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제작사들이 전동화차량의 판매를 빠르게 늘이면서 배터리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PHEV)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일상에서 느껴보기전에는 두 구동방식의 장단점을 온전히 느끼기가 쉽지 않다. 2015년 부터 쏘나타 PHEV를, 2016년부터 BEV인 아이오닉 EV를 보유하며, 최근에 느낀 것들을 적어 본다.

작년 가을에 옮긴 직장으로 근 6개월을 쏘나타 PHEV로 오가고, 초기형 아이오닉 EV는 주말에 주로 운행했다. 나보다 출퇴근거리가 긴 부인이 평일에 간혹 아이오닉을 사용하곤 했다. 그러던 중, 아이오닉 EV의 사용 빈도가 차츰 낮아지고 있어서 오늘을 기점으로 큰 맘을 먹고 나의 출퇴근용 차량을 쏘나타 PHEV에서 아이오닉 EV로 변경했다.

 

2015년의 사진

아무리 지난 5년 반 동안에 걸쳐 아이오닉 EV에 익숙한 나로서도, 지난 6개월간 쏘나타의 행동에 길들여진 상태였기때문에, 아이오닉 EV의 경험은 충격 그자체였다. 전기 동력을 사용하면 대부분 조용하고 편안하고 가속이 직선적이고 연속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어느 제조사가 어떻게 셋팅을 하여도 대동소이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에 시판되는 승용 전기차는 가급적 최대한 시승해보려 하기에,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하지만, 심지어 동일 제조사의 비슷한 시기에 나온 동일 세대 세단이 PHEV/EV 방식에 따라서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 다시한번 깜짝 놀라게 된다.

 

아산공장 출고장의 아이오닉 EV, 순정 상태이다

 

참고로, 출고 1호차를 받아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는 아이오닉은 순정이 아닌 상태이다. 순정 타이어 사이즈에 맞는 OZ의 울트라레제라 휠과 한국타이어의 전기차용 고성능 타이어 AS-EV를 장착하고 있으며, 납산 배터리는 12kg 이상의 경량화 효과가 있는 인산철로 바꿔 놓은 상태이다. 도합 30kg 에 가까운 경량화가 되어 있는 차량이다. 초기형 아이오닉의 고질적인 문제인 가감속시의 피칭 현상(가속시에 차의 머리 부분이 위로 들리고, 감속시에는 가라앉는 현상)과 이에 따른 불필요한 휠스핀을 없애기 위한 셋팅이다. 그런데, 쏘나타 PHEV 의 둔중한 움직임과 느린 내연기관 개입으로 고통받던 구간에서 아이오닉 EV가 극단적으로 경쾌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두 차량이 어떻게 다를까?

엔카에 검색을 해보니, 동시대에 나온 쏘나타 PHEV 와 아이오닉 EV 모두 2천만원 정도면 살 수가 있다. 크기 기준 C 세그먼트 전기차나 D 세그먼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새 것으로 구입하려면 현재 실구매가가 4500만원 정도는 드니까 반값이다. 돈만 놓고 보면 액면가가 얼추 비슷해 보이는 두 차량이 어떻게 다를까? 먼저 배터리 전기차와 PHEV 자체의 특성에 따른 차이를 비교하고, 다음 부분에서는 아이오닉 전기차와 쏘나타 PHEV 두 차량을 비교해본다.

 

 

OZ 경량휠+한국타이어 AS EV (2018~)

배터리 전기차(BEV)가
PHEV 보다 좋은 점

1. 최대 토크의 즉각적 제공
BEV: 배터리가 있다면, 거북이 상태가 아니라면, 항상 바로바로 최대한의 토크를 제공한다. 끝까지 밟아도 엔진이 켜지지 않는다.
PHEV: 강제 EV모드를 사용할수 없는 차종이라면, 엔진 개입이 시작되면 주행에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풀 악셀로 최대 토크가 나오는데까지 너무 오래걸린다.

2. 숫자 마력이 적어도 빠릿하다
BEV: 마력수는 작은데도, 일상 주행에서 원하는 기동이 대부분 가능하다.
PHEV: 강제 EV모드만으로는 출력이 불충분할 때도 있다. 합산출력은 높은데 실용가속은 더디다.

3. 강력한 회생제동
BEV: 회생 제동을 강하게 해서 원 페달 드라이빙을 할 수 있다. 회생 제동 용량이 크므로, 가다서다를 반복하더라도 전비가 좋다.
PHEV: 모터가 큰, 비싸고 좋은 최근 모델은 회생제동이 쎄다. 싸고 구형인, 모터가 약한 모델들은 회생제동으로 큰 효과를 얻기가 어렵다.

