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아는 모닝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공개했다. 현행 모닝은 2017년 부로 한국 시장에 출시했다. 이미 2020년 한차례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적이 있었으니 2차 페이스리프트라 할 수 있겠다. 지금 국내 경형 자동차 시장은 사실상 현대 자동차 그룹에서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오래전부터 경차 시장에 자리 잡아왔던 쉐보레 스파크도 상품 노후화 및 마진율 하락, 경쟁 차종 확대 등의 악순환으로 단산을 맞이한다. 오히려 경차보다 인기가 많고 마진율까지 높은 크로스오버에 투자하는 것이다. 현대차 그룹도 생산가 문제로 인해 모든 경차들은 위탁 생산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모닝의 2차 페이스리프트는 의외였다. 물론 유럽 시장의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모닝의 경쟁자가 없다. 경차 시장에서 박스카 레이와 SUV 성격의 캐스퍼가 등장하며 모닝의 판매량은 많이 감소했다. 하지만 형식 자체가 다르므로 모닝의 마이너 체인지가 판매량 개선에 근본적인 대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결국 원가를 절감하고자 한다면 굳이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를 거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신차가 등장한다는 사실은 반갑다. 특히 선택지가 좁고 독점 시장이 되어버린 경차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모닝 페이스리프트의 디자인을 분석한다.

기존 모닝 페이스리프트의 디자인은 4세대 모닝을 부분적으로 다듬은 형태였다. 전체적으로 가볍거나 스포티한 인상이다. 경차의 디자인은 제한적인 부분이 상당히 크다. 우선 법적으로 ‘경형 승용차’라는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해진 규격 안에서 차량을 디자인해야 한다. 규격에는 전장 전고, 전폭 모든 요소가 포함된다. 때문에 제한된 공간에서 실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A 필러가 프런트 펜더 위로 앞당겨진 캡 포워드 디자인을 택할 수밖에 없다. 전폭보다는 전고에 대한 규제가 조금 더 여유 있다 보니 차량이 높아 보이는 ‘톨 보이’ 스타일을 지향하게 된다.

경차의 조건은 경제성이다. 실용성과 개성을 내세우는 박스카, SUV 등 새로운 경차가 등장했지만, 세일즈 포인트는 어디까지나 경제성에 있을 것이다. 모닝은 시판 차량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경차인 만큼 본질에 집중한 디자인을 추구할 뿐이다. 거동이 경쾌해야 소모되는 에너지도 줄어든다. 모닝의 전체적인 폼팩터는 공기 저항을 줄일 수 있도록 매끄럽다. 생산가를 올리는 복잡한 형상도 배제되어 있다. 대신 타이거 노즈 그릴을 채택하여 기아의 패밀리룩을 반영했고, 헤드램프와 범퍼 디자인은 날렵하게 구성함으로써 가벼움을 스포티함으로 승화시키고자 한 것이다.

모닝의 2차 페이스리프트는 강인해졌다. 기아의 최신 디자인 언어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토대로 모닝의 페이스리프트에는 ‘미래를 향한 혁신적 시도’라는 디자인 방향성을 추구했다고 한다. 변화의 중심은 헤드램프가 분명하다. 기아의 패밀리룩 요소로 활용되는 ‘스타 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이제는 모닝에서도 접할 수 있다. 동급 최초로 풀 LED 헤드램프를 구현했고, 세로형 센터 포지셔닝 램프를 적용하여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남긴다. 헤드램프의 LED 라인은 중심부 가니시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직선으로 마감된 차체 윤곽선은 보다 정교하고 절제된 느낌을 준다.

강인하다는 느낌 또한 헤드램프가 이끌고 있다. 최근 기아는 세단과 RV 차량의 디자인 룩을 구분 짓는 중이다.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라는 패밀리룩 요소를 공유하지만, SUV와 크로스오버 성격으로 출시된 승용차에는 반드시 세로 형태의 DRL을 배치한다. 세로형 헤드램프는 전고, 즉 차체가 높아 보이는 인상에 기여한다. 심적으로 듬직하고 안전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SUV만의 웅장함은 그 자체로 매력이다. 그런 RV 디자인의 유전자를 모닝이 이어받게 되었다. 기존 모닝은 경쾌한 폼 팩터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모닝의 묵직함은 가벼움이 위험함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경차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대목이다.

형상 구현 방식도 독특하다. 최대한 전면 볼륨감을 살려내기 위해 헤드램프를 범퍼보다 뒤쪽에 배치했다. 때문에 헤드램프 바로 하단부에는 어두운 음영이 생겨난다. 이 또한 범퍼의 볼륨감을 살려 내는데 효과적이다. 범퍼 형상은 라디에이터 그릴의 윤곽을 따른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크기를 과장시키는 건 오랜 디자인 트렌드다. 스포티함이든 듬직함이든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기를 앞세우는 게 인상적인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과장’이라 표현한 이유는 실질적인 그릴 개방 면적은 위아래 일부분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릴 양 끝에는 수직형의 액세서리를 장식했고, 범퍼 양 끝에는 공기저항에 최적화된 에어 커튼을 디자인했다. 전부 세로 배치를 지향한다.

