단점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방향지시등 레버를 예로 들어 보도록 하죠. 턴시그널 작동을 위해 위아래로 움직여보면 보통 딱 포지션을 잡는 위치가 손의 감각으로만 쉽게 구분이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어야 하나 두 차량 모두 운전 중 손으로 더듬으며 더블 체크를 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었고 스티어링 휠의 두께도 너무 얇아지면서 어색한 감각을 만들어내는 점도 닮아 있었으며 시트의 볼스터가 너무 약하다는 것도 닮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역으로 두 차의 차이점이 뭔가에 집중해 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공조기가 좀 다릅니다. 트랙스는 1-zone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데 반해 더뉴트레일블레이저는 그래도 좌우 온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는 2-zone으로 되어 있어 공조기의 형상이 조금 다릅니다.

또한 트랙스와의 유의미한 차이 중 하나가 바로 트레일블레이저에만 있는 ‘AWD’입니다. 그래서 계기판 클러스터에 보면 아래와 같이 현재 2WD인지 AWD를 나타내주는 아이콘이 보이는데 이걸 가지고 어떤 차량인지 구분해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운전 중에 현재 타이어 공기압을 보거나 연비 등을 보려면 스티어링 휠에 있는 버튼 몇 개로 바로 볼 수 있는게 아니라 인포 모니터에서 직접 메뉴를 찾아 들어간 뒤 화면에 표시하게 별도로 눌러줘야만 볼 수 있습니다. 이거 진짜 당장이라도 개선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니까 업데이트로 어떻게 안되나요?

마지막으로 변속기 레버 앞에 있는 버튼입니다. 트랙스는 이 부분이 다소 비어있고 휑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는 좌측부터 ISG, 차로이탈방지보조, TCS OFF, 스포츠모드, AWD 버튼 순서로 가득 준비되어 있습니다. 근데 여기서 아차 싶었습니다. 여전히 ‘오토홀드’가 없다는 겁니다.

이 차량에 들어 있는 정차 시 시동을 꺼주는 오토스탑은 수준이 아주 높습니다. 조용하고 필요할 때 꺼지고 빠르게 재시동이 가능하고 동력이 타이어로 전달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도 아주 짧습니다. 최근 시승했던 제네시스 G90보다도 만족스러울 지경이었죠.

이렇게 잘 만들어놓고 궁합이 아주 좋은 오토홀드만 쏙 빼버린 건 도무지 용납이 안됩니다. 초기형 모델에서는 그렇다치더라도 ‘더뉴’라는 글자가 부끄럽지 않으려면 넣어줬어야 했습니다. 오토홀드만 넣어줬어도 판매량 최소 5%는 더 올라갔을텐데 말이죠. 너무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인테리어는 제조사의 명확한 메시지가 담긴 2열 공간입니다. 일단 장점은 헤드룸을 제외하곤 상당히 만족스럽다는 점입니다. 열선도 들어가 있고 암레스트도 있으며 레그룸도 아주 넓고 심지어 승차감도 준수한 편 입니다.

시승 코스 중 오프로드 주행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도 의외로 승차감이 좋았기에 Z-링크가 들어가 있는 서스펜션도 충분하게 좋구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2열 에어벤트는 없고 2열 시트의 등받이 각도도 조절할 수가 없으며 1열 도어트림과 너무 차이나는 2열 도어트림을 보고 있자면 ‘이 차는 2열은 버렸구나’는 생각이 계속듭니다.

1열 시트 하단에 에어벤트가 숨겨져 있긴 합니다. 이곳을 통해 2열에 찬 바람을 밀어넣어 주긴 하지만 아주 더운 날 얼굴 쪽으로 바람을 보내야만 확실하게 체감이 되기도 하고 2열로 바람을 얼굴쪽으로 보내려면 1열 센터페시아의 에어벤트를 나눠써야만 하니 아쉬움이 커집니다. (그래도 시트 하단의 공간이 넓어 레그룸 관련 만족도는 좋은 편입니다.)

‘강조해야할 것들’ – 파워트레인
저는 먼저 FWD 방식의 트레일블레이저를 경험해봤고 상당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내심 2륜모델을 기대했습니다. 만족스러웠던 차량이 새로 나왔으니 당연히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은 분들에게 힘줘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죠. 그런데 시승차량은 모두 AWD 방식이더군요.

이 차량은 구동 방식에 따라 변속기가 다릅니다. AWD는 9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가고 FWD는 ‘VT40’이라는 이름의 CVT변속기가 들어가는데 초기형 모델과 완전히 동일한 구성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행사에서 두 변속기 중 굳이 왜 AWD 차량만 내놓고 오프로드 코스를 타볼 정도로 강조했을까 궁금해집니다. 아무래도 트랙스와의 차별화를 강조하기 위하여 트랙스에선 결코 할 수 없는 AWD 모델을 강조하여 ‘트레일블레이저는 건재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프로드에서 경험해본 결과 AWD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주 힘든 코스는 아니었지만 FWD 차량이라면 오르지 못하거나 올라도 이래저래 미끄러지면서 겨우 통과하는 머드 코스를 AWD는 아주 쉽고 안정적으로 넘어가더군요. 아주 평범한 사계절용 타이어로 말이죠.