4. 무게 중심과 기동성
BEV: 기본적으로 무게중심이 아래로 몰려서 고-카트 느낌을 느낄수 있다.
PHEV: 이미 무거운 내연차에다가 이것저것 더 얹어서 수백kg 더 무거운 상태다. 차를 밀어붙이면 횡방향과 종방향 기동 모두를 힘겨워한다. 전기차는 웬만하면 하체가 ‘딴딴’한 느낌이 드는데, PHEV는 이런 느낌 때문에 차가 좀 헐겁고 덜 ‘딴딴’하게 느껴진다.

5. 배터리
BEV: 배터리가 크므로, 매일 충전을 안해도 된다. 구형 아이오닉조차도 봄철에는 250km쯤 탈 수 있다. 그래서 일상 주행에서는 주행거리 걱정(range anxiety)이 없다.
PHEV: 매일 충전하지 않으면 내일은 기름을 때야 한다. 기름을 때게 되는 순간 심부전 상태에 빠져 가삐 숨을 쉬는 내연차량이 된다. 안타깝게도 순수 기름모드가 매우 흡족한 PHEV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트립에 뜨는 주행가능거리는 800인데, 시내에서 실주행가능거리는 40km에 머무는 느낌이다.

 

 

PHEV 가 BEV보다 좋은 점

1. 장거리
PHEV: 의외로 고속도로가 대박이다. 고속도로에서는 엔진으로 가면 된다. 항속시 연비가 20km/l 이상 나와준다. 톨비 할인이 안되지만, 멀리라면 차라리 PHEV가 편하다. 20km/l 면 100km 에 7000원이 든다. 충전시간도 없다. 속도를 110, 120km/h 까지 올려도 연비가 그렇게 팍팍 나빠지지 않는다. 큰 합산 출력이 위력을 발하는 것은 고속도로이다.

BEV: 과거, 한전급속은 무료이던 시절은 끝이 난지 오래이다. 라떼는, 대전에서 중부를 타고 올라오면 무료 한전급속을 먹으면서 서울까지 왔다. 하지만, 이제 급속충전은 되게 비싸다. 110km/h 항속을 한다면, 전비가 5km/kWh 쯤 나오고, kWh 당 200원이면, 100km에 4000원이 든다. 게다가 급속충전은 시간이 걸린다. 광고에 나오는 충전 속도는 적용 범위가 한정된다. 조금만 충전이 진행되면 테이퍼링이 되는 탓에, 속도가 느려져버린다. 충전을 하러 갔더니 바로 앞에 다른 사람이 5분 전에 충전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여정이 지연되서 속도를 올려보면 전비가 떨어진다. 120km/h 이상을 가면 광탈 그자체가 된다. 또 급속충전이다. 끄아악.꼭 이럴 때엔, 다음 충전기는 모듈이 고장나서 속도가 안나온다ㅠㅠ. 먼 거리는 정말 답이 없다.

2. 폐열
PHEV: 눈이 아무리 와도, 영하 20도여도 문제가 없다. 가솔린이 있다. 전기 모드에서 히터를 떨어지면 기름도 들고 전기도 드는데, 이런 끔찍한 날엔 하이브리드 모드로 기름을 태우면 된다. 아주 따뜻하고 쾌적한 실내를 누릴 수 있다.

BEV: 비싼 옵션인 히트펌프를 달아보아야 약간 개선이 있을뿐이다. 정말 최악의 상황에서는 내가 움직이는 난로를 사용중인건지 자동차에 히터가 달려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정도가 된다. 히트펌프는, 고장나면 상당히 돈이 많이 깨지는 물건이다. 열선 시트와 핸들로 버티게 되는 경우가 많다. 히터를 안 쓰면 배터리도 추워해서 전비가 떨어진다. 히터를 쓰면, 히터를 쓰느라 전비가 떨어진다. CATCH-22상황에 처하게 된다. 섭씨 -10도의 꽉 막히는 금요일 해질녘 서해한고속도로에서 정말 울어버린 적이 있다. 다음 충전소를 앱으로 열어보니 다 누가 꽂아놓고 있었다.

 

힘든 겨울

 

3. 밧데리가 무섭지 않다.
PHEV: 다행이 PHEV에선 밧데리가 그렇게 초 비싼 물건도 아니다. 열화가 된다 해도, 어차피 짧은 주행거리에 기대가 별로 없어서 줄어들든 말든 감흥이 없다. 아직까지 불이 나는 PHEV이야기가 언론에 나도는 것을 보지 못했다.

