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출시 e-트론 55 콰트로를 만나다

중대형 프리미엄 전기 SUV인 아우디 e-tron 이 국내에 출시되었다. 해외에서는 50 콰트로와 55 콰트로의 두가지 라인업으로 되어 있는데, 국내에 출시된 것은 상위 트림인 55 콰트로이다. 해당 차량을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 차량은 아우디-폭스바겐의 범용 플랫폼인 MLB 에 기반하고 있으며, 사진과 같이 바닥에 배치된 대형 배터리 (95 kWh, 86.5kWh 가용 SOC) 와 전후방의 듀얼 모터 (총 출력 355마력 – 전방 모터 168마력, 후방 모터 188마력) 의 파워트레인 구성으로 공차중량 2,560 kg 의 육중한 차량을 100km/h 까지 6.6 초 (부스트 모드를 사용하면 5.7초) 에 가속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3km/kWh의 아쉬운 전비

LG화학의 초대형 배터리 팩에도 불구하고 거함거포화 현상에 따라 효율성은 낮을 수 밖에 없다. 주행 가능거리가 국내 기준으로 300 km 정도에 불과하며, 안타깝게도 공인 전비도 3 km/kWh 이다. EPA 기준으로는 77 MPGe 로 되어 있다. 국내 기준이 매우 빡빡하여 실생활의 주행에서는 여름 400, 겨울 (히트 펌프 방식의 히터를 쾌적하고 따뜻하게 탄 하면) 280 km 정도가 가능할 것 같다.

 

출처 : insideEV

 

효율이 낮고 충전해야 하는 전력량이 많아 통상의 컴팩트 전기차보다는 빠른 충전을 지원하고 있다. 완속 OBC 용량은 11 kW 이고 (우리나라의 벽부/지주식은 7 kW 이지만) 콤보 방식의 급속 충전은 최대 150 kW 까지 받아 준다. 우리나라에 많이 깔려 있는 50 kW 짜리 충전기로 전기를 넣으면 SOC 100 퍼센트까지 테이퍼링 없이 쭈욱 넣을 수가 있다.

급속충전 속도가 느리고 과도하게 빠른 테이퍼링으로 욕을 많이 먹는 페리오닉과 비교해 볼 때 e-tron 은 비록 대출력 충전을 지원하지만 전력 효율의 차이 때문에 대부분의 급속 충전 상황에서 단위시간당 증가되는 주행가능거리는 유사하거나 혹은 약간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 장거리 출장을 자주 하는 헤비유저라면, 고속도로 급속 충전기 모듈 이상으로 출력이 잘 안나오는 상황을 만나게 되면 상당한 심리적 고통을 받을수도 있다.

또한, 올 7월을 시작으로 전기차 중전용 전기요금 할인폭이 단계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최종적으로 초창기 급속 충전 단가이던 313원/kWh 으로 복귀가 되면 1 km 주행 연료비가 100원에 도달하게 되어, 하이브리드나 디젤 내연차량의 연료비와 동등한 수준을 겪게 된다.

다만, 집밥이 있다면 최고다

다만. 비공용 개인용 완속충전기 (7 kW 면 한시간에 20 km 씩 충전가능) 나 파워큐브와 같은 모바일 충전기 (2.5 kW 정도로 들어가니 한시간에 7.5 km 씩 충전가능) 를 통하여 야간에 충전이 가능한 상황이면서 하루 총 200 km (완속) /100 km (파워큐브) 정도는 매우 낮은 경부하 요금으로 전기차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집밥이 있으면 최고다. 레인지 걱정 (range anxiety) 때문에 배터리가 무지무지 커졌는데도, 결국 집밥이 있느냐의 여부는 계속 중요하다.

 

높은 완성도의 잘 생긴 중대형 SUV

이렇게 효율성은 떨어졌지만, 그 대신 e-tron 이 얻은 장점들이 많다. 가장 큰 점은 완성도가 높은 (기준이 사람에 따라 주관적이다), 별 문제가 안 생기고 탈 수 있을 법한 (이 기준도 주관적이다.) 차를 만들 수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는 잘 생긴 첫 중대형 SUV라는 점이다.

 

 

세그먼트의 강자가 예상되는 e-tron

초대형, 고가 전기 SUV 인 테슬라 모델 X 외에는 이 세그먼트 자체가 비어 있었다, 하지만 이 세그먼트는 사실 근래 들어서 모든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가장 높은 그로스 마진을 향유하는 최고의 인기 세그먼트이다. BMW X5, 포르쉐 카이엔, 제네시스 GV80 , 현대 팰리세이드.. 이 위치에 e-tron 이 뿅 하고 플레이어로 등장했다. 유럽에서 이 차량이 잘 팔리는 것은 당연지사.

이 차량은 대략 싼타페와 팰리세이드의 중간 정도 사이즈로, 너무너무 커서 몰기가 힘들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서 (모델 S 나 X 는 주차할 때엔 그런 느낌이 든다) 실내 공간과 적재 용량은 아주 충분한 정도이다. 실제로 차량에 탑승했을 때 늘 빡빡한 느낌이 들던 하던 컴팩트 CUV 형상의 전기차들과는 달리 넉넉하고 쾌적한 느낌을 받았고, 주행시에도 크기 때문에 느끼는 불편은 없었다.

