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의 고사양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 ‘쿨멘’이 있다. 대한민국의 유일무이한 픽업트럭이다. 그렇듯 픽업트럭 시장은 KG모빌리티에서만 유일한 명맥을 유지해왔다. 시장에서는 니치마켓을 잘 파고든 성공이라고 분석한다. 판매량이 많지는 않더라도 꾸준한 수요가 있고, 고정수요 덕분에 전 쌍용자동차는 힘든 시기를 견뎠다. 최근에는 레포츠 활동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타 브랜드에서 수입 판매 방식의 픽업트럭을 판매하고는 있다. 하지만 자국에서 직접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브랜드는 KG모빌리티가 여전히 유일하다.

북미 시장을 자동차 산업의 격전지라고 표현하고는 한다. 자동차의 대량생산과 모터리제이션을 가장 먼저 달성해낸 미국이다. 그런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은 세단도 SUV도 아닌 ‘픽업트럭’이다. 픽업트럭이라는 표현 자체가 생소한 한국 시장과는 대비되는 그림이다. 보통 생활 관습의 차이, 내지는 운송 인프라나 자동차 문화의 차이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미국은 영토가 넓고 주요 도시를 제외하면 인구 밀집도가 굉장히 낮다. 때문에 생활용품이나 식료품들을 일괄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고, 택배와 같은 배달 서비스가 활성화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웬만한 외곽지역을 가더라도 대부분 포장도로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북미처럼 영토가 넓은 국가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때문에 적재 능력과 기동성이 뛰어난 픽업트럭을 대중들이 찾게 되고, 실용주의에 가까운 자동차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공업과 완성차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성장했고, 그만큼 ‘픽업트럭’을 개인 이동수단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빈도가 높지는 않다. 오직 짐을 옮길 목적이라면 기동성을 포기하고 1톤 트럭을 선택하는 사업자들도 다수 있다.

본질적으로 KG모빌리티가 ‘틈새’만을 잘 노렸기 때문에 이루었던 성공은 아니라는 것이다. 니치마켓이라는게 표현이 그렇다. 시장의 틈새는 수요가 부족하여 생긴 것이고, 성공의 이면에는 실패만이 남는다. KG모빌리티의 픽업트럭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발전해 왔다. 그 방향성에 한국 시장의 정서가 반영되어 있고, 인식과 단점을 극복할 만한 ‘제품성’이 확고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꾸준한 판매가 이뤄져 왔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렉스턴 스포츠 쿨멘의 시승은 그 근거를 확립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KG모빌리티는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뒤 렉스턴 스포츠 칸의 업데이트 모델을 공개한 바 있다. 핵심적인 변화는 실내 디자인의 변경이다. 그리고 렉스턴 스포츠 ‘쿨멘’이라는 명칭의 신규 사양을 추가했다. 기본적으로 렉스턴 스포츠의 장축형 트럭 렉스턴 스포츠 ‘칸’을 기반에 둔다. 그리고 SUV에 속하는 렉스턴 뉴 아레나의 LED 헤드램프와 전용 범퍼, 안개등, 엠블럼 등이 부착됩니다. 또한 샌드스톤 베이지라는 전용 색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시승 차량은 실키 화이트 펄이지만, 실물로 접해본 우람하고 무게감 있는 첫인상에 놀랐다.

적잖이 놀랐다. 렉스턴 스포츠가 이토록 멋스러운 디자인을 지녔는지는 몰랐다. 2번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탄생한 ‘쿨멘’이지만, 변화의 폭은 풀체인지 그 이상이다. 렉스턴 스포츠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잘 다듬어준 것이다. 가벼운 인상을 주던 헤드램프는 ‘ㄷ’자 형태의 강렬한 그래픽을 품었고, 육각형의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듬직함을 강조한다. 새롭게 디자인된 안개등은 간결하면서도 두꺼운 면적을 지닌 프런트 범퍼가 인상적이다. 정통 SUV의 터프함을 살려주면서 차체 전방 면적을 낮고 예리해 보일 수 있도록 유도해 준다.