작은 변화로 프로필도 크게 달라졌다. 바로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부분은 헤드램프와 휠 디자인뿐이긴 하다. 헤드램프는 하단부 에어 인테이크와 함께 ‘세로 배치’ 캐릭터를 측면에서도 강조한다. 또 가로로 뻗어있는 헤드램프 상단부분 윤곽선은 보닛이 길어 보이는 효과도 남긴다. 이전 모델은 헤드램프와 보닛의 윤곽선이 함께 상승하지만, 차세대 모닝의 헤드램프는 포지션 자체를 보닛보다 낮은 각도로 배치하며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함께 공력 성능의 이점은 그대로 가져간다.

경형 자동차는 원가 절감을 위해 밋밋한 측면 디자인을 추구한다. 하물며 크기 제한으로 인해 과감한 볼륨을 첨부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캐릭터라인은 휠 하우스를 강조하는 볼륨과 벨트라인 하단 부의 주름이 있다. 평범하다. 뒤로 갈수록 상승하는 벨트라인은 이전 세대 모닝의 스포티 감성에서 유래한다. 대신 2차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기하학적인 패턴을 더한 16인치 휠이 적용된다. 16인치 휠은 절대적으로는 작은 크기가 맞지만, 모닝의 휠 하우스에서는 꽉 들어차는 안정적인 스탠스를 보여준다. 기하학적인 형상은 대비를 추구하는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연결한다.

뒷모습도 큰 차이는 아니라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 따져보면 테일게이트부터 테일램프, 범퍼 등 모든 구성요소들이 달라지기도 했다. 테일램프의 그래픽은 마찬가지로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 을 구현한다. 역시 세로 형태의 그래픽을 강조하고 있는데, 후면 디자인의 경우는 가로 줄이 더욱 눈에 띈다. 길이 자체가 훨씬 길고, 전조등과 다르게 내부 그래픽이 밋밋하기 때문이다. 가로줄을 강조하는 이유는 차 폭이 넓어 보이게 유도하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스타 맵 라이팅의 세로 줄이 차체의 가장 양 끝으로 밀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테일게이트는 양 끝 부분의 굴곡으로 볼륨을 살렸다. 덕분에 평면에 가까운 면이 너무 밋밋하지 않아졌다. 범퍼에 배치된 리플렉터 또한 세로로 배치된다. 하단 플라스틱 가니시는 윤곽선을 사각형으로 구성했고, 굴곡을 통해 다부진 느낌을 준다. 전체적인 디자인의 기조는 직선에 비롯했다. 작은 차체에 단단하고 다부진 분위기를 가미하기 위한 선택이다.

실내 디자인도 간단히 살펴본다. 클러스터를 제외하고는 페이스리프트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실용적으로 충분한 크기다. 센터 스택에는 필요한 버튼들이 직관적으로 나열되어 있고, 접이식 컵홀더를 적용하여 공간 활용성을 개선한다. 대시보드에는 알루미늄 색감의 수평 가니시가 부착된다. 이 수평 액세서리는 비교적 좁은 폭을 넓게 느껴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양 끝의 에어벤트를 세로로 배치하고, 터빈 형상으로 강조한 점도 마찬가지다. 에어벤트의 면적을 좁게 하여 대시보드가 길어 보이게 한다. 전체적으로 스티어링 휠의 직경이나 시트의 면적이 눈에 띄게 좁아지진 않는다. 전폭이 좁은 만큼 센터 콘솔을 좁게 배치하여 최대한으로 거주성을 보전한 것이다.

모닝의 2차 페이스리프트는 경차로써 새로운 자아를 추구하는 듯하다. 옵션 구성에 따라 남부럽지 않은 고급스러운 인상을 지닐 수 있다. 마치 SUV처럼 듬직하고 단단한 이미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경차답지 않은 디자인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존재감이 확실한 변화였다. 화려한 디자인은 원가 상승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경차라고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주지 않는 것은 차별이다.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모닝의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지만, 가장 경차의 본질에 부합하는 경차는 여전히 모닝이라고 생각한다.

박스카의 공간 활용성, SUV 스타일의 개성과 매력은 분명 달콤해 보인다. 하지만 경제성으로 따져볼 때, 넓은 공간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모닝의 폼팩터가 가장 합리적이다. 그런 경차다운 경차를 찾는 소비자들을 위해서 모닝도 한 번쯤은 달라져야 할 당위성이 있었다. 존재감이 있는 디자인도 중요하고, 앞서 존재 자체를 상기시킬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번 페이스리프트로 기아는 모닝의 수익성이 낮다고 하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타 볼륨모델과 디자인 룩을 공유한다는 현황만으로 모닝의 가치는 상향되었다고 본다.

 

 

 

유현태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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