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745e M sport package

지금까지 전동화 차량 구입을 고민할 때 늘 답답한 부분은 그럴싸한 회사에서 나온 쓸만한 D나 E 세그먼트의 차량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진동이 없으며 토크가 강력한 전동화의 장점을 극단적으로 살릴 수 있는 것이 대형 세그먼트임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제조사는 최근까지도 전동화 차량을 컴플라이언스 카 마켓으로 치부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국산 모델은 BEV 가 전무하며 PHEV는 한 세대 전의 소나타와 K5 정도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구입 가능한 외산 BEV로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EQC, 재규어 I-PACE와 테슬라 모델 S, X 정도가 있었다. 그리고 외산 PHEV로는 (한국으로서는)로-볼륨 모델인 BMW의 5, 7 시리즈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E, S 클래스가 있다.

 

 

유럽은 PHEV 판매 총력전

그 중 오늘 약 1시간 남짓에 걸쳐서 전동 파워트레인의 특징에 대해 천착하게 된 차량은 BMW 의 PHEV 인 745e 모델이다. 국내에서 BMW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아직 존재감이 낮지만, 유럽의 정책 변화 탓에 2020년 1분기 기준 독일에서는 상당한 판매고를 자랑하고 있는 라인업이다 (아래 그림). 금년 3월을 기준으로 독일에서 플러그인 차량 (BEV+PHEV) 의 시장 점유율이 무려 8.9% 에 달했고 이 중 거의 절반인 4.1%가 PHEV 였다는 점에서 독일 3사의 ‘PHEV 판매 총력전’ 이 어느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lectric Vehicles Nearly 9% Of New Auto Sales In Germany – March EV Sales Report

 

국내에 2019년 2월에 출시된 745e 는 약 1억 5천만원정도의 가격에 직렬 6기통 3.0 과급엔진 (286마력), 범용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터 (113마력) 을 종합하여 시스템 최고출력이 394마력에 달하는 고성능 럭셔리 대형 세단이다. 복합 전비는 2.9 km/kWh 로 되어 있고 연비는 10.0 km/l 로, 2,145 kg 의 공차중량을 감안하면 전비는 상당히 아쉽고 연비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배터리 용량은 12 kWh 로, WLTP 기준 주행가능 거리가 복합 46km 이다. BMW 전사적 입장에서 차량 복합연비와 CO2 배출량을 현 시점 유럽 규제에 최대한 맞추기 위한 전기 주행거리 셋팅임을 알 수 있다. 완속 충전이 가능하고, 온보드 챠져는 3.7 kW 로, 실질적으로 16A 의 가정용 레벨 II 를 이용한 심야의 충전을 상정하고 있다.

 

 

시승차량은 4가지 745e 라인업 중 745e M sport package 이다 (아래 사진, 뒤에 필자가 타고 간 쏘나타 LF PHEV가 보인다). 세월과 함께 계속 커지고 있는 키드니 그릴은 아직 적응이 되지 않는다. 다행이 전기 모드와 하이브리드 모드를 모두 체험할 수 있도록 전기 주행가능 거리가 11km 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로 시승을 시작하였다 (아래 그림).

 

 

럭셔리 브랜드의 대형 세단인 만큼 실내는 매우 고급스럽고 쾌적하여 흠결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트림의 질감과 시트의 고급스러움, 여러가지 부속의 조작감 등은 전 세계 메이저 브랜드들에서 어느정도 평준화가 이루어져 각 브랜드 내의 세그먼트 위치가 보다 중요하게 된 지 이미 수 년 째이다.

 

 

모든 전기, 전자공학의 발달로 (하다못해 IC앰프라 할지라도 과거 하이엔드 인티앰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으니) 이 가격대의 차량에서 실내 환경과 UX 의 흠을 잡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주행시 느껴지는 요철의 처리나 선회시의 절제된 롤링 등도 마찬가지이다. 스티어링 휠이 가벼워 이것이 BMW인가 하는 의문은 들지만, 누구나 만족할 만한 편안함을 듬뿍 먹음은 셋팅이다. 엄연히, 이 차는 썬데이 컵을 레이스를 나가는 차가 아니다.

 

 

지난 수일간의 트립 기록을 보면 연비는 11.1 km/l, 전비는 3.6 km/kWh 로 되어 있다. 시내에서 집밥으로 충전하며 사용할 경우 40km 정도를 전기로 주행할 수 있겠다. 공인 전비는 참혹하지만 체급을 감안할 때 3.6 km/kWh 는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도로에서 배터리가 남아 있는 상태로 차량을 급가속시켰을 때, 전기 모터를 돕는 내연기관의 개입에서는 어색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꽝터보 처럼 내연기관이 살아나는데 시간이 걸리는 5년 된 쏘나타 PHEV 와는 상당히 다른 반응이다. 100 km/h 가속이 5초대인 럭셔리 세단으로, 힘이 딸릴 일은 없다고 보아도 된다.