프런트 범퍼 하단에는 언더커버가 부착되어 있는데 빨간색의 도장이 마음에 든다. 차체 하부를 보호하는 기능적인 역할도 있겠지만, 정통파 SUV만의 강인함을 되새겨 주는 좋은 아이템이다. 이 언더커버는 렉스턴 스포츠의 ‘어드밴처 패키지’를 선택할 시에 부착된다. 이 외에도 오프로드 사이드 스텝과 20인치 블랙 휠, 전용 휠 아치, 리어 스텝, 플로팅 스피커와 다이내믹 서스펜션 등의 옵션이 묶여 있다. 여기에 공식 협력사를 통해 오프로드 휠 타이어와 셋업을 변경하는 다이내믹 패키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추가로 벙커 타입 롤 바와 루프탑 텐트까지 마련되어 있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액세서리들과 튜닝이 뭉쳐 강인한 인상을 품은 렉스턴 스포츠 쿨멘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시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SUV가 있지만, 전통적으로 강인하고 듬직한 멋을 품은 차종은 많지 않다. 렉스턴 스포츠는 픽업트럭의 강인함을 소재로 역동적이며 단단한 스타일링을 강화했고 차량만의 개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장축형 픽업트럭이기 때문에 실물에서 느껴지는 웅장함은 더욱 극대화된다. 대형 가니시가 부착된 리어 엔드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기존 렉스턴 스포츠가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은 인테리어였다. 그런 단점을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완벽히 보완했다. 대시보드 디자인이 간결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다듬어진 것이다. 12.3인치 크기의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는 부족함이 없으며, 센터페시아나 기어 레버까지도 깔끔한 프레임에 구현되어 있다. 굵직한 두께를 지닌 스티어링 휠도 마음에 든다. 디지털 클러스터도 다양한 테마를 지원한다. 인포테인먼트 디자인 측면에서도 익숙함과 간결함 두 가지를 잘 살려냈다는 사견이다.

2열 공간은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그래도 에어벤트나 열선 시트, 손잡이 등의 기본 사양이면 충분하고, 탑승공간이 넓다 보니 여유가 느껴진다. 2열 등받이 각도를 확보하기 위해 시트 뒤편에 약간의 잔여 공간이 남는다. 소소한 짐들을 구비해두기 좋아 보이고, 또 2열 시트를 완전히 폴딩 하여 지저분한 짐을 적재할 수도 있겠다. 픽업트럭이니 만큼 화물칸은 단순하다. 단순함이 중요하다. 장점이라고 하자면 테일게이트의 리프트가 천천히 열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안전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최대적재량이 500KG으로 부족함은 없다.

아무렴 궁금했던 부분은 승차감이었다. 디젤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느껴지긴 한다. 근데 프레임바디라고 하여 크게 울린다거나 시끄럽다 하는 느낌은 없었다. 평범하다. 다소 놀랐던 점은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만큼 초반 토크가 매우 높았다. 즉, 크리핑으로만 주행해도 강한 힘이 느껴진다. 루프탑 텐트와 본인을 제외하면 ‘공차’ 상태로 주행하였으니 당연한 걸 수도 있겠다. 때문에 가속감도 경쾌했다. 아이신사의 6단 변속기는 기민하게 움직이진 않더라도 거슬리는 충격이 없었다. 확보된 내구성이 장점이다.

배기량 2.2L의 디젤 엔진은 202마력, 45.0 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연비는 10.2KM/L, 110km/h까지는 딱히 토크의 저하 없이 가속감을 이끌어 준다. 그 이후에도 짐을 적재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꾸준히 속력을 올려준다. 차체 형상과 세팅에 의한 노면 진동, 풍절음은 다소 유입되는 편이다. 과속을 지양한다면 문제 되지 않을 부분이다. 승차감은 의외로 탄탄하고, 안정적이었다. 방지턱에서도 충격이 올라오지만 깔끔하게 흔들림을 차단한다. 다이내믹 서스펜션과 허브 스페이스의 변경이 분명한 영향이 있는 듯하다.