 

구동 방식에 따라 리어 서스펜션의 구조도 살짝 달라집니다 FWD는 구조가 단순한 토션빔 액슬이 들어가고 AWD는 보통 멀티링크를 쓰지만 토션빔 액슬에 바를 덧대어 만든 Z-링크라는 것이 들어가는데 토션빔 액슬 대비 험로에서 우수한 승차감을 구현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고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AWD가 개선된 트레일블레이저의 매력을 어필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단언컨데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초기에 판매된 차량의 중고차 매물 현황을 보면 FWD 차량이 180대, AWD 차량이 63대로 물량이 거의 3배나 차이가 납니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AWD의 필요성 보다는 FWD를 선호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대부분 FWD를 구입하니 AWD는 소용없다는거냐’ 반문하실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 AWD가 가진 힘보다 아주 잘 만들어 놓은 CVT 변속기의 강점을 강조하는 것이 훨씬 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겁니다. 제가 오늘 주저리 주저리 아주 길게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결론은 ‘이렇게 잘 만들어놓은 변속기를 왜 강조하지 않는지’ 너무 답답하다는 겁니다.

제 블로그에 여러 시승기를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게 있어 차는 주행 감각이 아주 중요하고 거기에 ‘변속기’의 영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제아무리 신차고 비싼 차라 하더라도 변속기가 멍청하면 저는 하염없이 나쁜 차라고 표현을 합니다. 이런 제가 트레일블레이저의 CVT를 이 정도로 극찬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2세대 트랙스 출시를 앞둔 시점에 저는 많이 설렜습니다. 왜냐? 제 추측으론 좋은 가격대에 넓은 공간에 드디어 2열까지 챙겨주면서 ‘트레일블레이저의 파워트레인’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세대 트랙스의 변속기가 Gen3 6단 자동변속기라는 걸 듣고 너무 아까웠죠. ‘크루즈 디젤 수동’의 계보를 잇는 우주 명차의 탄생일지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VT40이라는 이름의 이 CVT 변속기는 만족도가 높아 제가 별도로 공부를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간 여러 차종의 무단변속기를 경험하면서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는 정도의 선호도에서 VT40을 경험한 뒤 ‘극호’로 바뀌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출력이면 출력, 연비면 연비 못하는게 없는 아주 대단한 녀석입니다.

그렇다고 신형 트랙스에 들어간 자동변속기가 나쁘다는건 결코 아니지만 엄연히 ‘Not bad’와 ‘Great’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고 이 좋은 변속기가 트랙스엔 없다는 점만 강조해도 충분했을거라 봅니다. (물론 그 변속기 너만 좋아해라면 할 말 없습니다만).

그러니 시승행사에서 온로드에선 CVT를, 오프로드에선 AWD로 구분해서 진행했었다면 많은 분들이 ‘그래! 이번 트랙스 잘나온거 인정해! 하지만 형은 역시 형이야!’는 생각을 하며 행사장을 빠져나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355만원?’
글 제목에서 제가 355만원을 아껴드린다고 썼습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일단 2열 에어벤트가 상부에 없는 차량이다보니 엄청나게 더운 날엔 파노라마 선루프가 있는 차량은 복사열이 실내로 그대로 들어오더군요. 더위에 취약한 저는 차량의 냉방 효율을 위해 선루프를 포기하겠습니다. 여기에서 일단 115만원이 아껴집니다.

물론 AWD가 좋은 것은 맞습니다. 일년에 단 한 번만 쓴다고 하더라도 ‘간다’ vs ‘못간다’만 두고 봤을 때는 차이가 상당한 것이죠. 하지만 저는 변속기 하나만 가지고도 FWD를 사는 것이 더 좋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경험해보니 9단 자동변속기가 우리나라 도로사정에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전방위적으로 CVT의 것이 훨씬 더 잘 어울리고 그 결과는 좋은 연비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액티브 트림에서는 210만원, RS 트림에서는 240만원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선루프와 합계를 내보면 355만원이 되는겁니다. 그런데 두 트림간 가격 차이가 나는 이유가 궁금하시죠? 찾아보니 RS만 들어가는 19인치 휠 때문에 그렇습니다. 따라서 휠마저 비싸고 타이어도 비싼 19인치를 선택할 이유는 없는겁니다.

닫는 글
“그래서 너 쉐까야?”
지긋지긋한 논쟁보다 사진 한 장으로 설명하겠습니다. 곧 30만km를 돌파하는 2011년식 1.6 수동 오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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