BEV: 밧데리가 유일한 생존 수단이다. 가뜩이나 주행 거리 불안이 있는데, 열화가 되면 스트레스가 더해진다. 노화에 의한 어느정도의 주행거리 감소는 대부분 보증교환 대상이 아니다. 대용량 배터리를 장비한 전기차들이 화재로 전소되기도 한다. 보증기간이 끝난 후 수백만원짜리 전용부품이나 배터리 팩이 고장나면 큰돈이 들 수 있다. 모 아니면 도. 전기차는 안정적인 수익을 준다지만 녹인 구간에 들어가면 원금이 모조리 날아가는 ELS와 같은 구조다. 기도하고 타는 수 밖에 없다. 내연차는 열심히 오일이라도 갈아주면서 고장이 나지 않길 제사 지내지만, 전기차는 뭘 노력해서 개선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이러한 일반특성은 대개의 PHEV/BEV 에 적용된다. 고급 PHEV 들은 히트펌프도 있고, 모터 출력도 크고 배터리도 커서 BEV의 장점을 조금씩 더 가지는 경우들도 있는데, 이런 차는…. 예상대로 비싸다. 그 중간에서 양쪽의 장점을 어느정도 다 가진 먼치킨은 쉐보레 볼트(Volt) PHEV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요기 배라의 말 처럼, 이론적으로는 이론과 실제에 차이가 없지만, 실제로는 차이가 있다. 타 보면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엔진 개입의 이질감이나 차 ‘왁꾸’의 느낌이다. 내연기관이 있고 없고가 그렇게 차이가 난다.

 

​자. 이제 두 차량을직접 비교해 보자.

 

| 아이오닉 EV가 쏘나타 PHEV보다 좋은점

1. 앞서 이야기한 일반론 전체

2. 적재 공간
아이오닉 EV: 패스트백 형태가 깡패다. 자취방 이사를 이녀석 한대로 끝낸 적이 있다. 대전에서 서울로 이 차 한대에 다 싣고 왔다.
쏘나타 PHEV: 배터리 때문에 좁은 세단의 트렁크가 더 좁다. 정말정말 좁다.

3. 경량의 민첩함
아이오닉 EV: 스포츠 모드는 경쾌함 그 자체이다.
쏘나타 PHEV: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둔중함. 초대형 꽝터보를 장비한 터보디젤이 이런 느낌일까? 미약한 전기모터와 도착하는데 하루쯤 걸리는 원군 같은 내연기관, 그리고 2톤 중량의 조합.

4. 전비
아이오닉 EV: 시내 주행은 10km/kWh 를 찍는다.
쏘나타 PHEV: 같은 구간에서 5km/kWh 를 찍는다.

5. 주행보조
아이오닉 EV: ASCC와 LKAS가 모두 있다.
쏘나타 PHEV: LF 전기형은 ASCC만 있고, LKAS가 없다.

 

 

| 쏘나타 PHEV가 아이오닉 EV보다 좋은점

1. 앞서 이야기한 일반론 전체

2. 정숙성, 쾌적성
쏘나타 PHEV: 그랜저 같다. 전기 모드에서는 에쿠스 보다 낫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시트도 푹신하며, 진동도 없다. 뒷좌석도 굉장하다. 오디오 음질도 좋다.
아이오닉 EV: 한번에 몇시간씩 타면 정말 죽을 것 같다. 순정 타이어는 노면 소음이 심하게 올라온다. 100km/h 가 넘어가면 풍절음이 매우 심하므로, 장거리를 혼자 운전한다면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고려할 만 하다. 시트는 30분 이상 앉는 경우, 중세의 고문 기구를 떠오르게 한다. 뒷좌석이라고 사정이 낫지는 않다. 스테레오는 무선 연결을 하면 희한하게 음질이 나쁘다. 저품질 DAC와 최저가격의 IC앰프를 조함한 것이 틀림없다.

 


이 정도일 것 같다.

나는, 잠시동안 둘 중 한대를 팔고 희대의 먼치킨으로 예상되는 아이오닉 5를 구입할까 고민하였으나, 두 차량이 결국 너무 다른 특성을 보유하고 있어서 도저히 판매할 한 대를 결정하지 못하였다. 이미 가격은 떨어질 만큼 다 떨어진 두 차량이며 보유비용도 거의 없는 상황이니, 그냥 보유하며 상황에 따라 쓰는 편이 나은 것이다.두 차량을 저울질하는 중고차 시장의 잠재 구매고객들에게 5년간의 실사용에서 느낀 다양한 기쁨과 고통이 의미있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감격한 박사
전기 모빌리티에 관한 사변(思辨)과 잡설(雜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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