특히 고속 코너링이 마음에 들었다. 후륜구동, 높은 강성의 댐퍼와 차고 대비 낮은 롤센터, 긴 휠베이스, 엔진 세팅의 효과다. 예상외로 기민하고 안정적인 주행성을 보였다. 물론 모노코크타입의 SUV에 비해서는 진동과 충격이 올라올 수 있다. 하지만 승용 SUV를 대체하기에 무리가 있는 성능은 아니었다. 그리고 렉스턴 스포츠의 쿼드 프레임은 강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4중 접합 구조 및 기가 스틸의 채택으로 횡 방향 하중도 대응할 수 있으며, 후방 프레임은 변형률이 높은 소재를 활용하여 유사시 충격 흡수를 돕는다.

아무래도 ‘트럭’이라하면 승차감이 불편하고 연비도 떨어질 것 같았다. 의외로 편안하고 안정적이었다. 최소한 승차감이 문제가 되어 픽업트럭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공인 연비는 리터당 10.2Km 수준, 인치 업 튜닝으로 실연비도 대부분 한자리 수였던 부분은 사실이다.

이번 시승에서는 파트타임 4륜구동의 성능도 체감할 수 있었다. 적재함이 비어있다 보니 비포장도로에서 뒷바퀴가 자주 빠졌다. 트랜스퍼 케이스만 다이얼 하나로 조작해 주면 쉽게 탈출한다. 심리적 안정감이 생겨나니 운전이 참 재밌다. KG모빌리티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분들은 다방면의 ‘안정감’을 선호한다고 한다. 튼튼한 차체와 하체를 신뢰하는 것이다.

그런 이점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반면 디자인이나 실내 공간, 옵션 등 부족하다는 판단되는 부분을 보완했다. 실제로 옵션에 대한 큰 아쉬움이 없었다. 나파가죽과 전동 시트는 물론, 1열 열선 통풍 기능, 무드램프, 풀오토 에어컨 등 있을 건 전부 있다. 감성품질까지 챙겼다. 차로 유지 기능을 포함하는 인텔리전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까지 추가할 수 있다. 강인하고 보수적인 성능을 추구한다고 하여, 편의 장비까지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였다.

그리고 순정 옵션으로 루프탑 텐트까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차박, 캠핑 등 레저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많고, 또 연령대가 낮아져간다는 점을 잘 간파했다. 보통 텐트는 적재하기도 힘들고, 여행지에 도착해서 펼치고 정리하는 것도 참 불편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루프탑텐트는 사실상 원터치로 펼쳐진다. 또, 남들보다 높은 시야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렉스턴 스포츠 사륜구동이면 많은 양의 짐을 싣고도 못 가는 길이 없는데, 또 수면 공간까지 책임져 준다면 이토록 완벽한 RV 자동차가 없다.

여담으로 렉스턴 스포츠는 옵션에 따른 가격 바운더리가 상당히 넓다. 크게는 2500만원 이상까지도 차이가 난다. 소위 옵션질이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실제로 교외 지역으로 가면 엔트리 트림의 렉스턴 스포츠가 자주 목격된다. 그만큼 기능적인 부분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부담을 덜어주고 수요를 유치하기 위한 KG모빌리티의 전략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크럼플 존이 없는 ‘캡오버’ 트럭은 위험하다. 효율보다 안전을 중시 여긴다면 1톤 트럭보다 렉스턴 스포츠 칸이 훨씬 유리한 조건임이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KG모빌리티는 틈새시장의 수혜를 누리지만은 않았다. 직접 픽업트럭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전략을 수립해왔다. 니치마켓의 ‘니치’보다는 ‘마케팅’의 측면에 집중한 것이다. 이번 렉스턴 스포츠쿨멘은 정말 기대 이상의 재미와 만족도를 느꼈고, 픽업트럭이라는 장르 자체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뒤늦게 한국 시장에도 출시되는 픽업트럭의 종류가 많아졌으나, 국내 생산의 가격과 인프라를 넘어설 수는 없다. 앞으로도 KG모빌리티의 역량이 담긴 다채로운 픽업트럭의 미래를 기대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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