 

 

프리미엄 브랜드 다운 고급스러움

그리고, 프리미엄 브랜드의 매우 고급스럽고 정제된 실내를 갖췄다. 경쟁사의 EQC 와 비교했을때, 전체적으로 한두단계 높은 급의 자재가 들어가 있고, 도어트림 표면, 경첩 등의 감싸기도 아주 잘 되어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당혹스럽기까지 한 테슬라의 차량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전기차라는 이유로 조잡하고 과도한 내외관을 보여주거나 하지도 않았다. 외관은 고맙게도 그냥 아우디 SUV이고, 실내는 터치 디스플레이 위주로 모든 것이 구성되어 있는데, 통일감 있는 디자인과 배열로 무척 고급스러웠다.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카메라 방식의 사이드 미러인데, 시승 중에는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최고 수준의 주행 질감과 NVH
탄탄한 하체, 흐트러짐 없는 주행

주행 질감과 NVH 또한 e-tron 을 경험해보니  지금까지 나온 거의 모든 전기차 중에서 최고 수준이라 할 만 했다.

애초에 이정도 사이즈의 프리미엄 전기차는 재규어 I-pace 정도인데, I-pace 는 시승을 해보니 딱 ‘전기차 습작’ 이었다. 크지 않은 차체인데도 뭔가 거동이 불편한데, 비유를 하자면 내 허리사이즈가 갑자기 40인치쯤 되어서 다니는데 뭐가 자꾸 걸리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가속페달 조작에 따른 모터의 토크 표출은 너무나 내연차를 모사하려는 탓에 전기차의 선형적인 맛이 나지 않아 오히려 운전을 하는데 힘이 들었던 것 같다.

반면 e-tron 은 전기차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 내연차를 타다가 바로 옮기더라도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는 방향으로 무척 잘 셋팅이 되어 있다. 너무 내연차를 모사하느라 돌을 밟는것 같은 브레이크 페달 외엔 아주 만족스럽다.

특히 하체의 성능이 아주 우수한데, 롤링과 피칭으로 이리저리 꿀렁거리는 니로나 EQC 같은 모델과는 천양지차라고 할 수 있다. 노면은 잘 처리해내면서 급격한 종/횡방향 조작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이다.

 

 

차박, 캠핑에도 충분한 공간
아쉬운 반자율주행

오디오도 상당히 좋은데, 전체적으로 넓은 공간, 고품질의 인테리어 덕에 휴게 및 업무 공간으로 차량을 활용하기에도 아주 좋을 것 같다. 뒷좌석의 무릎 공간도 충분하고 트렁크도 무척 넓으며 충전 케이블 정도는 정리할 수 있는 프렁크도 있다. 차박, 캠핑, 장거리 출장 등 여러가지로 아주 쓰임새가 좋아보이는 구성이다.

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들어있지만, 차선유지기능이 국내 사양으로는 빠져 있다. 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살릴 수는 있다고 한다. 그런데 활성화를 시켜도 핸들을 놓고 갈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레벨 2 이면서 3인 척을 해서 손 놓고 달리다 무고한 다른 사람들을 계속 다치거나 죽게 만드는 어떤 회사보다는 차라리 훨씬 나은 접근법이다.

 

연비는 나쁘다.

 

전비 효율성만 빼면 모든 면에서 우수

시승을 하면서 클러스터를 챙겨보니, 연비는 안타깝게도 예상한 만큼 나쁘다. 범용 MLB 플랫폼 기반으로 쌓아나간 거함거포 전기 SUV 라 어쩔수 없는 모양이다. 복합적인 생각이 든다. 효율성만 빼면 모든 면에서 매우 우수한 차량으로, 현 시점에서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기차 중에 한 가지를 골라서 구입하고 향후 5년간 보유하라고 한다면 이 차량을 고르고 싶다.

장단점을 놓고 보면 e-tron은 역시나 과도기의 차량이다. 전용 플랫폼으로 가고, 배터리 밀도를 조금만 더 올리고, 전체적으로 공차중량을 20% 낮추면 전비는 5 km/kWh 로 올릴 수 있고, 불필요한 레인지 걱정을 덜어낸다면 프리미엄 중대형 SUV 폼팩터로도 배터리는 60 kWh 만 써도 된다. 그러면 어차피 300 km 간다. 지난 2-3년간 거함거포화가 이루어졌지만, 전용 플랫폼의 차세대 전기차가 기존 메이저 업체에서도 메인스트림이 되는 2025년이 되면 전체적으로 이렇게 다시 정상화되어 갈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e-tron은 디젤 게이트의 장본인인 회사가 심각하게 마음을 잡고 제대로 내 놓은 훌륭한 배터리 전기차이다. 경쟁 상대가 없는 높은 상품성으로 보조금만 받을 수 있다면 올해 국내 시장에서 의외로 상당한 선전을 할 것 같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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