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아 4년간의 긁히고 찍힌 것을 싹 정리했다.

 

4년 전이다.

오랫동안 하이브리드의 대명사와도 같던 도요타 프리우스의 효율성에 도전장을 내밀며 현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가 출시되었다. 그 당시 필자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시승기를 올리며 원 모더 하이브리드의 발전에 상당히 좋은 인상을 논하였으며, 맺으면서는 이 차에서 좀 더 털어낼 걸 털어내고 시동배터리를 리튬으로 바꾸면 참 좋겠다는 언급을 하며, 그런 일은 하지만 현대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흥미롭게도,

현대차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연식 변경 모델에서 고전압 배터리의 일부분을 시동용 배터리로 분배하면서 무겁고 방전이 되는 납산 배터리를 삭제하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공식적으로 역사상 최초로 점프를 할 수 없는, 시동배터리 내장형 차량이 된 것이다. (아래 링크 참조)

How the Hyundai Ioniq Ditched Its Traditional 12V Lead-Acid Starter Battery
출처 : www.caranddriver.com

 

 

아이오닉은 여러가지 테스트에서 프리우스보다 풀투풀 연비가 대등하거나 우수함을 과시한 바 있었고, 연식 변경과 페이스리프트를 지나며 HDA, ASCC 등 최신의 주행보조 장치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풀 모델 체인지가 된 아반떼에서 친환경차 라인업을 함께 운영하기로 정책이 변화되며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단종 수순을 밟게 된다. 필자로서는 처의 출퇴근 차량 용도로 출시와 동시에 15인치 N+ 모델을 구입하여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터라, 아쉬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이오닉(IONIQ) 하이브리드 단종의 이유는?

 

이 시점에서 동 차량을 4년간 운행한 생각을 짧게 정리해 본다.

먼저 놀라운 효율성이다. (안타깝게도 근거리 출퇴근 용도로 사용하였던 터라 그 효율성이 유지비로 체감할 정도는 되지 못했다.) 한번 주유로 정말 1,000 km 을 운행할 수 있었기에, 주유비에 대한 걱정은 극단적으로 낮았다. 아래 사진은 최근에 촬영한 계기판인데, 지금도 거의 30km/l 에 가까운 트립 연비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순정 보다 약간 높게 나오는 것 일수도 있는데, 인산철 시동배터리로 교체한 부분도 감안은 해야 할 것이다.)

 

근거리 출퇴근 용도로 사용한 터라 주행거리는 많이 늘지 않았다.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도달하기 어려운 목표 처럼 여기어지던 3리터 카를 거의 달성하게 된 것이다. (아래 링크 참조) 요즈음엔 휘발유 값이 많이 내려, 급속충전으로 타는 웬만한 전기차들보다 연료비가 덜 든다.

기름 3L로 100km달리는 3리터카
출처 : dl.dongascience.com

그렇다고 느려터지고 답답한 것도 아니었다. 스포츠 모드 (기어봉을 왼쪽으로 기울이면 작동한다) 에서는 엔진이 웬만하면 꺼지지 않기 때문에, 모터와 엔진의 출력과 토크를 적절히 활용하며, 꽤 경쾌한 주행이 가능했다. 물론, 아무리 차를 힘들게 하더라도 연비를 14km/l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차량의 상태 또한 무척 만족스럽다. 긁히고 파인 것이 여러 군데 있어 봄을 맞아 싹 수리하고 광택까지 내 놓으니, 외관은 당연히 신차와 마찬가지가 되었다.

 

 

그동안 경험한 수리라곤 소모품 교환과 리콜 수리 외엔, 장기간 세워놓아 방전된 이후 주행을 하다 발견하게 된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 뿐이었다. 보증기간이 끝났음에도 수리비는 만원 정도에 불과했던 기억이 난다. 구입 4년 시점에서, 대체 새차랑 똑같은 이 차를 왜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하나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예전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의 고무줄 CVT 같은 고질병은 이 차에는 없는 것 같은데, 주행거리가 많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이 차는 너무 적산 거리가 짧아, 파워트레인이나 드라이브트레인 내구성을 논하기엔 어려움이 있으니 말이다.

초기에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제어와 관련된 이슈들이 종종 제기되었지만 (아래 링크 참조), 여러 차례의 소프트웨어 개선에 힘입어, 이제 하이브리드의 시스템 안정성이나 내구성 문제는 그리 거론되지 않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스템 오류 잦고 수리비 폭탄 ‘겁나’ 
출처 :
www.consumernews.co.kr

 

중고차 사이트를 통하여 시세를 조회하여 보니, 감가도 의외로 적은 편이라 (4년이 지났지만 초기 가격의 60% 정도는 유지되는 것 같다) 흐뭇한 느낌도 드는데, 반면 구매자 입장에서는 최신 모델과 주행보조장치의 차이(종축은 SCC만 있고, 횡축은 LDWS 뿐이다.) 외에는 거의 똑같은 차량을 40% 할인해서 살 수 있어 그 또한 괜찮아 보이는 것 같다.

그동안 고마운 역할을 많이 해준 차량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차는 이제 내 손을 떠나, 조만간 귀국할 예정인 동생 부부의 일상용 차량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별 탈 없이 삶에 도움이 되는 차로 앞으로도 계속 수고해주기를 기대한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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