 

 

이전에 시승하여 보지는 못했지만, 2리터 내연기관을 탑재한 740e 에서는 모터와 내연기관의 주고받음이 원활치 않아 다소 쏘나타 PHEV 처럼 지연 현상이 있었다고 하며, 이것이 스포츠 성향의 주행 시에는 상당히 거슬렸다고 하는데 745e는 이런 불편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역설적이지만 PHEV 차량에서 모터를 도와 내연기관을 제대로 운용하려면 내연기관의 토크가 충분히 좋아야 한다. 이 부분이 잘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동 차량은 모터의 토크와 출력이 어느정도 받쳐 주기 때문에, 상당히 여유있는 회생제동 능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런 점도 최신형 PHEV 의 개선점에 해당한다.

 

 

최신형 PHEV를 시승할 때 가장 궁금한 부분은 배터리가 소진된 이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이질감 없이 어떻게 운용하도록 로직이 설정되어 있는지가 될 것이다. 100마력이 넘는 전기 모터라면 어차피 전기 모드에서는 무척 좋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반대로 쾌적히 전기 모드로 운행하다가 이행 구간을 거쳐 하이브리드 모드로 진입하게 되면 이 때 부터는 가속시에 내연기관이 토크 커브에서의 최적 효율 구간으로 RPM 을 띄우려 하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에 때로는 뒤에서 뭔가가 확 잡아당기는 느낌과 함께 우루룽 쾅쾅 하는 진동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이를 도요타의 2모터 시스템이나 쉐보레의 볼텍 시스템은 복잡한 로직을 통해 상당부분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1모터 기반의 현대나 BMW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서는 미묘하게 내연기관을 일찍 깨우는 방식으로 처리하거나 (효율성이 떨어진다), 아니면 질질 끌리는 불쾌감을 견디더라도 내연기관을 늦게 깨우는 방식으로 처리하거나 (효율성은 올라간다) 할 수 밖에 없다.

 

 

BMW 의 동 차량은 NVH 에 신경을 쓰면서 최대한 내연기관의 개입을 숨기는 데 성공하였고, 높은 성능의 회생제동으로 가다서다 반복 상황의 출발에서는 이 전이구간의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나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침 배터리가 딱 떨어진 상황에서 가속을 해야 한다면 역시 RPM을 띄우는 과정, 힘 없는 모터를 끌고 육중한 차체를 엔진만으로 끌고 가야 하는 낑낑거림의 순간이 간혹 찾아오기도 했다.

물론 내연차량의 아이들 스탑 기능에 비하면 이정도의 경험은 극히 미미한 것에 불과하지만, 전기 모드의 안락함과 빠릿함에 익숙해지다 보면 이 미세한 불편함이 보다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것이다. 다시말해 내연차량의 NVH 에 비하면 전체적 경험 수준은 PHEV가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전동 파워트레인의 장점과 BMW 내연기반 고급 세단의 장점을 최대한 잘 섞어낸 훌륭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해당 세그먼트의 구입 가능한 BEV 가 모델 S 정도뿐이고, 1억 이상의 차량으로 차량의 프리미엄성, 구입 후 사후 관리 문제나 일반 부품의 내구성 등 상당부분에 아직까지 의구심이 있는 바로 본 모델의 상품성은 꽤 우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가격대의 차량을 선택하는 소비자에게 어색한 측면일 수 있지만, 이동형 충전기 등 최소한의 집밥이라도 마련할 수 있다면 내연기관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질 수 있어 연료비와 파워트레인 유지비를 대폭 절감하여 자동차의 생애주기 동안 많은 비용과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다.

 

 

BMW 입장에서는 PHEV 차량에 특화된 유지보수 프로그램 (대폭 할인된 가격의 보증연장 프로그램 등), 충전 인프라 구축 등 초기 애로사항에 대한 적극적 지원 등이 동반되면 비록 해당 차량이 보조금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국내에서도 BMW 가 가고자 하는 길을 엿보게 할 수 있는 유의미한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들여 차량을 자세히 시승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신 코오롱모터스 삼성전시장의 이한울 대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

 

럭셔리 PHEV 끝판 BMW 745e M, 테슬라처럼 전기모드로만 달려봤어요!

이전 글테슬라 모델X의 장점은 무엇일까? 경제성, 공간, 시스템, 안정성등
다음 글1회 충전으로 414km 주행! 쉐보레 2020 볼트 EV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